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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경제다

뮨윤홍 대기자 | 기사입력 2020/05/05 [19:07]
고용·소비 ‘최악’…文대통령 “경제 전시상황”

이제부터는 경제다

고용·소비 ‘최악’…文대통령 “경제 전시상황”

뮨윤홍 대기자 | 입력 : 2020/05/05 [19:07]

 


고용
·소비 최악대통령 경제 전시상황

 

국내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지 428일로 100일을 맞았다. 2월말 수백명씩 쏟아지던 하루 신규환자는 최근 10명 안팎으로 낮아졌다.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 없지만, 무겁고 갑갑한 보호복을 입고 코로나19 환자를 돌본 의료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 시민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한 수많은 이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평가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내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서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코로나바이러스와 불편한 동거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방역과 일상의 지혜로운 공존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방역을 넘어 K-일상이 또 다른 세계 표준이 되고,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 나가자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 이제부터는 경제다. 문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경제 전시(戰時)상황으로 규정하며 한국 경제 위기를 공식화했다.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고용한파와 소비심리 추락이 통계로 줄줄이 확인되면서 암울한 경제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3차 추가경정예산과 한국판 뉴딜등 대책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4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과 관련해 그야말로 경제 전시 상황이라며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는 경제중대본’(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으로 모든 부처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혼연일체가 되어 위기 극복의 전면에 나서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특별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디지털 기반의 대형 IT(정보기술)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이해관계 대립으로 미뤄졌던 대규모 국책사업도 신속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런 위기감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1.4%를 기록한 데 이어 실물경제 충격이 각종 통계에 여실히 드러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출·소비 빙하기내수 살려 경제위기 탈출한다

실적 개선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소비 진작 통한 불씨 살리기나서

 

문재인 대통령이 428일 국무회의에서 경제 전시상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의 충격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경제의 양대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주요 수출 대상국들도 대부분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돼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 개선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우선 내수를 살려 경제위기 탈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수출은 코로나19가 세계에서 창궐한 영향이 반영되면서 4월 들어 급격히 악화했다. 4120일 수출액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6.9%나 줄었으며, 4월 전체 실적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내수도 상황이 좋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면세점, 백화점, 전문소매점 등 오프라인 업체들을 중심으로 판매가 급감했다. 3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34.6%, 할인점 매출액은 -13.8%를 기록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96.5% 급감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주요 경제분석기관은 2020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마이너스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전망치를 201910월 전망 당시보다 3.4%포인트 낮춘 -1.2%로 수정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새롭게 반영된 데 따른 조정이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종전 -0.2%에서 -1.2%로 떨어뜨렸다. 세계 금융위기 때도 우리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경제활동을 완전히 중지하지 않고도 감염 확산세를 진정시켰다는 점이다. IMF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때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던 1998(-5.1%)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기는 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을 가장 높게 예상한 것도 방역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문 대통령은 방역과 일상을 공존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내수 활력 대책도 준비하고 추진할 때가 됐다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한 시간표를 보다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소비쿠폰 집행을 본격화하고 선결제·선구매 활성화 정책 등 정부가 이미 결정한 사항의 신속한 집행을 포함하여 본격적인 소비 활력 제고를 위해 상황에 맞는 필요한 조치들을 신속히 강구해 주기 바란다는 당부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방역으로 봉쇄나 이동금지 조치로 문을 닫은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생산기지가 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무기로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들의 유턴을 포함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첨단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도록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지원방법을 조속히 강구해 줄 것도 요청했다.

 

정부는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 대출 지원 자금을 4조원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기간산업 지원을 위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 발행을 위한 국가보증 동의안을 심의·의결했다. 해당 기금 조성과 국가보증 동의안은 국회 의결이 필요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기간산업 지원을 위한 기금 조성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는 그동안 재정·금융지원 포함 240조원 수준의 지원대책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추진해 왔다.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15만개 언택트 알바만든다대통령 "디지털 일자리가 핵심"

고용절벽 긴급대책. 실직자 등 취약계층 40만명고용유지지원금 융자로 지급

 

정부가 422일 발표한 고용안정 특별대책은 고용 유지, 직접 일자리 마련, 실직자 지원으로 요약된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융자로 선()지급해 실업자로 전락할 근로자를 휴직자로 붙들어놓고, 고용창출 여력이 약해진 민간 대신 정부가 55만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청년·노년층을 위해 언택트(비대면·비접촉) '공공알바' 일자리도 15만개 만들기로 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일정 소득 이하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프리랜서, 무급휴직자 등에게도 월 50만원씩 3개월간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총10조원 규모로 286만명이 수혜 대상이다.

 

언택트 일자리 포함 55만개

 

이날 대책 중 눈에 띄는 내용은 정부가 언택트 일자리 15만개를 포함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용 공공일자리 55만개를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경제를 덮치면서 민간의 고용 창출력이 현격히 약해진 만큼 일자리 질을 떠나 어떻게든 고용을 일으키겠다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꺼번에 10조원의 대책이 나간 건 처음 본다""역대 일자리 규모 중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내용을 보면 비대면 디지털 정부 일자리에 1조원을 투입해 10만명을 고용하고, 정보기술(IT) 활용이 가능한 민간 일자리(월급여 180만원) 5만개를 지원한다.

