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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자연수명은 38년, 의학기술과 생활양식이 수명 2배 이상 늘렸다"

이부평 기자 | 기사입력 2020/01/09 [15:20]
‘DNA 메틸화’로 수명시계 모델 개발, 수명 줄어든 장수 동물도

“인간 자연수명은 38년, 의학기술과 생활양식이 수명 2배 이상 늘렸다"

‘DNA 메틸화’로 수명시계 모델 개발, 수명 줄어든 장수 동물도

이부평 기자 | 입력 : 2020/01/09 [15:20]

생명체의 설계도인 디엔에이(DNA)를 근거로 나타난 인간 자연수명은 38년이었다. 그러나 의학기술의 발달과 생활양식의 변화가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을 2배 이상 늘어났다.

 

해외 과학저널을 인용해 한겨레신문이 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생명체는 나이가 들면 생물학적 기능이 약해진다. 그러다 결국엔 그 기능이 정지되고 만다. 수명이라고 불리는 이 기간은 생물 종마다 천양지차다. 척추동물의 경우 망둥이과 작은 물고기인 피그미망둥이는 8주밖에 살지 못하지만, 북극 심해에 사는 그린란드상어는 400년 이상 산다. 포유동물에선 숲땃쥐가 2.1년으로 가장 짧은 동물에 속하고, 북극고래는 2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DNA에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화학구조가 바뀐다. 그 가운데 하나로 디엔에이 메틸화라는 현상이 있다. 메틸화란 DNA에 메틸기가 달라붙는다는 뜻이다. 메틸기는 후성유전물질 가운데 하나다. 염기서열 부위에 달라붙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구실을 한다.

 

후성유전물질이란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은 채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물질을 말한다. 이 메틸기가 잘 달라붙는 곳이 염기 시토신과 구아닌이 짝을 이뤄 결합하는 부위(CpG site). 이곳에서 시토신이 메틸화해 5메틸시토신이 된다.

 

이 메틸화 현상을 분석해 개와 사람 나이를 비교 환산하는 방법이 발표(온라인 논문집 `바이오알카이브'(bioRxiv) 114일치)된 데 이어, 이번엔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의 자연수명(최대수명=질병 등의 변수를 배제하고 노화율에 기초한 수명)을 계산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과학원(CSIRO)의 분자생물학자 벤저민 메인(Benjamin Mayne)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연구진은 포유동물들의 디엔에이를 분석한 결과, 메틸화가 진행되는 시피지(CpG) 부위의 밀도가 수명과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DNA 메틸화로 계산한 포유동물들의 자연수명.    


연구진은 우선 온라인에 공개돼 있는 척추동물 252종의 게놈 정보를 확보했다. 그리곤 이를 동물의 수명, 촉진유전자(프로모터 유전자=DNA에서 RNA를 합성하는 전사가 시작되는 부위의 유전자) 관련 데이터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촉진유전자 내의 시피지 밀도를 근거로 척추동물의 자연수명을 정확하게 예측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42개의 촉진유전자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12개는 부정적, 22개는 긍정적으로 수명에 작용했다. 나머지 8개는 특별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지 않았다. 연구진은 극히 소수의 유전자만으로 수명을 예측하는 이 수명시계 모델은 모든 척추동물뿐 아니라, 우리가 잘 모르거나 멸종된 종의 수명을 예측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 수명시계 모델을 적용해 멸종된 코끼리과 동물 2종의 수명을 예측했다. 수명이 65년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코끼리의 게놈을 토대로 털매머드와 팔라에오록소돈 안티쿠스(일직선상아코끼리)의 수명을 추정한 결과, 둘 다 60.0년이 나왔다. 1914년 멸종된 여행비둘기의 수명은 28년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인간의 수명에도 적용했다. 38년이란 답이 나왔다. 이는 초기 인류의 수명을 40년으로 추정해온 그동안의 인류학 연구들과 거의 일치한다.

 

침팬지의 수명은 39.7,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수명은 37.8년이었다. 멸종된 인류의 사촌들과 초기 현생인류의 수명은 비슷했다.

 

연구진은 "의학기술의 발달과 생활양식의 변화가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을 2배 이상 늘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반대 결과를 보여주는 장수 동물도 있다. 최장 211살까지 확인됐던 북극고래의 자연수명은 268년으로 나왔다. 자연수명보다 57년이나 적게 산 셈이다. 죽을 때의 나이가 100살을 약간 웃돌았을 것으로 추정된 핀타섬거북의 최대 수명은 120년이었다. 이는 장수 동물들의 경우는 나이가 들면서 노화관련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1212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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