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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열쇠는 속도 아닌 방향…수행은 고통 받아들이는 것
티베트불교 ‘렛고명상’ 지도하는 용수 스님의 10가지 명상 가르침…설 연휴 특별프로그램 실시
기사입력: 2020/01/14 [07:27]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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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불교 렛고명상지도하는 용수 스님의 10가지 명상 가르침설 연휴 특별프로그램 실시

 

한국불교는 교리나 철학적으로 비할 데 없이 뛰어나지만 수행 방편은 부족한 편입니다. 반면 티베트불교는 수많은 방편을 제시하고 체계적으로 수행을 지도합니다. 티베트 명상은 마음이 쉬는 겁니다. 온갖 망상 감옥에 갇힌 마음에 휴식을 주는 거지요. 흔히 분노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분노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닌 자연스런 감정입니다. 그걸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인 것이죠.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이 일어날 때 거기에 빠지거나 싸우려고 하지 말고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 이것이 티베트 명상 렛고(Let go)의 시작입니다. 렛고 명상은 자신의 본마음을 경험하고, 이를 열리게 하는 수행법입니다.”

 

티베트불교를 공부하고 이를 전하는 세첸코리아 대표 용수 스님(51)은 이를테면 본다라는 개념으로 티베트불교 명상의 알아차림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대상을 본다는 행위는 습관에 의지해요. 습관은 라고 할 수 있어요. 좋아하고 싫어하는 그 습관에 따라 대상이 보이는 겁니다. 빨간 장삼 입은 스님을 본다라고 하면 어떨까요. 지금 저를 바라보고 있지만 빨간 색만 눈에 들어올 겁니다. 그러나 빨간 색을 싫어한다면? ‘왜 빨간 색을 입고 있지라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그때 스님은 안 보이고 빨간 장삼에만 시선이 갑니다. 과연 스님을 본다라고 할 수 있나요? 눈과 마음이 떨어지면 본다는 성립하지 않아요. 눈과 마음이 붙어 있어서 빨간 색을 그냥 빨갛다고 여긴다면 마음은 여기에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걸 보는 게 알아차림이에요.”

▲ 용수 스님    

 

좋고 싫고 기쁘고 슬프다는 감정의 망상들뿐만 아니었다. 온갖 걱정거리가 마음속에 일어난다면 마음은 혼란스럽고 바쁘다고 했다. 소리도 냄새도 촉각도 마찬가지였다. 티베트불교 명상수행에서 알아차림은 눈, , , , 몸 그리고 생각과 감정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명상한다는 행위조차도 사라진 상태로 알아차림 명상에 다다르는 것이다. 용수 스님은 거듭 마음에 휴식을 주라고 일렀다. 일상에서도 짧게 자주 알아차림을 이어가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음이 지금 여기 있다면 속으로 를 외치세요. 마음이 이 순간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알리는 방법이에요. 지금 창문 밖 시끄러운 차 소리를 들었나요? 마음이 현재에 있다면 조건에 따라 생멸하는 번뇌 망상은 자리할 수 없지요. 마음이 쉬는 겁니다.” 

 

번뇌의 뿌리는 욕망수행의 출발은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이처럼 티베트불교는 구체적이며 친절하다. 근본불교(위파사나)와 대승불교, 화두선 등 여러 수행 전통 가운데 서구에서 티베트불교(금강승)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서구 지식인들의 요구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이런 티베트불교의 특징을 잘 보여준 명상 코스가 경기도 남양주 천마산 봉인사에서 열렸다. 용수 스님이 진행하는 렛고명상(1222~29)과 렛고심화집중명상(1229~14)이었다.  

▲ 렛고명상 참가자들이 용수 스님(가운데)의 지도로 본성명상을 하고 있다.    

 

렛고(Let go)는 우리말로 내려놓음이나 놓아버리기란 뜻이다. 이 코스는 매일 20~30분씩 순수의식을 자각하는 본성명상을 대여섯 차례 한 뒤 산스크리트어 만트라를 암송하고, 용수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자비명상을 하고, 마음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각 20명씩 참석한 이 코스에서 용수 스님은 티베트불교의 강점인 죽음명상, 본성명상 등을 통해 수행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깼다. 특히 용수 스님은 생각의 혁명을 이끌면서도 특유의 유머와 부드러움으로 참여자들의 언 가슴을 녹여냈다. 용수 스님이 렛고명상에서 가르친 내용의 10가지 키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렛고명상의 10가지 키포인트

 

1. 깨달음을 결정짓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세속인의 마음은 돈과 명성을 향하고 있다. 번뇌의 대부분은 이런 욕망에서 온다. 그러나 그런 욕망을 통한 행복은 일시적이다. 욕망은 끝이 없다. 쇠로 만든 족쇄를 금으로 만든 족쇄로 바꿔도 여전히 족쇄를 찬 것이다. 궁극의 행복인 성불(成佛)을 지향하는 수행자는 마음의 방향을 그런 세속에서 해탈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수행의 출발인 출리심(出離心)이다. 수행은 어디를 향해 가는 게 아니다. 내려놓는 것이다.

