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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잡생각 버리고 사람 만나고 매일 걸으면 일상이 명상”
‘힐링멘토’ 혜민, 불면증 상담해주다가 특파원출신 다니엘 튜더와 명상앱 ‘코끼리’ 제작
기사입력: 2020/02/12 [11:30]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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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멘토혜민, 불면증 상담해주다가 특파원출신 다니엘 튜더와 명상앱 코끼리제작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 마음과 기분을 들여다보는 명상, 마음 챙김, ‘마인드풀니스(Mindfullness)’는 서구권에서는 새로운 삶의 태도이자 또 다른 형태의 요가처럼 여기고 있다.

 

힌두교인이 아니어도 요가를 통해 몸의 균형을 찾듯, 불교인이 아니어도 명상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영국 의회의원, 미국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이미 1천개가 넘는 명상 앱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명상 콘퍼런스가 열리면 IT(정보기술)기업 창업자,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주요 언론사들이 대거 참여해 크게 북적인다. 명상이 열풍이 되자 비즈니스가 됐고, 돈에 힘입어 애플리케이션은 한층 더 세련되게 발전했다

 

명상으로 스트레스 관리해주는 앱 코끼리

 

일상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편안해지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코끼리명상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자. 마음수업(대표 다니엘 튜더)과 혜민 스님이 함께 제작한 명상심리 앱으로 자존감 돌보기 명상 굿바이 스트레스 감정을 다스리는 명상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

 

20198월 출시 후 5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가 16만 명을 돌파했다. 회원가입 시 7일간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으며 1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유료 정기구독도 할 수 있다. ‘코끼리명상 앱은 내가 집중하고 싶은 명상의 주제를 선택하고 매일 다른 주제로 10여분 정도 듣는 프로그램이다.

지도자인 혜민 스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무의식적으로 구부렸던 어깨를 펴고, 숨 깊이 들이마시고, 편안하게 내쉬고라는 말을 3번 정도 반복하며 호흡조절을 통해서 먼저 심신의 긴장이 풀리게 해준다.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호흡하던 일이 명상의 중요한 첫 단계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명상이란 생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아를 가지고 있고 나(Self)를 통해서 바깥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다. 명상의 마무리 단계에서 혜민 스님은 늘 이렇게 위로를 전해준다.

 

여러분이 어딜 가시나 항상 보호받으시고, 사랑받으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앱 론칭 3개월 만에 15만 다운로드

 

혜민 스님은 요즘 미국 IT업계에선 명상 관련 앱이 수천 개씩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 가운데 ’(Calm)이라는 앱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종교학과 출신인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교인 가운데 한 사람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힐링 멘토이다. 스님이 2012년 펴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교보문고가 선정한 2010년대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꼽혔다. 5년 전부터는 명상 센터인 마음치유학교를 운영하면서 평온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37개국에서 번역된 책 덕분에 그의 강연 무대는 최근 북미, 동유럽, 남미로까지 넓어졌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 명상 앱까지 만든 것일까. 그는 평소 친분이 있는 다니엘 튜더(38·이코노미스트한국특파원)가 불면증을 호소해서 개인적으로 명상법을 알려주었는데, 효과를 보더니 명상 앱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면서 마침 지방 사람들로부터 마음치유학교에 오지 못해 아쉽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4500원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끼리 앱은 론칭 5개월 만에 16만 다운로드를 기록, 국내 앱 마켓 건강·피트니스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국내 앱 시장에 잔잔한 명상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명상앱 개발자로 변신한 다니엘 튜더(왼쪽)와 혜민 스님. 튜더의 불면증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튜더 전 특파원이 보증한 불면증 해소법 

 

튜더가 확실한 효과를 봤다는 불면증 해소법은 뭘까. 진짜 명상만 잘하면 꿀잠을 잘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혜민 스님은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생각을 버리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은 하루 종일 지나치게 많은 생각 속에 빠져 살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은 자신이 생각에 끌려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어깨나 허리 등 특정 부위의 통증이 느껴진다면 낮에 활동하는 내내 어떤 생각에 빠져 긴장을 하느라 신체에 힘이 들어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사실부터 인식하는 알아차림단계를 거쳐야만 생각을 잊을 수 있다고 했다. 이후에는 보디 스캐닝’(body scanning: 몸 전체의 윤곽이나 상태를 파악하는 일)을 해 보라고 권했다. 누워서 몸의 감각에 집중해 머리부터, 가슴, 발끝까지 하나하나 천천히 어떤 상태인지 느껴 보라는 것이다. 지금 내 몸의 어느 부분이 긴장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면 서서히 그 긴장이 풀린다. 이 단계를 거쳐야 렘(REM) 수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

 

생각보다 적극적 행동필요해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은 주로 어떤 생각에 빠져 특정 감정에 사로잡히고 이로 인해 불면증과 우울증, 자존감 결여 등에 시달리는 것일까. 그는 국내외 강연을 다녀보면 요즘 한국인의 고민은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무기력으로 모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내가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향후 커리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이 많다면서 이러한 고민들은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고, 당장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전하다가, 자기 전에, 혹은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불안감이 밀려오면 마음아, 그 일이 일어나면 생각하자라고 하는 문구(文句)를 되새기는 명상법을 통해 생각을 날려버리라고 조언한다.

