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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기부금 10%만 구제금…대부분 재정적자 메워"

김희성 기자 | 기사입력 2019/12/12 [13:36]
WSJ 보도, “2018년 총지출 3억유로에 재정 적자만 7천만유로”

"교황청, 기부금 10%만 구제금…대부분 재정적자 메워"

WSJ 보도, “2018년 총지출 3억유로에 재정 적자만 7천만유로”

김희성 기자 | 입력 : 2019/12/12 [13:36]

 

교황청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쓴다면서 모금한 막대한 기부금 가운데 10% 정도만 실제 구제금으로 쓰이고 대부분은 교황청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따른 적자를 메우는 데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12(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 가톨릭 교인들은 수천만 달러를 교황에 희사하고, 주교들은 신자들에게 연약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자고 권고한다. '베드로 성금'이라고 불리는 교황의 자선기금은 바로 그러한 명목으로 돈을 모은다.

 

그러나 교회가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은 해마다 5천만유로(663억원) 이상 규모인 막대한 모금액의 대부분이 바티칸 자체 행정비용에서 생긴 구멍을 메우는 데 쓰이는 반면, 겨우 10% 정도만 구제사업에 지출된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기금운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최소한 지난 5년간 모금액의 10% 정도만 모금을 위해 광고한 구제 사업에 쓰였고 3분의 2 이상은 교황청 재정난에 대처하는데 쓰였다고 신문은 밝혔다. 지난해 모금액은 5천만유로가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기금 명세서는 바티칸 고위 관료들만 알고 있으며, 일부 교회 지도자들은 베드로 성금의 '전용' 사실이 알려질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 치하의 바티칸 금융 운용에 대한 신뢰성을 해칠까 봐 걱정하고 있다.

 

교황청은 현재 불투명한 런던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스캔들에 휩싸여 있다. 이는 바티칸 관료제 안에 권력 투쟁을 촉발시켰으며 재정감찰관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교황청은 이와 함께 지난달 국제 돈세탁 감시기구에서 회원자격을 정지당하기도 했다.

 

교황청은 또한 늘어나는 재정 적자와 씨름하고 있는데, 이는 교황이 주교들에게 교황청의 미래 경제에 가해질 '중대한 타격'에 대해 경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교황청의 재정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2013년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내부 부패, 낭비, 무능력 등에 대한 개혁에 있어 진전이 더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아우르며, 독립된 국가로 외교활동을 하는 교황청의 2018년 총지출은 3억유로에 재정 적자만 대략 7천만유로에 달한다. 이 같은 막대한 재정 적자에는 만성적 비효율과 급여 비용 상승, 투자 수익 타격 등이 반영된 것이다.

 

교황청 베드로 성금 웹사이트는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 주민과 개인, 가족을 돕는 활동에 쓰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베드로 성금은 전세계 가톨릭 교인들이 매년 6월 특별헌금을 통해 모으며 궁핍한 사람들을 위한 기금 활동으로 모금된다.

 

베드로 성금에 있는 자산은 현재 총 6억유로 정도로 현 교황 초기 7억유로보다 감소한 상태다. 이는 대체로 투자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기금 운용에 정통한 소식통은 신문에 밝혔다.

 

, 베드로 성금의 기부금은 최근 수년간 눈에 띄게 감소해 20176천만 유로 이상에서 지난해 5천만 유로로 줄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교황청의 금융 투명성과 교회 성직자의 성적 학대 추문에 대한 평신도들의 우려가 기부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2019년에도 기부금은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베드로 헌금 기부금 대부분이 재정난을 메우는 데 사용된다는 점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특히 민감한 부분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촉구했으며, 교회의 사명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돌보고 대변하는 데 있다고 계속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교황청 공보처 수장은 기금 사용처와 관련한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베드로 성금의 관리는 교황청 행정처인 국무원 소관으로, 교황청 경찰은 지난 10월 런던 부유층이 거주하는 첼시 지구의 고급 빌딩에 대한 불법 투자 조사와 관련해 국무원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바 있다. 교황청 관리들은 문제가 된 투자의 일부가 베드로 성금에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달 자신이 직접 이번 수사를 인가했다면서, 수사가 부패 혐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이와 함께 베드로 성금 기금을 바로 구제에 쓰지 않고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관행도 변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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