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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국민연금·건보 등 8대 사회보험…5년 뒤엔 30兆 '펑크'
정치 벽에 가로막힌 개혁…혈세 투입액 매년 급증하는데 '덜 내고 더 받게' 개혁 逆주행
기사입력: 2019/10/10 [21:04]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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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벽에 가로막힌 개혁혈세 투입액 매년 급증하는데 '덜 내고 더 받게' 개혁 주행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건강보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8대 사회보험에 대한 세금 지원 금액이 201916조원에서 202324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가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연금개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104일 기획재정부의 ‘2019~2023년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등에 따르면 8대 사회보험에 대한 재정 지원금은 2019163500억원에서 2020186200억원으로 13.9% 증가한다. 초팽창 예산이란 지적을 받은 2020년 전체 예산 증가율(9.3%)보다도 4%포인트 이상 높은 오름세다. 8대 사회보험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이다. 사회보험 재정 지원은 이후에도 매년 7~10%씩 증가해 2023242100억원에 이른다. 5년 뒤인 2024년에는 30조원을 웃돌아 혈세 투입 규모가 두 배에 육박할 전망이다. 그해 예정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237000억원)보다 많다. 2019년 사회보험 재정 지원금(163500억원)SOC 예산(198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적다.

 

사회보험 재정지원은 2017년과 2018년만 해도 각각 3.6%, 3.2% 증가해 전체 예산 증가율(7.1%, 9.5%)을 밑돌았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매년 총지출 증가율을 넘어설 전망이다.

 

원칙대로면 사회보험 재정 지원은 발생하지 말아야 할 지출이다. 사회보험은 가입자 보험료 등 자체 수입으로 지출을 해결하는 자기 부담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고도 성장기에 설계된 각 기금이 저출산·고령화 시기와 맞물려 덜 내고 더 받는구조로 바뀌면서 정부 재정에 손을 벌리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회보험의 재정 악화를 알면서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어로 건보재정 악화2023년엔 혈세지원 11.6로 급증

공무원연금 '17만명 증원' 영향정부 적자보전금 가파르게 증가

 

1960년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에 빠져 매년 혈세로 지원해주고 있다. 2015년 개혁을 추진했지만 당초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반쪽짜리에 그쳤다. 1973년부터 적자인 군인연금도 매년 정부 재정에 손을 벌리고 있다. 건강보험, 고용보험, 장기요양보험 역시 급격한 고령화 영향으로 재정이 불안하다.

 

기재부는 이런 문제를 의식해 20173‘2016~2025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를 발표했다. “사회보험의 재정 위험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며 개혁을 예고했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4대 연금은 70년 뒤까지 장기재정추계에 즉시 착수 적정부담·급여에 대한 대안 마련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은 보험료율과 보장성 확대 계획을 재검토해 조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미래세대에 부담 전가

 

하지만 그뿐이었다. 20175월 정권이 교체되며 사회보험 개혁은 후순위로 밀렸다. 현재 국민연금을 제외한 3개 연금은 제도개선은 물론 장기재정추계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사회보험 재정 악화와 혈세 지원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무원연금은 정부의 적자 보전금201916000억원에서 202333000억원으로 2 배 이상으로 불어난다. 공무원 17만 명 증원(增員) 정책에 따라 정부의 연금 기여금, 퇴직수당 국가 부담금도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무원연금에 대한 재정 지원 총액은 202358100억원으로 올해보다 약 2조원 늘어난다.

 

40년 넘게 적자를 내고도 한 번도 수술대에 오른 적이 없는 군인연금은 적자보전 등 정부 지원금이 201927300억원에서 2023318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4대 보험은 개혁은커녕 개악(改惡)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이 대표적이다. 2017년 초 보장성 강화 계획을 조정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보장성 강화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문재인 정부는 2년 전부터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지원하겠다는 문재인 케어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부터 5년간 42조원이 들어간다. 이런 탓에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 지원은 201978700억원에서 2020896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불어난다. 2023년엔 11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연금 고갈 3년 앞당겨졌는데'연금개혁' 정부는 손놨다

연금개혁 폭탄 돌리기혈세로 메울 8대 사회보험 201916202324

 

2003년 노무현 정부는 큰 결단을 내렸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0%에서 15.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60%에서 50%로 내리는 연금개혁안을 추진한 것. ‘더 내고 덜 받는방안이어서 국민 반발이 컸다. 그럼에도 정부는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개혁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4년간의 격론 끝에 보험료율 인상은 무산됐지만 소득대체율은 40%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7. 빠른 고령화로 국민연금 재정 불안을 둘러싼 우려가 과거보다 더 커졌다. 문재인 정부는 더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미룰 수 없다며 그해 12월 연금개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가 21개월간의 장고 끝에 내놓은 최종안은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세 가지 복수안이었다. 사실상 연금개혁을 포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고 미래를 보고 개혁을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와 달리 일단 논란을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미래 세대에 폭탄을 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금 고갈 시기는 점점 다가오는데

