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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봉준호 신드롬’과 ‘기생충’ 이후 한국영화의 과제들
로이터 통신 “한국 영화산업은 세계최대 규모”…‘K무비’ 세계수출 새 이정표 기대
기사입력: 2020/02/14 [15:15]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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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한국 영화산업은 세계최대 규모”...‘K무비세계수출 새 이정표 기대           

    

한국영화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을 통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수상하며 한국영화를 세계적 수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또한 기생충은 그동안 아카데미가 보여준 보수적이고 백인 중심의 영화제라는 오명(汚名)과 편견(偏見)을 깨고 세계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K팝을 넘어 K무비라는 한류문화 수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만 공략해 왔지만 이번 수상으로 북미시장은 물론 유럽에까지 수출시장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인간에 대한 탐구심’·‘보편적 정서통했다

영화전문가들이 꼽은 수상 이유 치밀한 장르적 완성도·천재성 결합"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10일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각본·국제장편영화·감독상은 물론, 최고 영예인 작품상까지 휩쓴 데 대해 국내 영화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일제히 축하했다. 수상 이유로는 인간에 대한 탐구심’,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를 다룬 점을 꼽았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기생충이 작품상까지 타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지난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뒤 한국에서 열기가 시들해졌는데 미국에서는 한창 불붙는 상태다. 북미 시장에서 불고 있는 봉 감독 열풍과 기생충 신드롬을 우리가 잘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관객 수나 제작 편수, 매출 등 객관적 지표로 따져 보면 한국영화 산업은 전 세계 5, 6위권으로, 굉장히 큰 영화 시장이라면서 한국영화는 그간 칸을 비롯해 해외 영화제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 왔고 이번 결과가 갑자기 일어난 기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로이터통신도 한국의 영화산업은 세계 최대 규모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 봉준호 감독이 2월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해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봉준호 감독론으로 2017년 영화의전당 아카데미 영화 비평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한창욱 영화 평론가는 장르 영화의 역사는 곧 미국 영화의 역사처럼 여겨질 만큼 할리우드는 오랜 시간 장르 영화의 선두 주자였다기생충은 할리우드에서도 배우고 선망하고 싶을 정도의 치밀한 장르적 완성도와 함께 장르를 절묘하게 비트는 천재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치밀함과 천재성의 결합이 할리우드와 미국 관객을 열광하게 한 것 같다고 수상 이유를 분석했다.

 

한 평론가는 또 기생충은 사회적 의미와 인간에 대한 탐구심을 담고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린다면서 단순히 영화가 어떤 언어로 만들어졌는지를 떠나, 장르 문법과 동시대의 보편적 문제는 언어를 뛰어넘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김경만 영화진흥위원회 국제전략팀장은 현지 마케팅을 지원할 때만 해도 국제장편영화상 후보 지명만 돼도 좋겠다는 분위기였는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한국영화 산업과 창작자들에게도 굉장한 자극이 되고 한국영화의 외연이나 세계관을 넓혀 주는 대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도 기생충과 관련된 사람들, 이런 큰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동시대 동종업계에서 일할 수 있어 행운이라 생각한다면서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 외에 배우 김남길과 박정민 등도 축하 행렬에 동참했다. 다만 영화계 관계자들은 기생충의 쾌거와 한국영화 위기론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독립영화의 어려운 제작 여건, 독과점 등 한국영화계의 내적 모순이 이런 외부의 성과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그런 성과들이 한국영화 전체의 체질 개선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고 다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 영화계 노력 축적된 결과정치권, 낮 뜨거운 기생충마케팅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210일 청와대를 비롯한 각계에선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축전을 통해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봉준호 감독과 배우, 스태프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기생충은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고 개성 있고 디테일한 연출과 촌철살인의 대사, 각본, 편집, 음악, 미술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 역량을 세계에 증명했다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은 아카데미 4관왕은 지난 100년 우리 영화를 만들어온 모든 분들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봉준호 감독, ‘기생충영화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을 했다박수 한번 치면서 시작할까요라고 말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회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로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또 봉 감독을 220일 청와대로 초청해 만난다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봉 감독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최근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을 축하하고 격려할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을 통해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었다. 실로 대단하고 경이로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축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영화의 새역사가 쓰였다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 쾌거를 축하한다고 평가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백인 남성 위주의 폐쇄성으로 비판받아 온 아카데미에서 한국영화가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 영화계의 쾌거를 넘어 세계 영화계가 더욱 풍부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연이어 들려온 놀라운 소식이라며 전 세계에 한국영화, 한국 문화의 힘을 알린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외교가도 한국영화 100년 역사의 최대 경사에 박수를 보냈다. 특히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먹으며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대사관 동료들과 함께 짜파구리를 먹으며 오스카 시상식 관전 파티를 즐기고 있다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 감독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전했다.

