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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생활의 발견'
박현선의 ‘생활의 발견’●한 몸이었다
지난 세월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주신 어머니
기사입력: 2020/07/01 [09:12]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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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주신 어머니 

 

친정어머니는 어려운 환경에서 나고 자란 분이다. 주변에는 형편이 어려운 친척이 많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물질적인 도움을 주기보다 일자리를 만들어 주거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셨다. 그게 삶에 있어 뿌리 내릴 수 있게 돕는 길이라고 믿으셨기 때문이다. 돈이란 버는 것 보다 바르게 쓰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랐다.

 

집을 사도 월세라도 받는 돈이 나와야 해.”라고 말씀하신다. 방이 4칸 있는 주택으로 이사한 적이 있었다. 방 한 칸에 5식구가 살고 나머지 방은 사글세를 내어주었다. 월세 돈이 모이면 급히 필요한 동네 분들과 어머니 친구들께 빌려주어 이자를 받아 종잣돈을 만들었다. 어느 날엔 학교 끝나고 집에 와보니 시멘트와 벽돌이 앞마당에 쌓여있었다. 여쭤보니, 단층 주택 위 에 공부방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지금 지으면 무허가 건물이지만 그때는 통했던 시대였다.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 때는 어머니 품속 같은 휴식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재테크에도 능하셨던 어머니는 집안 살림을 잘 꾸려나가면서 저축도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가 급히 자금이 필요한 때 어머니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적도 있었다. 어머니는 규모 있는 살림꾼이어서 지출이 수입을 넘는 적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가정생활에서 돈을 관리하는 것은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 더욱이 사치와도 거리가 멀었다. 옷을 살 때도 꼭 할인 판매점을 이용하고 손때 묻은 물건을 무척이나 아껴 함부로 버리는 법이 없었다. 집이 고물상 같다고 아버지는 불만이셨다. 아버지가 오래된 물건을 정리해 버리면 어머니는 어느새 챙겨 오신다. 주방에 있는 그릇도 몇십 년이 넘었고, 어머니가 시집 올 때 쓰던 물건이 아직도 눈에 띈다. 어릴 적 어머니가 누룽지를 밥 대신 드시는 것을 자주 보았다. 쌀 한 톨 버리는 것이 없고,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밥이 쉬었으면 씻어서 끓여 드시는 분이다.

 

나는 살면서 부모님의 말다툼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여간해서는 목소리가 밖으로 들리는 일이 드물었다. 어머니는 인생 전부를 가족들 돌보며 지냈다. 사리에 밝으시면서도 합리적인 성 품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용띠 동갑이신데 아버지는 다정다감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셨다. 일찍이 서울에 자리를 잡고 있어 춘천에서 가까이하지 않는 친척까지 늘 우리 집에 들러 묵어 가곤 하는 여관집 풍경이었다. 그래도 어머닌 따뜻하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으로 찌개를 끓이고, 나물을 무쳐 음식을 대접하면 손님들은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어머니는 틈이 날 때마다 뜨개질로 우리들의 장갑이나 조끼를 떠주셨다. 수예점을 하시는 어머니 친구분이 계셨다. 친구분이 오시면 어머니의 얼굴엔 기쁨에 표정이 번져있었고, 대 접할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전날부터 부지런히 움직이셨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어머니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좋아하셨고, 친구분도 우리를 이뻐해주셨다.

 

어머니는 수예나 뜨개질을 하며 친구분과 오손도손 함께할 때면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하셨다. 어머니와 친구분의 대화를 듣다보면 나까지 즐거워진다. 중학교 가정 수업 때 스웨터를 뜨고 있었는데 귀찮을 정도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분은 한결같은 가르침을 주었고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언젠가 그분에게, “항상 누구에게나 친절하시고, 배려심 있게 말씀하시나요?”

말과 행동은 훈련으로 단련되는 거야. 그 모두가 훈련에서 비롯된 거지.”

 

요즘 어머니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이 녹아있어도 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다리가 불편하여 겨우 일어서서 빨래를 널어도 어머니는 그 일 자체가 즐거움이다. ‘몸이 불편해도 행복하다.’ 하시며 마른 빨래를 차곡차곡 접으시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지난 세월 한결같이 내 곁을 지켜주신 어머니- 내가 무엇을 하든 항상 나를 믿어주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신 어머니와 난 한 몸이었다.

박현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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