 

2. 수행이란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만 고통스러운 것 같은가. 그렇다면 희소식이 있다. 나만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나만 죽고 싶었던 게 아니다. 타인들도 다 그런 때가 있었다. 자신이 고통스러울 때 더 자비심을 가질 수 있고, 삶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고통이 있을 때 출리심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슬픔을 허용하라. 기쁘지 않아도 괜찮다. 굳이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해줘라. 그래도 명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3. 죽을 때 마음의 힘 외엔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목숨과 수행력이다. 죽을 때 벌거벗은 본성, 즉 정광명(淨光明)이 나타난다. 명상을 해본 경험이 없고, 마음의 힘이 없는 대부분의 중생은 죽는 순간 기절을 해서 정광명과 합일할 기회를 놓친다. 그러면 자신의 내생을 선택할 수 없고, 업에 따라 윤회할 수밖에 없다.

 

4. 창의성은 생각이 아닌 생각 너머에 있다

 

명상의 핵심은 완전히 열린 마음이다. 개념을 벗어난 청정한 마음이다. 생각(관념)을 붙잡고 있는 한, 진정한 명상이 아니다. 청정하고 비어 있는 마음이 지혜와 창의성과 힘의 끝없는 원천이다.

 

5. 명상은 생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이 굳어지면 마음의 감옥이 생긴다. 생각을 쉰다는 것은 생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을 하고 있는 한, 수축 긴장하게 된다. 알아차림이 현존하면 된다.

 

6. 게으른 사람도 붓다가 될 수 있다

 

본성명상의 핵심은 이완(relax·릴랙스)이다. 우리의 본성은 항상 자유롭고, 평화롭고, 자비롭고, 행복하다. 이미 부족함이 없다. 너무 애쓸 필요가 없다. 애씀 없이 게으른 듯이 릴랙스하면 자연스럽게 이 상태로 갈 수 있다. 자각 속으로 릴랙스하는 것이 수행의 비결이다. 명상의 목적은 본성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생각이 윤회고, 릴랙스가 열반이다.

 

7. 자고 꿈꾸는 것처럼 삶도 꿈이다

 

꿈속에서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 있는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다. 잠에서 깨어나면 꿈의 기억이 남듯 죽을 때도 그 기억만 남는다. 아이들은 쌓아놓은 모래성을 허물어버리면 운다. 그것을 실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에서 울고 두려워하는 것도 그렇다.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8. 원수가 바로 스승이다

 

만약 삶에서 고통이 없고, 미워하는 원수가 없다면 이곳에 올 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 원수가 수행을 이끌고, 나를 깨어나게 하는 스승이다. 비록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어도 수행자는 그를 나쁜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라고 여겨야 한다.

 

9. 이기적인 행복 없고, 이타적인 불행도 없다

 

나만 아끼는 것이 고통의 원인이다. 나에 대한 집착이 작을수록 열려 있고, 행복하다. 모든 불교 수행은 아집을 닦는 것이다. 손이 발을 보살피듯이 중생을 돕고 보살펴야 한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아이를 낫게 하고 그 고통을 대신 받게 되기를 원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엄마는 고통이 있어도 행복해한다. 마사지 받을 때 아프면서도 시원한 것과 마찬가지다. 받아들이면 고통도 견딜 수 있다.

 

10. 수행은 한 번의 승부가 아니라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지구전이다

 

습관은 미묘체(에너지체)에 기록된다. 우리 몸에 업이 기록된다. 우리는 바람과 두려움으로 끝없는 밀당을 되풀이하는 생각 속에 빠져 지내 업을 쌓는다. 이를 알아차리는 습관에 익숙해져야 한다. 티베트어로 명상은 인데, ‘익숙해진다는 뜻이다.

 

참가자들이 명상 후 깨달은 것은 뭘까

 

렛고명상 참가자들은 죽을 둥 살 둥 해도 깨닫기 쉽지 않다는 명상을 애씀 없는 릴랙스를 통해 하는 것에 놀라움을 표했다. 최고령자였던 K(73)씨는 릴랙스하다 보니 생각이 본성에 녹아든다고 했다. J(57)씨는 뭘 하든 너무 애쓰고 살았는데, 쉬면서도 알아차리고 깨우칠 수 있다니 행복하다고 했다. G(47)씨는 마음속에서 용납되지 않는 사람 때문에 괴로웠는데, ‘깨달음을 위해 원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고정관념이 바뀌었다고 했다. 고교 철학과목 교사 L(56)씨는 감동적인 영화를 본 것처럼 기쁘다삶의 방향을 잡기 위해 1년 휴직을 했는데 이번 명상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세첸코리아 설 연휴 맞아 특별 명상프로그램 실시

 

티베트 불교의 전통명상과 현대화된 명상을 전하고 있는 세첸코리아(대표 용수)가 설 명절을 맞아 연휴 기간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상명대 인근 세첸명상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오전 10시 명상과 기도를 시작으로 108, 법문, 만트라, 자비명상, 마음나누기 및 질의응답 등으로 이어진다. 참가비는 하루 3만원으로 회원 2만원, 스님은 자율보시다. 따로 신청할 필요 없이 입금 후 자동 신청된다.

 

이번 명상을 지도하는 세첸코리아 용수 스님은 아홉 살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독실한 모르몬교인으로 살던 중에 중 모교인 유타대에서 달라이라마 강연을 듣고 출가했다. 스님은 남프랑스 티베트 사찰에서 4년간 무문관 수행 후 2007년부터 한국에서 세첸코리아를 설립해 티베트불교의 다양한 명상과 수행법을 대중들에게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안되겠다 내 마음 좀 들여다봐야 겠다가 있다.

 

용수 스님은 새해부터 수행으로 한해를 열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설연휴 명상 프로그램을 개최하게 됐다우리에게 주어진 것으로 최선을 다 하고, 더 기대하지 말고 더 적게도 하지 말자고 법문했다. 010-2020-1645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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