 

이들 언택트 일자리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다. 대면 접촉이 적은 IT 분야 업무나 방역, 환경보호 등 업무를 하게 되는데 주 15~40시간 일하고 최저임금 이상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무기간 최대 6개월의 단기 일자리다. `질 좋은 일자리`로 평가하긴 어렵지만 취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청년들이 경력을 쌓는 차원이다. 또 실직자, 폐업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30만명을 대상으로 방역, 산림재해 예방, 환경 등 야외에서 일하는 공공일자리를 제공한다.

 

무급휴직 지원 프로그램도 도입

 

정부가 가장 필사적인 것은 고용 유지대책이다. 특히 고용유지지원금을 먼저 융자로 지급하고 고용 유지를 실시하면 보조금으로 전환하는 `고용유지자금 융자사업`을 꺼내 들었다. 이전까지는 사업주가 먼저 휴업수당 등 인건비를 지급한 뒤 나중에 정부에 지원금을 신청해야만 했다. 앞으로는 휴업수당 지급이 어려워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업장도 고용유지조치계획서를 제출하고, 지원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휴업수당을 선지급받을 수 있다. 무급휴직 지원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선유급휴업 요건을 한시적으로 폐지 또는 완화하고 무급휴직을 실시한 경우 최대 3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제각각 특수고용 지원 기준 통일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실업급여는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해야만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특수고용직 근로자, 영세자영업자는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3월 특수고용 지원책에 더해 지원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지원이 특고 근로자·영세자영업자 규모에 대한 정확한 추산도 안된 상태에서 사업을 실행한 것이라 대상 폭이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지난 3월 특수고용직 근로자 14만명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대상을 대폭 늘리고 특고 근로자뿐만 아니라 영세자영업자까지 대상으로 했다""특고 근로자는 20~30만명 정도가 추가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사업을 실행해 기준이 제각각이었는데 이번에는 전국 단위로 일원화해 지원 기준을 통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대반등의 기회 오나

강한 제조업·방역성공 활용`바운스백 코리아` 온힘 쏟아

 

"위기관리에서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고 경제 재도약을 위한 과제를 공세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20081216일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때였다. 하지만 이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 이후`를 주로 거론했다. 초기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여유가 엿보였다.

 

내부적으로는 유동성 공급을 늘려 기업들을 추스르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중국·일본 등과 총900억 달러의 통화스왑을 통해 외환유동성을 다잡았던 시기였다. 이날 강 장관은 공격 축구를 강조했다. 수비 축구는 아무리 잘해봐야 `00`이고, 이기려면 공격 축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당시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경제학자들은 툭하면 강만수 경질을 주장하곤 했다. 하지만 한국 역사상 경제위기를 가장 깔끔하게 극복한 것은 강만수 경제팀이다. 객관적 지표가 그렇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토대가 그때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년 세월을 사이에 두고 공격 축구를 시도할 타이밍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1인당 5만달러 진입을 노려볼 수 있는 득점 기회이다. 이미 한국은 세 장의 히든카드를 쥐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실물, 금융의 복합위기라고 하지만 본질을 따져보면 인간접촉 서비스업(human contact industries)에 집중된 위기다. 지금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억제돼 있지만 일정 구간을 벗어나면 전혀 새로운 시야가 트이게 돼 있다. 억눌려왔던 소비 욕구가 분출될 것이고, 각국이 풀어놓은 어마어마한 유동성도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 첫째 수혜자는 원래부터도 바이러스와 큰 상관이 없었던 비대면 제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가장 잘하는 분야다. 이게 첫 번째 카드다.

 

둘째는 한국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회초리를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맞았다는 점이다. 한국의 4월은 미국, 일본, 유럽의 6~7월쯤 상황과 비슷하다. 우리가 출구 앞에 서 있다면 저들은 이제 막 입구를 지난 정도다. 경쟁자들이 기력을 회복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기업인들의 머리는 이미 그런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했거나 방만경영을 했던 경쟁국 기업들이 속속 나가떨어질 것이고, 이들이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한국은 `시간차 공격`의 이점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 한 대기업 CEO의 전망이다. 그는 "기운을 아껴서 1년을 버티면 큰 기회가 온다"고 장담했다.

 

세 번째 히든카드는 확 달라진 의사결정 여건이다. 한국 경제는 정부의 복지부동과 정치권의 결정장애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받아야 했다. 4·15 총선 승리로 전례 없는 의사결정권을 갖게 된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과 경제를 생각해 신속하게 움직인다면 우리에게 승산은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은 뜨거운 물속의 개구리 같은 신세였다. 기득권과 정치논리 탓에 궤도를 수정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이런 구도를 일거에 흐트러뜨려 놓고 말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기업의 도산과 대량 해고로 생산능력이 훼손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한편, 한국 경제의 고질병들을 뜯어고칠 수 있는 그랜드 디자인이다. 또 그에 따른 강력한 실행력이다. 이건 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실로 이어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중소기업, 근로자-사용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구도이다. 하늘이 내려준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결코 놓쳐선 안된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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