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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한국개신교의 ‘민낯’…목사 세습
‘목사 세습금지법’ 비웃는 변칙 수법 난무해
기사입력: 2019/10/02 [15:02]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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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세습금지법비웃는 변칙 수법 난무해  

 

한국 교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던 영화 쿼바디스’(2014)에선 과시적인 교회 건축으로 인해 부도가 난 교회들과 반대편에는 생계유지가 되지 않는 작은 교회의 현실이 대비되는가 하면, 교계 내의 자정능력 상실을 보여주는 성추문 사건, 각종 재정 비리로 재판을 받는 유명 목회자들의 모습, 황당한 기복신앙과 헌금 강요, 세습과 금권선거로 얼룩진 교계의 난맥상 등이 적나라하게 폭로됨으로써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세습 문제는 사회적 파장이 크다.

 

세습(世襲)의 사전적 의미는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는다는 뜻이다. 이미 세습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을 둘러싼 세습 문제는 많고 많았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경영 세습과 경제적 부()의 세습, 정치적 권력의 세습, 종교계 세습 논란까지, 여러 방면에서 세습은 활용됐고 계속돼 왔다.

 

그 중에서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이며 마지막 성역(聖域)으로 통하는 종교, 그것도 개신교계에서 공공연히 세습이 이뤄지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담임목사 세습은 수십 년간 한국 개신교계의 인습으로 지적됐다. 부자(父子) 세습은 물론이고,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연상케 하는 변칙세습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교회가 물려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총회가 926일 명성교회의 부자(김삼환·하나 목사) 세습을 사실상 허용하며, 그동안 논의된 세습금지법은 허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교회 설립·목회지 교환·손자 세습 등 수법 다양해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2017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기준 세습된 전국 교회는 143곳에 이른다. 직계 세습이 98곳으로 가장 많다. 지난 7월말 기준 세습교회가 총 285곳이라고 기독교 언론 뉴스앤조이는 최근 보도했다.

 

2000년대까지는 세습이 공공연히 이뤄졌다. 서울 충현교회, 광림교회, 소망교회, 금란교회, 강남제일교회가 대표적이다. 2012년 충현교회의 김창인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것을 후회한다고 공개 발언을 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 9월26일 오전 경북 포항시 기쁨의 교회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제104회 정기총회에서 총회장 김태영 목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명성교회 김삼환ㆍ하나 부자 목사의 목회직 세습을 사실상 인정하는 안이 표결로 가결됐다.  

 

2013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교단 내에 세습금지법을 만들며 사회 여론에 부응했다. 그러나 편법을 동원한 세습은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 담임 목회자 자녀 또는 친인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목회 대물림이 이뤄지는 것이다.

 

세습을 위한 여러 변칙적 방법들이 등장했다. 아들에게 지교회를 설립해주고 담임목사를 맡도록 하는 방법(지교회 세습)은 그나마 약과다.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 세습 기법도 활용한다.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에서 아들을 건너뛰고 손자가 목회직을 승계하는 징검다리 세습도 있다.

 

명성교회는 경기 하남시에 새노래명성교회를 따로 설립하고 명성교회의 설립자인 김삼환 담임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내정했다. 김삼환 담임목사가 2015년 은퇴하자 2017년 명성교회와 새노래명성교회의 합병과 동시에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청빙했다. 지교회 세습과 합병 세습 방식을 섞어 활용한 셈이다.

 

담임목사 세습은 결국 교회 사유화(私有化)라는 지적이다. 기독교 시민단체는 공익적 종교기관이 아닌 특정 가족만을 위한 사익 단체로 전락할 위험성을 경고한다. 개신교 법조인 500여명으로 구성된 기독법률가회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한국교회가 교회 세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졌으나 예장통합 총회는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이번 결정을 보며 한국교회가 이 세상을 썩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묻게된다고 밝혔다

 

예장통합, 명성교회 부자세습 허용교회 사유화 조장비판

교단 정기총회서 명성교회 수습안의결교회는 사회의 재산세습은 교회 본질서 어긋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예장통합 교단)이 초대형 교회인 명성교회의 담임목사직 부자 세습을 사실상 인정했다. 교단이 만든 세습금지법과 이에 기반한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스스로 무력화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아버지 김삼환 원로목사(왼쪽)와 아들 김하나 목사    

 

예장통합 교단은 제104회 정기총회 마지막 날인 926일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명성교회의 '부자세습' 문제가 일단락됐다. 결론은 2개인데, 당장은 세습할 수 없다, 그러나 2년 뒤에는 세습이 가능하고 그때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한다 는 것이다. 교단 총회의 이런 결정에 대해서 "모순투성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는 24일 명성교회 세습 논란을 마무리하기 위해 7명의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수습전권위원회가 내놓은 수습안이 이날 총회에서 총대’ 1204명 가운데 920(76.4%)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김삼환(73)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45) 목사가 명성교회 위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다만 세습 무효를 선언한 총회 재판국의 지난 8월 재심 판결을 일부 수용해 2020년까지는 서울동남노회에서 파송하는 임시당회장이 교회 운영을 책임지게 하고, 202111일부터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게 유예기간을 뒀다. 수습안에는 이런 합의가 법을 초월해 이뤄졌기 때문에 누구도 교회법과 국가법에 근거해 고소, 고발, ()제기 등 일절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가 내놓은 수습안. 9월26일 열린 제104회 정기총회에서 ‘총대’ 1204명 가운데 920명(76.4%)이 찬성해 수습안이 의결됐다. /사진= 명성교회 정상화위원회 제공     © 매일종교신문

 

예장통합 교단의 이번 결정은 2013년 교단헌법으로 교회세습을 금지한 데 이어 총회 재판국(강흥구 재판국장)이 지난 85일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불법 세습이 무효임을 판결한 내용을 스스로 뒤엎는 모양새가 됐다.

