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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1명 미만' 자치단체 4년새 5배 급증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9/12/23 [15:22]
조선일보 분석, 2015년 18곳에서 올 100곳 전망

'출산율 1명 미만' 자치단체 4년새 5배 급증

조선일보 분석, 2015년 18곳에서 올 100곳 전망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9/12/23 [15:22]

20~30대 여성 비율이 전국 최고인 관악구가 전국 최저의 출산율...미혼 비율 높아 

 

부부가 한 명의 자녀도 낳지 않는 '출산율 1명 미만' 지역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이 한 명 밑으로 떨어진 시··(기초 자치단체)가 전체 228곳 가운데 201518곳에서 201636, 201765, 작년 87곳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00곳에 육박할 전망이다. 4년 새 5배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조선일보가 통계청의 올 들어 9월까지 출산 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출산율은 작년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 출산율 0명대를 기록한 87곳은 서울 25개구, 부산 14개구, 대구·대전·광주 각각 4개구, 인천 3개구 등이다. 또 경기 14, 강원 5, 충북·전남·경남 각각 3, 충남·전북 각각 2, 경북 1곳이었다. 대도시의 구() 지역이 대부분이고, 농촌지역의 군은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올해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모두 0명대 출산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전국 최저인 0.597명을 기록한 관악구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미혼 인구가 늘어나면서 극심한 저출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관악구에서 태어난 아기 수는 2582명으로, 인구가 비슷한 경기 평택시(3586)와 제주시(3745)보다도 훨씬 적다. 1인 가구 비율도 지난해 전국 평균(29.3%)보다 크게 높은 47.6%에 달해 전국 최고를 기록한 지역이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 지역에서 벌어지던 일들이 20~30대 여성 비율이 전국 최고인 관악구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관악구 인구에서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성이 37.7%, 남성은 40.2%로 각각 전국 최고다. 전체 여성 중 결혼 연령층인 25~39세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관악구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28.9%.

 

문제는 이들 가운데 미혼 비율이 63.9%10명 중 6명꼴일 정도로 전국 시··구 중에서 가장 높다는 것이다. 전국 평균이 42.2%임을 감안하면 관악구의 미혼 비율은 이례적으로 높다. 관악구와 인구가 비슷한 경기 평택시(49만여명)와 제주시(48만여명)는 작년에 태어난 아기 수가 각각 3586, 3745명이었다. 이 지역들이 관악구보다 아기가 1000여 명 더 많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미혼율이 각각 10명 중 3명꼴로 관악구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악구에 비해 인구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비슷한 숫자의 신생아가 태어난 대구 달성군(2832)과 충남 아산시(2693)를 관악구와 비교하면 저출산 원인이 더 명확하다. 아기를 가장 많이 낳는 30~34세 여성의 작년 출산율(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이 관악구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49.9명인 데 반해 대구 달성군(147.8)은 관악구의 3배에 이른다.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전남 해남은 161.6명에 달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가 늘어나면서 저출산의 늪으로 더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0명대인 시도는 2017년 서울·부산 2곳에 그쳤으나, 작년에 대구·광주·대전이 추가됐다. 특히 작년까지 가까스로 1명대를 유지했던 인천과 경기, 전북이 올해는 출산율 0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전체 17시도 중 절반가량(8)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혼인 건수가 줄면서 대도시가 농촌 지역보다 미혼율이 훨씬 높아졌다. 서울의 25~39세 젊은 여성의 절반(53.9%)이 결혼하지 않아 미혼율이 가장 높고, 충남이 3명 중 1명꼴(32.8%)로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학업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젊은 여성들이 수도권 등 대도시로 대거 이동하고 있지만, 대도시에 정착한 뒤에는 직장 생활 등을 위해 결혼을 미루면서 미혼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혼해도 아기를 아예 낳지 않거나 1명 정도에 그치는 것도 저출산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결혼한 지 5년이 된 신혼부부(2014년 결혼) 가운데 자녀가 없는 부부가 전국적으로 6쌍 중 1(16.8%)이었다. 서울은 이보다 많아 5쌍 중 1(22.5%)이고, 인천(18.3%), 경기(17.4%) 순이었다. 수도권은 농촌 지역인 전남(11.9%), 경북(12.7%) 등에 비해 아기를 낳지 않는 부부의 비율이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결혼한 뒤에도 직장 내에서 발전 가능성이나 경제적 이유 등을 따져 아기 낳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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