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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국 국가헌병대장, 피의자 신원공개 논란에 전격 사임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19/10/15 [16:43]
교황의 두터운 신임, 근접 경호하며 신변 안전 책임진 인물

바티칸시국 국가헌병대장, 피의자 신원공개 논란에 전격 사임

교황의 두터운 신임, 근접 경호하며 신변 안전 책임진 인물

이중목 기자 | 입력 : 2019/10/15 [16:43]

교황청 "피의자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 강도 높은 비판

 

교황 경호와 범죄 수사 등을 담당하는 바티칸 경찰 조직의 수장이 최근 불거진 금융 부정 의혹 수사와 관련한 피의자 신원 공개 논란 속에 전격 사임했다.

 

교황청은 도메니코 잔니(57·사진) 바티칸시국 국가헌병대장이 사임했다고 14(현지시간) 밝혔다. 국가헌병대는 바티칸시국 내 치안과 교황 경호, 범죄 수사 등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경찰의 역할 및 권한을 행사한다.

 

앞서 국가헌병대는 이달 2일 불법 금융·부동산 거래 의혹과 관련해 교황청 핵심 조직인 국무원과 청내 금융 거래를 감독하는 재무정보국(AIF)을 전격 압수 수색했다. 동시에 국무원 정보문서실장인 마우로 카를리노 몬시뇰과 토마소 디 루차 AIF 국장 등 범죄 혐의에 연루된 5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청내 출입을 금지했다.

 

국가헌병대는 영국 런던에 있는 고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자금 흐름과 교황청 자선기금 유용 흔적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직후 의혹에 연루된 이들 5명의 사진과 현 직책 등이 담긴 직무 배제 명령서가 언론에 그대로 유출되면서 피의자 신원 공개 및 피의 사실 공표 논란이 불거졌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발행하는 주간지 '레스프레소'가 잔니 청장이 서명한 이 문서를 처음 입수해 온라인판에 게재했고, 이후 여러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하면서 피의자에 대한 대외 보안 원칙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교황청 공보실은 잔니의 사임과 관련해 "그가 이번 사안의 개인적인 책임은 없지만, 교황에 대한 신의와 가톨릭교회에 대한 애정 등을 감안해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이번 문서 유출 사건을 두고 "피의자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라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잔니는 "조직의 책임자로서 작금의 사태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다고 한다.

 

바티칸 국가헌병대는 이번 문서 유출 사건을 별도로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관련자가 확인되는 대로 엄중히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피의자 신원이 공개된 데 대해 큰 실망감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잔니는 지난 20년간 국가헌병대를 이끌어온 수사·경호 전문가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다. 교황의 이탈리아·바티칸 내 이동은 물론 해외 순방 시에도 근접 경호하며 신변 안전을 책임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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