 

주한 독일대사관은 수상자 발표가 나온 뒤 공식 트위터에 영화 기생충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는 글을 한국어와 독일어로 올렸다. 주한 영국대사관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응원합니다!”고 적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0195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 논평 한 줄 내지 않고 기생충에 대해 좌파운운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패러사이트(기생충)’ 같은 영화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범여권 ‘4+1 협의체'를 비판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그에 기생하는 군소정당은 정치를 봉준호 감독한테 배웠는지는 몰라도 정치판의 기생충임이 틀림없다고 비꼬았다.

 

이렇게 기생충폄훼에 바빴던 한국당이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 4관왕 달성 이후, 갑자기 기생충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봉 감독의 고향인 대구 지역 한국당 총선 예비후보들은 봉 감독 기념사업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 중·남구에 출마한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봉준호 생가터 복원과 봉준호 동상 건립, 봉준호 영화의 거리 조성 등을 약속했다. 대구 달서병 예비후보인 강효상 의원은 봉준호 영화박물관 건립을 공약했다.

 

기생충마케팅에는 다른 정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이번 수상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재인정부 문화정책 덕분이라고 자찬했다. 호남 기반의 대안신당은 김대중정부 때 국가 예산의 최소 1%를 문화정책에 썼다DJ가 이번 기생충쾌거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갑자기 문화 예술 1등 국가5번째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공약 다수가 기존 정부 정책과 유사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화예술인 실업보험제도 추진 공약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기생충은 국제사회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빈부격차, 계층갈등을 다뤄 전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 낸 영화다.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기생충이 발신하고자 했던 사회 양극화 문제다. 영화의 철학과 메시지는 외면한 채 숟가락 얹기식으로 정치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창작자의 자율성 보장, 스크린상한제 도입 등 포스트 봉준호 시대대비해야

 

앞으로 한국 영화산업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선 극복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다. 먼저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투자자들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계에서 봉 감독 같은 대우를 받는 감독은 몇 안 된다. 국내 영화산업은 2000년대 이후 투자배급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감독과 제작자는 영화를 자신의 연출 의도대로 자유롭게 만들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재능 있는 신인감독들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도 전에 투자자와 타협해야만 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새롭고 신선한 영화가 나올 수가 없다. 감독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스크린상한제 도입 또한 시급하다. 국내 극장에서는 일부 흥행영화만이 빛을 보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스크린독과점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지적되는 고질적인 병폐인데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다. 수직계열화를 단기간에 없앨 수 없지만 대신 작품마다 선의의 경쟁을 하고 다양성 있는 영화를 발전시키며 관객들의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스크린상한제 도입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영화는 식상한 소재의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만을 만들고 있다. 봉 감독은 장르를 예측할 수 없는 자신만의 특화된 장르로 세계를 공략했다. 예술성과 대중성, 코믹과 스릴러를 아우르며 세계를 석권했다. 그는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까지 때로는 외국배우를 출연시켰고, 미국자본을 통해 북미 전역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이렇게 북미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로 결국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 자신만의 영화장르를 만들어낸 것이다. 감독들은 자신을 브랜드화할 콘텐츠 개발에 힘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언어의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봉 감독이 지난해 아카데미를 향해 로컬이라고 비판했지만 미국시장이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이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미권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지만 미국영화 점유율이 90%를 육박한다. 외국영화가 설자리가 그만큼 좁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미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1인치 자막을 통해 전달되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실제로 기생충이 북미권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번역과 통역의 힘이 컸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미국인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한국과 미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관객들에게 언어적 감각으로 어필했다. 통역을 맡은 샤론 최 역시 미국에서 유학 중인 영화학도다. 각종 인터뷰에서 작품 속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었다. 영어의 장벽을 극복할 때 한국영화는 세계화의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

 

한국영화는 100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세계화에 미흡했다. 이제 막 비상하기 시작한 K무비에 관심과 흥행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포스트 봉준호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예술적 상상력을 막는 각종 규제와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 지금은 한국영화 산업의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당국과 영화계의 적극적인 대책 수립이 중요한 때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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