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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 한달, 혼란스런 종교계 찬반 논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20/07/31 [12:12]
개신교계는 ‘양분’, 불교계는 ‘환영’, 천주교는 ‘침묵’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 한달, 혼란스런 종교계 찬반 논란

개신교계는 ‘양분’, 불교계는 ‘환영’, 천주교는 ‘침묵’

이광열 기자 | 입력 : 2020/07/31 [12:12]

개신교계는 양분’, 불교계는 환영’, 천주교는 침묵’ 

 

정의당 의원 등 10명이 발의안에 서명하여 7년 만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다시 국회에서 발의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취지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으나 민감한 동성애 이슈에 대해선 개신교계는 양분’, 불교계는 환영’, 천주교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태다.

 

한국일보는 31일자에 혼란스런 종교계의 상황을 보도해 놓았다.

 

우선 개신교계의 찬반 진영의 대표인물을 인터뷰해 진짜 고민을 정리해 관심을 끈다. 상반된 인식 뿐 아니라 찬성 여론조사를 보는 시각도 상이하다.

 

반대측 서헌제 한국교회법학회장은 개신교는 '차별을 금지하자'는 주장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법학자 입장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서 회장은 "지금도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33개 개별법이 분야별로 촘촘히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다시 포괄 규제를 한다는 건 과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현행 법체계가 하나의 법이 아닌 개별법으로 차별을 규율하는 이유에 대해 서 회장은 "차별 종류마다 심각성을 달리하고, 국민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차별 요소를 하나씩 법제화해 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목사 안수를 받은 이래 대학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열고 있는 목회자이기도 서 회장은 하다. 목사로서 종교의 자유도 내세웠다. 차별금지법은 장애, 성정체성, 종교 등 23가지 차별금지 사유를 4개 영역(고용ㆍ재화 및 용역ㆍ교육ㆍ행정서비스)에 적용하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 이뤄지는 설교 내용이 직접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서 회장은 "교회도 5인 이상 상시 근로자가 있으면 사업장에 해당하는데, 만약 직원을 고용할 때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성애자를 거부하거나 직원 교육과정에서 타 종교의 문제점을 거론하면 차별이 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교회 담임목사도 처벌받는다"고 말했다. 교회가 설립한 학교나 단체의 직원 채용 때나 강의에서도 이런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법안 지지율이 80% 이상으로 나타난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 6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법의 맹점은 말하지 않고 단순히 '차별에 반대하느냐'고 물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서 회장은 "조만간 교회의 대표단체들이 신자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찬성측 최형묵 NCCK 정의평화위원장은 차별금지법 도입으로 사회적 진통이 예상되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개신교 내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목사(천안살림교회) 중 한 명이다. NCCK는 과거부터 일관되게 이 법의 제정을 촉구해 왔다. 그는 "물론 지금도 차별을 금지하는 법들이 있지만, 차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유나 형식적인 법리 적용 탓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서 "내가 어떤 존재든 보호받을 수 있고, 배제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차별받는 사람은 사유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이 차별을 받았을 경우 개별법으론 신속한 보호가 어렵다"고 말했다.

 

법이 시행되면 종교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졌다""교회 예배 중 목사의 설교 내용까지 관여하는 건 아니며, 자신의 견해를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법이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록 성경의 일부 문구가 동성애를 금기하고 있지만 오늘날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성이 멸망한 이유는 동성애 자체보단 가난한 이웃을 돌보지 않은 죄가 더 크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문구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하면 다른 교훈이 도출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성별과 연령, 소속 교회 등 표본을 다양하게 갖춰 설문조사를 하면 법 찬성 비율이 절반은 넘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그러면서 "지난달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국민 10명 중 8명은 이 법에 찬성하고 있다며 국회는 법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일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개신교 뿐 아니라 천주교 쪽에도 민감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반면 법안 내용이 교리에 거슬릴 것 없는 불교는 일찌감치 '제정 촉구'에 나섰다.

 

천주교 역시 기본적으로는 동성애를 금기하고 있다. 다만 법안을 지지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 단일 교회 특성을 띠는 천주교는 주교회의나 추기경의 성명 등을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전체 천주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중에서 어떤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민감한 부분도 있어 공식적인 표현이 쉽지 않다"면서 "아직 법안을 놓고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천주교 단체나 일부 신자 중심으로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 22'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차별금지법ㆍ평등법을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의 기독교단체 공동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불교계는 한 목소리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15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작은 풀, 큰 나무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내리는 모습이 모두가 지향해야 할 세상"이라며 국회에 법안 통과를 주문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훨씬 전인 올해 1월부터 광화문에서 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무기한이다.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인 지몽 스님은 "부처는 모든 존재는 홀로 있을 수 없다는 '연기(緣起)'를 말씀하셨는데, 소수자를 배려할 때 모두 행복할 수 있다"면서 "태생적으로 평등을 강조한 불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사상적으로 가장 어울리는 종교"라고 말했다.

원불교 역시 지난 8일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을 방문해 "차별금지법은 차별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이 아닌 소수자와 약자의 보호"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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