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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 칼럼
10년 겉돌던 ‘원격의료’시대 열리나
국책사업으로 추진 가능성…의료계 반발이 관건
기사입력: 2020/05/26 [20:5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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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으로 추진 가능성의료계 반발이 관건

 

지난 10년간 헛돌던 원격의료가 본격화 될 것인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513일 더불어민주당 당선자 대상 강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과거에는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최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사태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원격의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청와대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非對面) 의료서비스를 중요 국책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 처음으로 도입을 추진했던 원격의료가 10년간 벽에 부딪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추진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28일 국무회의에서 '뉴딜 프로젝트' 추진을 언급하며 "비대면 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젝트 발굴에 상상력을 발휘해 달라"고 했다.김 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강연에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전화 진료 등 원격의료에서 효과적인 실증 사례를 다수 체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원격의료를 하면 소규모 병원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에서 불가피하게 해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원격의료는 현행법상 불법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시적·부분적으로 허용돼 있다. 김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 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 상담 진료가 17만 건 정도 나왔으니 자세히 분석해서 장단점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입장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라며 원격의료 검토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원격의료를 도입할 경우 환자들이 종합병원에 몰려 소규모 의료기관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원격의료를 추진했을 때도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원격의료 허용 방안을 검토했고, 2018년 구체적인 의료법 개정 방안도 논의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다수가 '의료산업화·영리화'라고 반대해 무산됐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청와대가 원격의료 도입을 본격적으로 재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 일각과 의료계에서 반대하더라도 비대면 의료서비스 확대를 명분으로 법 개정에 나설 수 있다.

 

총리-장관-차관 원격의료 드라이브

총리 비대면 진료 확대 필요산업부장관 원격의료 기반 마련  

 

청와대와 정부가 연이어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의료산업 육성 의지를 밝힌 것을 신호탄으로, 21대 국회에서 슈퍼 여당의 입법 권력을 통한 원격의료 도입 드라이브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514일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일상 준비를 주제로 개최한 목요 대화에서 비대면 진료 확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보건의료 대책의 과감한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내 원격의료가 보다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를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 등이 필요하므로 21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연명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13“(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다음 날 총리를 필두로 산업부, 기재부가 일제히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공을 넘겨받은 더불어민주당은 원격의료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김연명 수석이 코로나19 때문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 분에 대해 비대면 의료를 했더니 성과가 있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다. 원격의료보다는 비대면 의료라는 용어를 쓰는 게 맞다고 했다. 원격의료는 의료 영리화와 직결돼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비대면 의료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청도 가을부터 예상되는 코로나192차 대유행에 대비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야당도 큰 이견은 없다. 미래통합당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원격의료는 우리가 새누리당 시절부터 주장해 온 것이라고 했다. 다만 원격의료에 반대해 온 의료계 및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사회관계망(SNS)를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혼란기를 틈타 (원격의료를) 강행한다면 모든 것을 걸고 극단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원격의료, 한국판 뉴딜 과제중 하나가을 전에 제도화 나설듯  

 

코로나19를 계기로 청와대와 정부가 비대면 의료 서비스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원격의료 확대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2차 유행이 예상되는 올가을 전에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2년 전 ()한 원격의료를 내걸었다가 의료계와 여당 일각의 반발로 물러섰던 청와대와 정부가 4·15총선을 통해 정치 지형이 바뀌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격의료 확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21대 국회 개원 앞두고 원격의료 카드 본격화한 정부

 

전날 청와대가 원격의료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 입장을 밝히자 정부는 514일 일제히 원격의료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제3차 목요회의를 주재하고 비대면 진료 확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보건의료 대책의 과감한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스마트·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는 등 방역보건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코로나19가 원격의료 규제 샌드박스 같은 효과를 줬다원격의료가 보다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고,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위한 인프라 보강 등이 한국판 뉴딜 10대 중점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2017년 대선(大選)에서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 민영화에 대한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을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긴 2018년부터 원격의료 확대를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20188월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을 원격의료 하는 것은 선한 기능이라며 원격진료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원격의료 확대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 것은 한국판 뉴딜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이 과감한 규제 완화를 강조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14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5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도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포스트 코로나시대 개척을 위한 중점 육성사업으로 꼽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의료 서비스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원격의료를 새로운 차세대 먹거리 후보군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 아니겠느냐고 했다

 

코로나19 2차 유행 전 제도화 나설 듯 

 

