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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멀리하는 종교인, 종교의 쇠퇴일까 진화일까

신민형 | 기사입력 2013/07/05 [11:31]
하늘소풍길 산책

성전 멀리하는 종교인, 종교의 쇠퇴일까 진화일까

하늘소풍길 산책

신민형 | 입력 : 2013/07/05 [11:31]
 
성전 멀리하는 종교인, 종교의 쇠퇴일까, 진화일까
 

▲     © 운영자
▶ 나는 산사(山寺)에서 듣는 스님의 염불 소리가 좋다. 목탁소리와 어우러지는 낭낭하고 리드미컬한 염불을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머물던 평화로운 산사의 추억도 되살아난다. 아내와 함께 교회에 가서 기쁨에 찬 찬양 소리를 듣는 것과는 다른 묵직한 편안함을 느낀다. 녹음기와 확성기를 통한 재생된 염불이라도 그 분위기가 좋다. 책에서 읽은 고승들의 법문을 기대하고 산사 법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성진 염불 장단을 가만히 들어보면 아파트 동호수가 줄기차게 읊어지고 있다. 시주한 신도들의 명단이다. 그럴 때는 법당에 들어서지 않고 차라리 산신각이나 칠성단, 포대화상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린다. 그러다보니 산에 오를 때마다 산행 코스로 잡았던 절을 찾는 빈도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둔 절이라며, 오만한 평가를 내리고 멀리하게 되는 것이다. 주위를 살펴봐도 우리의 전통 정서상 부처와 그의 가르침에 매료된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절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의 삼귀의(三歸依)중에 정작 신앙생활상 중요한 "스님들께 귀의하나이다"가 빠진 것이다.

▶ 교회는 안 나가지만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서구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 , '교회 없는 기독인(unchurched Christian)'이 우리나라에도 늘고 있는 것이다. 정식 불자(佛子)는 삼귀의를 해야 하듯이 진정한 크리스천은 기독교 신앙을 갖고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교회에 출석치 않는 크리스천이 생겨나는 것은 교회 행태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이른바 ‘가나안 교인’이란다. 구약 속 히브리인들이 찾아 헤맨 약속의 땅 '가나안'이 아니라, '안 나가'를 거꾸로 해서 '가나안'이다. 최근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가 '가나안 교인'에 대해 조사하고 '갈 길 잃은 현대인의 영성-소속 없는 신앙인의 모습' 보고서를 냈다. 그리고 ‘교회없는 신앙’의 이유로 목회자나 신자들의 모습에 대한 실망, 틀에 박힌 집회, 외형적 성장만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 다른 종교를 배타적으로 보는 행태 등을 들었다. ‘소속 없는 신앙인’의 사례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2012 한국인 종교생활과 의식조사’에서도 기독교인가운데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는 신자들이 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교회의 목회자와 교인들에 대한 불신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대학생선교회 CCC(대표 박성민 목사)가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종교생활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서도 교회 다닌적 있는 신입생 10명 중 7명은 출석을 중단했다고 한다.

▶ 아내도 5월 첫주일엔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예배를 보았다. ‘가나안 교인’이 된 것이다. 나는 그 시간에 하늘에 연두빛 새싹들이 그려진 4월부터 시작한 대모산 맨발숲길의 산책에 나섰다. 숲속 벤치에 누워 신록에 이어 녹음 우거지고 단풍들어 낙엽질 때까지 매주 내 눈에 담아두는 '하늘 소풍'할 수 있는 여유와 호강을 누리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름다운 세상, 소중한 삶의 순간을 느끼며 다음 한주에 부대낄 스트레스와 번거로움, 고통을 이겨내고 기쁘게 생활해야겠다는 약속이었다. 신록의 아름다움과 희열을 느끼는 '하늘소풍'의 평화로움을 항상, 그리고 세상을 떠난 후에도 간직하고 싶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나의 마음을 전달했다. 목회를 하는 친구가 '하늘을 봐요 (Look at the sky)‘라는 영상송가와 함께 “자네의 참 예배시간이네. 샬롬!”이라는 메시지를 보내 주었다. 그러고보니 나의 하늘소풍이 감사, 찬양의 기도로 느껴졌다.

▶ 절과 교회를 찾지 않는 내 방식의 기도와 '소속 없는 신앙'을 참다운 신앙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성전과 성직자를 멀리하는 종교인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여러 보고서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목격하게 된다. 절과 교회를 찾지 않아도 불법(佛法)과 성경말씀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종교에서 멀어지는 걸까? 심층종교로 다가서는 과정일까? 아니면 기독교, 불교, 유교, 도교 등 인류의 지침들이 성전과 우상을 배제하고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는 진화의 과정일까? 진리를 찾고자 헤매는 나약한 인간들의 반복학습일까? 하늘소풍의 호강 누리며 간혹 생각해봐야겠다. 아니, 그저 ‘하늘소풍’에 감사와 찬양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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