 

또한 예장통합 교단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대표대회장을 지낸 한국 개신교의 얼굴김삼환 목사의 부자 세습을 공식 허용해 줌으로써 교단이 교회 사유화를 조장했다는 비판도 받게 됐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정태 목사는 교단법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총회가 법을 초월한 결의로 세습문제를 해결해 줬다교회는 교회 바깥을 섬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온 사회의 공동재산이다. 이걸 세습하는 건 교회의 본질 자체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교회 원로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교수) 역시 “5년이란 기간은 전임자(김삼환 목사)의 영향력이 사라질 만한 기간이 아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세습을 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교단 스스로 교회법을 무력화시켰다고 비판했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 정상규 실행위원도 결국 편법으로 세습의 길을 열어줬다목회자들이 교회가 추구해야 할 헌신, 사랑에 관심을 갖지 않고 개인의 복지,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교인들도 참담하다는 반응이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법적 근거도 없는 수습안은 존재 자체가 모순이며 향후 교단의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며 수습방안은 교회법과 국가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으나 이는 일반 교인들에겐 무용지물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일반 사회법에 이의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6년 동안 명성교회를 다녔다는 조병길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총무는 많은 교인들이 명성교회를 더 이상 교회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해있는 명성교회는 1980년 김삼환 목사가 세운 교회로 등록 교인이 10만명에 이르는 초대형 교회다. 2015년 김삼환 목사 정년퇴임 뒤 담임목사를 새로 찾겠다고 밝혔으나 201711월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취임해 시무해왔다. 그러나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당시 명성교회 쪽 노회원들만 남아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처리한 것은 불법이자 무효라며 총회 재판국에 소송을 제기했다.

 

명성교회 세습허용, 편법대물림으로 신뢰추락"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세요"

 

예장 통합교단이 정기총회에서 2년 넘게 논란을 빚은 명성교회의 부자 세습을 사실상 허용하는 명성교회 수습안을 통과시켰다. 교인이 10만명에 달하는 대형 교회인 명성교회는 설립자 김삼환 원로목사가 201512월 정년퇴임한 후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20173월 위임목사로 청빙하면서 세습 논란이 일었다. 세습에 반대하는 목회자와 교인들은 교단 재판국에 김하나 목사 청빙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교단 재판국은 20188월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으나, 지난 8월 재심에선 무효 판결을 내렸다

 

교단 총회는 재심 판결을 수용하면서도 김하나 목사가 20211월부터 위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게 길을 열어 놨다. 교단법과 대형 교회의 막강한 지위 사이에서 어쩡쩡한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또 이 결정에 대해 교회법이나 사회법으로 고소·고발할 수 없다고도 했다. 교단법은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런데도 명성교회는 은퇴하는이란 문구를 빌미로,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고’ 2년 뒤에 김하나 목사를 청빙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교단 총회의 이번 결정은 은퇴 후 2은 안 되지만, ‘은퇴 후 5은 세습이 가능하다고 허용한 셈이다. 명성교회 사태로 수년째 교단이 분열하면서 한국 교회의 신뢰가 추락하는 가운데 교단이 앞장서 법과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법 위에 명성교회냐는 분노와 절망의 목소리가 높다.

 

한편, () 한경직 목사는 한국 개신교계의 큰 어른으로 대접을 받는다한 목사는 1973, 대형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한 뒤에 남한산성 계곡에 터를 잡고 은신했다후임자가 부담을 느낄 것을 우려해서 일부러 교회와 먼 곳으로 이사를 했고, 목사인 아들과 사위에게도 지위와 권한을 물려주지 않았다.

 

어느 날 교계의 목사들이 모여서 한 목사가 살고 있는 열여덟 평 단층집을 찾아갔다

 

"좋은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목사들이 가르침을 청하자 한경직 목사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들, 예수 잘 믿으세요"

모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 유명한 일화였다.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목사들을 향해서 도리어 "예수를 잘 믿으라"

 

그 말에 담긴 의미는 세상엔 예수를 제대로 믿는 사람이 그만큼이나 드물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반성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2021년 청빙 가능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격론 끝에 명성교회의 기묘한 부자세습은 사실상 이렇게 허용됐다

 

"성경을 보니까 하나님과 예수님이 승계했다""특혜가 아니라 십자가를 진 것이다"

- 명성교회 주일예배 중

 

이른바 성경적인 주장이 난무했던 예수의 성전. 세상법에 앞선다는 교회법이 세습의 길을 열어주었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강력한 단서조항까지 달아놓았다. 이에 대한 반발도 심하다.

 

"교단의 명예는 더 깊은 나락으로"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참으로 우둔한 결정"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그 누군가의 우려처럼 한국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상황으로 반전된 현실이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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