청와대와 정부는 코로나19로 한시적 원격의료가 허용된 2월말 이후 26만여 명의 환자가 전화 진찰상담 등 사실상 원격진료를 받으면서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의 사례가 충분히 쌓였다고 보고 있다. 14일 정 총리와 함께 제3차 목요대화에 참석한 보건 전문가들도 원격의료 등 비대면 의료 확대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비대면 의료가) 왜 의료 영리화의 틀에 얽매이는지 모르겠다비대면 진료는 지역 격차 해소뿐 아니라 의료 접근성이 낮은 노인들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얻으면서 2년 전과는 정치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도 청와대가 다시 원격의료 확대 카드를 꺼내 든 배경으로 꼽힌다. 원격의료 확대를 위해선 의료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이 아닌 의사끼리만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2018년에는 당··청이나 당내 회의에서 야당일 때 원격의료를 반대해 놓고 여당이 됐다고 찬성으로 돌아설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지금은 원격의료를 제안한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인 데다 코로나19로 명분도 충분해 원격의료 입법을 위한 타이밍이 무르익은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진료를 강행하면 극단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는 만큼 민주당은 여론을 봐가면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도 이에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다. 한 관계자는 원격의료는 의료 영리화 논란과 연계될 수 있는 만큼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의료 영리화와는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비대면 의료 서비스는 원격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 포함된 개념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올가을이나 겨울 전까지 현재 한시적으로 도입된 전화 진료의 효과를 분석해 원격의료 확대 범위와 대상을 구체화해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의료계는 반대코로나로 경험한 병원에선 긍정 평가도

··등에선 이미 시행정부, ‘원격의료대신 비대면 의료로 분위기 반전 노려 

 

정부가 원격의료 검토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의료계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이번에 원격의료를 처음 경험했다. 원격의료는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으로 나뉜다. 전화나 채팅 등으로 진료를 하는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의료기기를 통해 의사가 원격으로 혈압 등 수치를 확인하는 원격모니터링은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의료계는 여전히 전화 진료를 포함한 모든 원격의료 행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대면진료보다 오진(誤診) 가능성이 크고, 정보통신기술(ICT)이 우수한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려 대형병원 독식이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김대하 홍보이사는 경제 관련 부처가 산업 육성, 고용 창출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 도입을 논하는 것은 2014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정부는 의료의 질이 저하되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병의원의 온도는 조금 다르다. 코로나19로 원격진료를 경험해본 의료진 사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224일부터 일선 병원에 전화 상담과 처방, 즉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전화 상담 및 처방을 일시 허용했지만 일부 병원에 한정했다.

 

전화 처방을 적극 시행한 서울의 한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사이에 환자 상태 파악과 설명 전달이 어려웠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많았지만 감염 전파를 차단하고 서로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많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때 실시된 전화 상담 전체 262121건 중 중소병원(·의원급)의 진료 시행 건수가 134157(51.2%)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ICT 인프라가 열악한 중소병원이 소외될 것이라는 기존 의료계 주장과 다른 모습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국가들이 원격의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2015년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2020년부터는 이를 초진 환자에까지 확대했다. 중국도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해 현재는 원격진료는 물론이고 의약품 택배 배송도 가능하다. 1990년대부터 원격의료를 허용한 미국의 경우 2019년 기준 관련 시장 규모가 24억 달러(29000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기존에 부정적 인식이 큰 원격의료라는 말 대신 비대면 의료’, ‘재택의료와 같은 새로운 용어를 이용해 분위기 전환을 노리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원격의료로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의료계에 원격의료에 대한 명확한 범위를 제시해 주면 반대가 적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기적 처방이 필요하지만 매번 병원에 올 필요는 없는 만성질환자나 간단히 치료 상태만 확인하면 되는 재진 환자들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 원격의료 세계 리더로 도약 가능"

과총한림원 등 공동 개최 온라인 포럼코로나 이후 경제산업 분야 생존전략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장기적인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원격 의료와 같은 비대면 부문의 수요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 분야에서 준비돼 있는 한국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원격의료와 같은 비대면 산업 수요에 대비해 정부의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518포스트 코로나,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경제, 산업 분야를 주제로 온라인 포럼을 개최했다.

 

박영일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 흐름은 소비, 투자, 교역 등이 모두 막히면서 국제 교역 규모가 1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수출 주도로 성장해온 한국 경제의 밑바탕, 성장모델이 한계에 도달하고 강점 요인이 소멸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대로 강력한 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신산업의 기회도 있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 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강대국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고 리더십 발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특히 원격의료와 같은 비대면 산업에서 한국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원격의료와 같은 파괴적 기술혁신에 대한 전국가적 혁신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판가름날 것"이라며 "특히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경우 기술적 혁신 역량은 충분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적 참여,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 수출 산업에도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 정체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수출 여건이 계속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원장은 "세계는 이미 2000년 이후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선진국의 경우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전체적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과잉의 양상으로 진행돼 기업 입장에서 보면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윤희 선임연구원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산학연 협력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간의 협력, 즉 산·산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정책 조정자의 역할이 중요하다"'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장 역시 "제조업의 경우 리스크가 큰 설비투자를 파트너 기업과 공유하거나 기업들 간의 연구개발(R&D)을 결합하는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 87% "원격의료 등에 개인정보 제공 의향"