 

보건복지부는 2019년 국민연금 적립금이 2057년 고갈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전망치(2060)보다 3년 당겨졌다.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국민연금의 덩치가 비대해져 단기간에 치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적립금이 고갈되는 2057년 연금 급여 지출액은 416조원에 이른다. 2018년 국가 예산(470조원)과 맞먹는다. 그런데 그해 보험료 수입은 147조원에 그친다. 연초에 남아 있는 적립금을 다 쓰고도 124조원의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재정 부족액은 매년 커져 2060328조원, 2070년엔 50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대규모 미지급 사태를 내지 않으려면 보험료를 10%포인트 올리든지 수백조원의 혈세를 들여 기금을 지원해야 한다.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청와대의 퇴짜에 개혁 의지 꺾여

 

문재인 정부도 초기엔 개혁 의지가 있었다. 20188월 민관합동기구인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제도 개선 방향에 재정 목표를 제안했다. 70년 뒤까지 매년 적립금이 1년치 연금 지출액만큼은 남아 있도록 하자는 안이다. 가령 2087년 필요한 연금액이 500조원이라면 그해 적립금도 최소 500조원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기금 고갈 사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개선안엔 보험료율을 11.0~13.5%까지 올리자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청와대가 개선안에 퇴짜를 놓으면서 개혁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가 다시 검토해 201812월 발표한 개선안은 현행 유지를 포함한 사지선다였다. ‘정부는 결정을 못하겠으니 국민이 네 가지 안 중 고르라고 떠넘긴 셈이다. 재정 목표 수립도 없던 일로 했다. 네 개 안 가운데는 보험료율을 12~13%로 올리는 안도 있었지만 현 정부 내에선 2021년에야 1%포인트 인상하는 게 다였다. 김상균 제도발전위원장은 정부안을 두고 폭탄 돌리기보다 나쁘다고 비판했다.

 

정부 책임 국회에 떠넘겨

 

정부는 이후 공을 사회적 합의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넘겼다. 하지만 경사노위도 21개월간 논의 끝에 세 가지 복수안을 마련해 국회로 넘기는 데 그쳤다. 소득대체율 40%45%(2028년 기준)+보험료율 9%12% 현행 유지 소득대체율 유지+ 보험료율 10% 등이다.

 

국회가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회적 합의안이 없는 상태인 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인기 없는 연금개혁에 손대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단일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국회 요구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단일안을 제시하기 힘들다. 정치권에서 논의하고 결론을 도출해달라고 답했다. 국회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정부가 그간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쏟아낸 것이 오늘의 사태에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안다면서도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52시간제 시행 등으로 경영비용이 급격히 오른 상태여서 보험료 인상까지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2018년 출산율, 이미 1명대 무너져국민연금·건보 '고갈 시계' 더 빨라진다

 

급격한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재정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 보험료를 낼 인구는 줄고, 보험금을 받아갈 인구만 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퍼주기식 사회보험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328일 내놓은 장래인구특별추계(2017~2067)’에서 가정한 ‘0명대 출산율은 지난해 국민연금 재정추계 때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한 출산율 1.05보다 낮은 것이다. ‘2057년 국민연금 고갈2017년 출산율(1.05)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최악의 경우로 가정하고 도출한 결과다. 출산율이 더 떨어지면 고갈 시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미래에 연금 보험료를 낼 사람이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추계를 새로 해야 할 판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민연금 고갈 이후가 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갈 뒤엔 그해 연금 지급에 필요한 만큼 그해 보험료를 걷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보험료율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인구추계 때 부과 방식 보험료율은 30% 수준이었는데, 이번 추계 결과를 반영하면 33%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이미 2018년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8년 만에 적자(-1778억원)로 돌아섰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따라 보험급여 지출이 폭증한 탓이다. 보험급여비는 2017555374억원에서 지난해 605896억원으로 1년 새 5522억원(9.1%) 늘었다.

 

정부는 그럼에도 2022년까지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비급여에 건보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재정 적자폭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2018년 말 기준 206000억원 규모의 누적적립금은 현 정부 임기 뒤인 2026년 고갈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번 인구추계를 반영하면 고갈 시기가 더 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강보험 적립금이 바닥나면 보험료율을 큰 폭으로 인상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건보료율 인상폭을 매년 3.2%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설명이지만 그 뒤 재원 조달 대책은 없다. 김 교수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에 맞춰 건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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