 

외로움에 대해서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스마트폰 사용 등에서 비롯된 초연결사회의 부작용 탓에 요즘 사람들이 더욱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예전과 달리 사람이 싫어지면 온라인에서 쉽게 차단해 버리는 탓에 관계 맺기 과정에서 에너지를 쓰기 싫어하거나 아예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생각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도 중요하다고 봤다. 우선 혼자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혼자가 편하다고 여길 때도 있는데 외롭다고 느껴지는 건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누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떠오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면 된다.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먼저 연락은 하지 않은 채 수동적으로 연락을 받기만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스님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서로 배우고 공감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서 만남을 통해 때론 상처를 주고받지만 치유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무기력은 반복되고 지쳐 있는 일상에서 온다. 그는 “‘회사, , 회사, 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내가 무엇을 했을 때 활력이 생기는지 잊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끼리 앱에선 명상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싱글 남녀의 활력을 위해 스피드 데이팅등 미팅도 주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無毛한 형제들’, ‘TMI메이트교류 자체만으로 힐링

 

혜민 스님이 아무리 만인의 힐링 멘토라 해도 생각을 버리지 못할 때가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나도 사람이라면서 없다면 거짓말이란다. 그는 SNS에는 종교인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며 세속적이다. 땡중이 뭘 안다고 조언하느냐 등의 악플이 잔뜩이라고 실토했다. 그런데도 그는 기분 나쁜 말을 되새기면 몸이 아프고 힘들다면서 매일 의식적으로 1시간씩 걷는 것이 생각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걸으면서 나무도 보고, 웃는 아이들도 보고,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달리는 것에 주의하면 잡생각이 저절로 사라진다

 

스님은 스트레스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해소한다. 헤어스타일이 서로 비슷한 연예인 홍석천, 하림,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등과 무모(無毛)한 형제들이라는 모임을 갖고 정기적으로 만나 폭풍 수다를 떤다. 스타강사 김미경, 야구선수 박찬호 등도 그의 ‘TMI(Too much talking) 메이트가운데 하나다. 때로는 모임이 오히려 피곤할 때가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모임은 목적이 있으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내가 속한 모임이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는 진정한 치유의 모임은 좋은 사람들이 교류 자체를 즐기기 위해 모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우리는 끝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는 행복의 조건은 확실히 있다. 몸이 건강한 것, 스스로 의미를 느끼는 일을 하는 것,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 것이다. 물론 좋은 집, 차를 사거나 명품을 구매하는 것도 기쁨이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순간의 만족뿐만 아니라 의미를 찾으며 살아간다. 가장 보람된 삶의 의미는 나의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여길 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자존감과도 연결된다. 명상을 통해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감사함과 자신감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좀더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혜민 스님과 명상앱 코끼리만든 다니엘 튜더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특파원이 처음 한국에 온 것은 2004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국도, 튜더 자신도 변했다. 기자에서 작가로, 크래프트 맥주 사업가로 외연을 넓혀왔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엔 외국인으로선 이례적으로 청와대 비상근 업무를 맡아 화제가 됐다. 최근엔 또다시 새 명함을 팠는데, 명상 앱 개발자다. 불교계의 셀레브리티(Celebrity 또는 Celeb유명인이란 뜻으로 대중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영향을 끼치는 사람) 혜민 스님과 함께 코끼리라는 이름의 명상 앱을 만들었고, 지난 1월말 현재 가입자 수만 16만 명을 돌파했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인 그는 옥스퍼드대 졸업 후 스위스에서 잘 나가는 금융맨으로 일하다 인생 항로를 틀었다. 그는 지루한 천국에서 사는 것보다 짜릿한 지옥이 낫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한국의 역동성이 좋았다고 했다그가 기자 시절인 2012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썼던 칼럼 후 한국엔 다양한 수제 크래프트 맥주 붐이 일었다. 덩달아 그도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맥주 사업을 벌였다. 한국 사회를 분석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와 한국 정치를 집중 조명한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도 펴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명상을 하게 된 걸까? 몇 년 전 개인적으로 힘든 가족사를 겪으며 불면증이 찾아온 게 계기가 됐다. 그는 피곤은 한 데 잠은 못 이루는 괴로움에 시달리면서 문득 나는 하고 싶은 일을 거의 다 하고 있는데 왜 행복하지는 않을까하고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때 도움이 된 이가 혜민 스님이다

 

튜더는 혜민 스님과는 중앙일보 대담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스님에게 불면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물었고, 함께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명상 앱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 모두 코끼리2019년 주목할만한 앱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인사로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하지 않나라며 “‘고생을 많이 한다는 게 칭찬의 이유가 되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이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극심한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 사회에야말로 명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의 시선이라고 조심스럽게 전제한 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 폭발 지수가 더 높아진 것 같다거리를 걷다 보면 힘들어 보이는 분들을 더 많이 보게 된다고 했다.  

 

명상을 하다 최근엔 외로움에도 천착하고 있다. 관련 에세이집도 이번 봄쯤엔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외국에 살면서 종교도 가족도 없는 터라 외로움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됐다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원룸에 살고, 독신으로 살아도 전혀 문제없는 자유롭고 편리한 삶 속에서 고독이라는 달갑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걸 되돌아보면 좋을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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