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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우리 집에 모신 신(가신)들 이야기

장정테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5/22 [21:36]
기본성격상으로 모두 같은 가신신앙과 무속신앙, 마을신앙

장정태 박사의 한국종교학●우리 집에 모신 신(가신)들 이야기

기본성격상으로 모두 같은 가신신앙과 무속신앙, 마을신앙

장정테 논설위원 | 입력 : 2020/05/22 [21:36]

우리가 사는 공간으로 집을 중심으로 하는 가신신앙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보면, 집안에 위치하는 신적 존재들에 대한 신앙을 말한다. 가신신앙은 가정 단위의 신앙이지만, 유교적인 제례와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유교 제례는 형식과 이념 및 논리적 특성으로 남성들이 주가 되는 것에 비해서 가신신앙은 여자들이 중심이 되어 소박하고 현실적이며 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한다.

 

자연적으로 발생해 교주나 창시자가 없는 민간신앙

 

무속이나 동제 등과 같은 민간신앙은 인류문명의 발생과 함께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기성의 종교들과는 달리 교주나 창시자가 없다. 물론 교리나 경전, 교단조직들이 미미하며, 특별히 윤리성이 강조되지도 않고 논리적 구분의식도 결여되어 있다. 특히 사전적 의미의 가신신앙은 민간신앙 중에서도 그런 성격을 가장 많이 대변하는 신앙으로 흔히 민간신앙의 신관은 다신령교적인 성격을 띤다.

 

이는 가신신앙과 무속신앙, 그리고 동제를 비롯한 마을신앙이 모두 기본성격상으로 같다. 이들 신앙들은 서로 혼합되어 때로는 구분이 어렵다. 예를 들면 주요한 가신인 조상신이나 성주·터주 등은 굿거리의 주요한 제차인 조상거리, 성주거리, 대감거리의 신들이 되기 때문이다.

 

가신 가운데 조왕이나 삼신은 모두 주요한 가신으로 호남지방의 굿은 조왕굿에서부터 본격화되고, 제주지방의 굿은 삼신을 모시는 불도맞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가신신앙과 무속신앙은 서로 중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마을신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이나 공동체 제의인 서낭굿이나 대동굿 및 별신굿 등에서 조상거리와 성주거리가 주요한 굿거리이므로 가신신앙과 무속신앙은 근원적으로는 같은 것으로 보았다. 지금까지의 가신신앙연구도 무속신앙연구의 일부분으로 이루어져왔고, 독자적인 주제로 관심을 모으는 경우는 적은 편이었다.

 

가택신의 종류에 대해 이능화(李能和)는 성주(城主터주·제석(帝釋(조왕·(門神) 6종이라 하였고, 아키바(秋葉隆)는 성주·제석·대감(大監(地神터주·조왕·걸립(乞粒수문장·측신(厠神) 9종이라 주장하였고, 임동권(任東權)은 성주·터주·제석·창신(司倉神조왕·수문신·측신등 8종이라 하였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신신앙은 이농현상에 따라 각 지역에서 신봉하던 가신신앙이 도회지로 이주하고서도 전승하는 가구가 상당수로 가신의 종류가 고르게 전승되고 있다. 그러므로 마을신앙과 달리 가신신앙은 특별한 가신을 제외하고 지역별로 고찰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가신신앙의 종류

 

1)조령신앙

 

한국의 조상숭배는 유교제례에 의해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어져 왔을 뿐만 아니라 숭조보은의 미덕은 한국문화에서 가장 비중이 큰 의례였다. 전통적 민속신앙에서 행하여져 온 조령신앙은 본래 유교적 조상숭배와 별개 개념의 것이었으나 오랜 시간동안 유교식 조상숭배라는 관습에서 지금은 거의 쇠퇴되고 문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단편적인 문헌과 근래 민속조사 과정을 통해 조령신앙에 대한 역사와 현황을 알 수 있다.