4차위, 데이터 3후속 설문조사의료 데이터 축적에 긍정 신호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원격의료 실시 여부가 우리사회 뜨거운 감자인 가운데 국민의 87%는 의료보건 기술 개발을 위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 데이터 축적은 정밀의료, 원격의료 서비스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의료 서비스 개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윤성로)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공동으로 진행한 데이터 3법 개정 후속 설문조사 결과를 518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데이터 3법 개정에 따라 국민의 77.4%가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이나 무분별한 활용 같은 우려요인이 해소되면 86.6%가 개인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분야별 개인정보 제공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의료보건 기술 개발을 위한 제공 의향이 87.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공공기관 연구, 공공서비스 개발, 통계 작성, 기업의 신기술 개발, 기업의 서비스 개발을 위한 개인정보 제공 의향도 각각 80.9%, 80.6%, 80.5%, 71.6%, 68.6%로 조사됐다. 특히 의료보건 기술개발 분야는 제공의향이 매우 많다는 답변이 35.7%로 높았다. 이는 공공기관 연구 목적 23.5%, 공공서비스 개발 23.6% 등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의 효용성이 검증되고 정부가 정책화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유주체인 국민들의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에 탄력이 예상된다.

전문가 그룹은 가명처리된 개인정보를 융합한 빅데이터가 의료 93.3%, 금융 93.0%, 유통소비 91.5%, 통신 89.3%, 교통 88.9% 순으로 유용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됐다. 가명처리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산업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는 금융업 60.7%, 의료보건업 56.7%, 시장·여론조사 및 광고 41.1%, 인터넷·IT 38.9% 순으로 답변이 많았다 

 

빅데이터 관련 기술·서비스 분야 중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로는 인공지능(AI)기술 82.6%, 빅데이터 서비스 82.2% 순으로 조사됐다. 조사는 421일부터 26일까지 일반국민 1038명과 전문가 2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및 모바일로 이뤄졌다 윤성로 4차위 위원장은 "데이터 3법 개정은 4차위의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에서 시작됐으며 이는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는 규제·제도혁신 해커톤의 좋은 사례"라면서 "데이터 3법 시행 이후에도 개인정보 동의제도 개선 등 이슈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력받는 원격의료, 의료계 반발이 관건 

 

청와대가 원격의료 추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도입 논의가 시작된 이후 10년 만에 원격의료 본격 도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당 강경파와 좌파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혀 원격의료 도입이 무산됐지만, 거대 여당 출범으로 가능성이 커졌다.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 반발이 관건이다.

 

정치권에선 여당 강경파 반발로 무산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대선 공약집에서 원격의료 허용에 대해 "재벌에 특혜 주고 국민에게 부담 주는 의료 영리화 정책"이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에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두고 허용을 검토했다. 도서 벽지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논의에도 나섰다.

 

원격의료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는 민주노총과 좌파 시민단체 등 핵심 지지층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들은 "원격의료가 의료 민영화와 의료 시장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정부와 여당은 20188월 격·오지 군부대 장병과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벽지 주민에 한해서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제한적인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높고 친문(親文) 의원 수가 어느 때보다 많은 만큼 여당 강경파의 반발도 이전보다 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밥그릇 지키기' 의료계 반발 관건

 

의사가 다른 지역 의사에게 자문하는 형태의 의료인 간 원격의료는 지난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의 질병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전화나 팩스 등으로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여전히 불법이다. 이명박 정부(2010)와 박근혜 정부(2016)가 두 차례에 걸쳐 의료법 개정 시도를 했지만 무산됐다. 일본(2015)과 중국(2016)이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지만, 국내 의료계는 오진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대형 병원 쏠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반대가 13만명의 의사 밥그릇 지키기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예방의학 전문의는 "원격의료를 추진할 때마다 의료계는 정부나 IT산업계와 번번이 충돌했는데, 사실상 밥그릇 싸움, 주도권 싸움으로 흘러간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20197월 정부가 다른 지역 의사가 간호사를 통해 진단·처방을 내리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원도의 동네 병·의원을 대상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말이 나왔다. 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지난 222일 감기 등 가벼운 호흡기 질환이나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전화 상담·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을 두고도 의사협회는 "전면 거부한다"고 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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