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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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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회비
여행 함께 못하지만 행복한 5남매 초짜 맏이의 단상
기사입력: 2019/10/11 [20:53]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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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막내 여동생 전화를 받았다. 모처럼 걸려온 전화라 내심 기뻤지만, 지금까지 생각날 때마다 이제 맏이 되어버린 내가 거의 먼저 전화했고, 맑게 톤 높여 응해 주는 막냇동생의 밝은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사는 동생네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기에, 뜻밖의 여동생 전화가 의아스러웠고, 약간 겁나기조차 했다.

 

"오빠! 이번 달 중순, 우리 남매들 섬에 여행 가기로 했어요. 오빠랑 같이 가면 좋은데. 언니, 오빠들이 나에게 말해 보라네요."

 

오빠는 투병 중인 올케언니 간호와 재활 때문에 틈을 낼 수 없어, 동행하기 힘들 줄 잘 알고 있는 막냇동생이라, 멈칫거리며 미안한 듯 말을 이었지만, 여전히 직선적이고 가식 없는 내 사랑스러운 동생은 솔직하기만 했다. 실은 가족 회비를 동생들만 사용하게 되어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할머님과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8남매 중에서도 형님 두 분과 막내 남동생이 먼저 이승을 떠나버려, 우리는 5남매만 이 세상에 달랑 남았고, 어느 날 나는 졸지에 가족의 맏이가 되어 버렸다. 우리 5남매는 어머님 돌아가시고 거의 20여 년 동안 지금껏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월 일정액의 가족 회비를 모아, 의좋게 제사를 모셔왔고, 그사이 가족묘도 새로 조성했으며, 또한 우리들의 갖가지 애경사에도 모인 회비를 적절하게 보태쓰고 있었다. 우리는 가족 일로 모일 때면 회비 지출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따진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서로 양보하며 화목하게 힘을 모아 닥친 일을 흔쾌히 처리해 왔다. 오히려 더 주거나 많이 돕지 못해 서로 안달하며 미안해하기까지 했다.

 

식구가 의식 없이 누워 버리고, 내 개인 삶은 별안간 생존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추락해 버렸다. 거의 3년 넘게 아무 곳에도 갈 형편이 아니어서, 나는 가족묘도 재작년에야 처음으로 잠깐 다녀왔다. 이제야 하늘의 도움으로 간신히 힘을 회복하는 듯싶다. 실은 내가 지내야 할 제사임에도, 손님처럼 얼굴만 비치고 황급히 올라와 버리고 말았으니. 아무리 착한 동생들이라도 짜증이 나서, 그만 지쳐버리지나 않을까 속으로는 은근히 겁났지만, 어쩔 수 없어 할 말이 없었다. 우리 5남매 중 한 사람이라도 가족 모임을 그만두자면서 빠지겠다고 한다면, 모든 문제는 궁색한 내 개인 처지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 나는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이승으로 먼저 가버린 형제들과 꿈에도 잊을 수 없는 할머님 그리고 부모님의 마음을 사실 나는 조금도 저버리고 싶지 않다. 이 세상에 살아남은 우리 5남매는 다투거나 헤어지지 말고, 서로 의좋게 연락하면서 살다가 돌아가야 한다. 혹시 동생들이 힘낼까 싶어, 작년 1년 동안 나는 새벽일 하면서 벌 수 있었던 돈으로 회비를 한 몫 더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내 위축되고 궁색한 처지는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듯싶었는데. 어제저녁 나는 한 줄기 찬란한 무지갯빛 희망을 보았다.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내 사랑하는 동생들의 마음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애 있게 잘 살다가, 때가 오면 가벼운 마음으로 잊지 못할 할머님, 부모님, 그리고 형제들이 있는 저세상으로 편히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어둠을 밝히는 환희처럼 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랬어? 너무 잘했다! 내가 회비 한 번 더 낼게, 보태 쓸래? 많이 주고 싶은데, 미안해! 이번에는 섬에 다녀오고, 다음부터는 외국 여행도 같이 다녀와. 나도 사정이 풀리면 특별 회비 더 많이 낼게!"

 

나는 숨도 쉬지 않고 기뻐서 외치듯이 말했고, 전화를 끊고 나서 바로 한 달 치 회비를 동생 통장에 넣어주었다. 내 이쁜 막냇동생은 겉으로 아니라며 그 큰 목소리로 극구(極口)사양했지만 매우 달가워하는 눈치였고, 모두에게 지금 연락해야겠다며 부산을 떨었다. 착한 내 동생들이 어설픈 초짜 맏이에게 함께 살아갈 고마운 기회(機會)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혹시 사정이 나아진다면, 나는 제일 먼저 우리 가족 회비를 더 많이 보내고 싶다. 동생들과 자주 만나거나, 수시로 전화 연락이라도 하면서 의좋게 살아야 한다. 언젠가 할머님, 부모님, 그리고 먼저가신 형님 두 분과 내 아우를 하늘나라에서 만날 것이다. 그때 나는 잘 했다는 칭찬을 들으면 좋겠다. 내 속깊은 동생들이 정말 고맙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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