 

신라의 시조신 김알지의 신화에 등장하는 황금궤는 호남지방에서 조령의 신체로 모시는 제석오가리와 영남지방의 세존단지’(시준단지)조상당세기에 해당하는 것이 고대 왕가의 조령신체라고 할 수 있으나 조령신앙의 구체적인 역사를 더듬기는 불가능한 상태이다.

▲ 인왕산 국사당 삼불제석. 무속과 불교가 혼재된 그림.  

 

조령신앙은 농경민족다운 평화와 포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해서 이룩되어온 한국문화의 상징으로 한국 민속의 특징을 복합적으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후손을 살펴주는 조상신은 음덕의 신으로 안방의 윗목 벽 밑 위치에 자리하는데 대체로 신체가 없는 특징을 가진다. 이렇게 신체가 없이 모시는 가택신을 건궁이라 하며, 조상을 건궁으로 모시는 경우가 흔하였다.

 

2) 삼신신앙     

삼신이란 한 주택의 안방에서는 또 한 분의 가신이 깃들여 있는데 삼()이나 산()신으로 불리며 어린아이의 출산과 양육을 맡은 신이다.

 

삼신은 천상에 있다는 옥황상제의 명으로 인간세상에서 출산시 산모와 갓난아기를 보호하고 양육을 도우며, 자식을 원하는 아낙에게 아기를 갖게 하는 신으로 삼신할매’·‘제왕할매’·‘제왕님네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여성신격이다.

 

이능화는 삼신이 아니라 태신, 즉 산신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삼 가른다는 말에서와 같이 은 곧 를 뜻한다는 것이다.

 

삼신신앙의 발생 동기는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의술이 발달되지 않은 옛날 일수록 산모와 산아의 사망률이 높은 관계로 삼신신앙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아기의 성장과정에서도 삼신의 배려는 절대적이었다. 아이의 출산과 함께 건강한 성장은 대를 이어가는 가계승계의 유교사상으로도 매우 중요하였고, 종족 보존에 대한 생물학적 욕구이기도 했으므로 우리의 조상들은 삼신을 모시는데 많은 정성을 쏟았다. 조선시대에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하여 기자신앙이 중시되었고 안산과 양육의 소망은 매우 컸다.

▲ 아기를 점지해 주는 세 신령을 모신 삼신상.  

 

그러한 소망에서 원시사회 이래로 형성되어 전승되어왔을 삼신관념은 지금도 남아있는데, 예를 들면 보통의 집에서는 안방 윗목의 선반이나 또는 시렁 위에 삼신단지를 모셔놓는다. 안에는 쌀을 넣고 한지로 덮은 다음 외로 꼰 새끼(왼새끼)로 묶어놓는다. 단지 대신 바가지를 사용하기도 하며, 또 평소에는 어떤 형태 없이 이른바 건궁삼신으로 마음속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다.

 

삼신을 위하는 날은 산후 7일과 3·7일인 21일이다. 해산전과 해산후의 기간에만 새롭게 삼신단지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금줄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 이는 아기의 출생과 성장에 부정과 흉신이 붙지 않도록 조심하려는 민속신앙적 표식으로 자손의 번창과 가세의 융성을 소망하던 것으로 지금에 와서 삼신신앙의 풍속은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삼신을 모시는 신체로는 항아리 단지(삼신당지)나 바가지(삼신바가지)에 쌀을 담아 백지로 밀봉하여 성주 단지처럼 안방의 윗목에 있는 선반에 모시거나 또는 아랫목 천장의 구석의 선반에 모시기도 한다. 성주신과 삼신의 관계는 오누이처럼 사이가 좋아 안방에 함께 모셔도 다툼이 없는 사이로 생각하기도 했다.

 

삼신신앙에서 제물은 미역으로 산모에게 먹일 미역은 값을 흥정하지도 않으며 판매자는 미역을 꺾지 않고 새끼줄로 묶어주는 풍습이 있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일생동안 생일 아침마다 미역국과 함께 제상을 올려 삼신 할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생일날 미역국을 먹고 산모에게 미역죽을 먹이는 것은 출산후 모자라는 철분을 모충해주는 생의학적 행위로서 현재도 삼신의 풍속은 지켜지고 있으며 지역별 차이도 보인다.

 

삼신의 신체를 삼신자루라 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삼신할머니로 통칭되며 지역에 따라 명칭을 달리 사용하기도 한다. 전라도에서는 지앙이라 하고, 경상도와 강원도에서는 세존 할매라 부른다. 집안에 따라서는 삼신할머니와 삼신할아버지를 함께 모시기도 하고 삼신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삼신은 작고하신 시어머니나 바로 윗대 할머니를 삼신으로 모시기도 한다. 삼신은 보통 장손이 모시지만 예외적으로 현몽에 의해 차자가 모시는 경우도 있다. 삼신바가지나 삼신단지의 쌀은 일 년에 한 번씩 햅쌀로 갈아주고 묵은 쌀은 남에게 주지 않고 오직 집안 식구끼리만 먹는다.

 

이밖에 제석신이 아이를 관장하는 삼신으로 인식되는 경우다.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엄미리 산간마을의 한 가정에서는 한지로 된 봉투에 쌀을 넣어 벽에 걸어두었는데 이를 제석신이라 한다. 그 신은 육아를 맡고 또 후손을 보살펴준다고 한다.

 

조상신은 가택신을 모시지 않는 일반가정에도 있다. 가신(家神)은 조상과 제사를 받는 조상신과는 차이가 있다. 유교식 제사를 받는 조상신은 대수에 따른 서열이 분명하지만, 가택신으로서 그 자리에 앉고자 하는 조상은 서열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지 않는 막연한 조상신이다. 이 조상신은 가족구성원의 현몽이나 점복자에 의해 모셔지는데 주로 한()이 많은 조상신이 들어앉는다.

 

3) 성주신앙

 

성주는 성조(成造)라고도 하는데, 가택신의 경우와 같이 옛 문헌이 거의 없다. 성주는 가택의 수호신으로 장남이 주로 모시는 조상단지와는 달리 누구나 모실 수 있어 흔히 볼 수 있다. 성주의 형태는 지역 간 차이가 있으며 집의 건물을 주로 관리하는 신이다. 특히 마루를 관장하는데 마루라는 공간은 한국의 전통 가옥구조에서 중심이 되는 신성한 공간으로 제사나 굿 등의 의례가 행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마루의 규모와 치장은 그 집의 부와 신분을 상징이기도 하다. 마루라는 신성한 공간은 흙과 온돌의 중간적 구조로서 온돌이 먹고 자는 평면적 구조라면 마루는 앉거나 서는 구조이다. 모든 사람은 방에서 살다 죽음을 맞아 마루로 돌아온다. 마루는 신성한 종교적 의미가 있으므로 신성한 장소를 관장하는 성주신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 성주신  

 

성소를 지키는 성주신은 속되거나 부정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집안에 초상과 같은 부정한 일이 생기면 성주신이 먼저 부정을 타게 된다. 성주신은 백지로 신체를 만들어 대들보에 붙이는 것이 상례다. 집을 지을 때 대들보를 달아 올리는 상량식에서 성주신을 받아 모시는 경우가 많이 있다. 성주신의 신체는 집의 중심이 되는 대칭의 대들보 밑이나 상기둥의 윗부분에 일년 혹은 수년에 한 번씩 한지로 된 백지를 접어 실타래로 묶거나 백지를 막걸리로 추겨서 반구형으로 만들어 붙인다. 대청 한편에는 성주단지나 성주독을 놓기도 하고 신체로 봉안하기도 하는데 신체를 봉안하는 것을 성주 옷 입힌다또는 성주 맨다고 한다. 가주의 나이에 7 또는 3이 들 때마다 성주독이나 단지에 추수 후 쌀 또는 나락과 같은 곡물을 담는다. 곡물은 생명유지를 위한 신성물로 재복을 의미한다. 성주신은 가옥신으로 주택의 신축이나 이사 후 모신다.

 

▲ 장정태 삼국유사문화원장(철학박사. 한국불교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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