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박현선 '생활의 발견'● 채찍보다 당근

박현선 | 기사입력 2020/08/21 [19:00]
부드러운 칭찬은 새벽녘 검은 하늘에 빛나는 별빛들의 연주곡

박현선 '생활의 발견'● 채찍보다 당근

부드러운 칭찬은 새벽녘 검은 하늘에 빛나는 별빛들의 연주곡

박현선 | 입력 : 2020/08/21 [19:00]

부드러운 칭찬은 새벽녘 검은 하늘에 빛나는 별빛들의 연주곡 

 

뚝딱뚝딱, 앞 건물 참나무 바비큐 식당에서 내·외장 공사를 하고 있다. 영업이 되지 않아 업종 변경을 하려고 하나? 한 달의 시간이 지나고, 빨간 낙지 그림이 그려진 간판을 건 식당으로 바뀌었다. 통나무집에 낙지라 생뚱맞더니, 메뉴에 막걸리와 파전을 추가하니 그럴싸하다. 개업하는 날, 지인들과 점심 약속을 낙지 식당으로 정했다. 개업일인데도 식당 안은 칼칼하면서, ~! 혀를 달구는 낙지 요리를 먹기 위한 손님들로 가득 채워져있었고, 파전을 시키니 막걸리 한 병을 통 크게 내준다. 십여 명이 넘는 종업원들이 주문한 음식을 나르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계산대에 앉아있던 실장이란 남자가 뒷집에 사는 것을 알아보고, 여사장을 소개하였다. 오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화장기 없는 둥근 얼굴에 긴 머리를 틀어 올렸다. 느린 말투가 인상적이 다. 세상 때가 하나도 안 묻어 보이는 모습이다. 이 정도 규모면 꽤 큰 식당으로 경영이라 볼 수 있는데, 잘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녀는 식당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인데 이웃 끼리 잘 지내자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등산로 입구에 식당이 있어선지 등산 갔다 돌아온 손님들로 넘쳐났고, 기다리는 쉼방을 급히 만들어 서너 사람이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는 중이다. 들어올 때 받은 번호표를 쥐고, 30분 넘게 기다려야 낙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마이크로 번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손님은 맛을 잊지 못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다. 흘러간 옛 노래와 번호표 부르는 소리가 합을 이루어 온 동네가 장날처럼 왁자지껄하다. 식당 주차장은 차로 넘쳐 지나다니기가 힘들 지경의 대박 행진 모습이다. 뭔지 모르게 매우면서도 묘하게 입안을 유혹하는 이 맛에 중독되어 간다. 이삼일에 한 번씩 낙지 식당으로 발길이 옮겨지고, 여사장과는 허물없는 사이가 되었다.

 

다른 식당에서 볼 수 없는 이 특별한 맛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녀는 음식을 연습 삼아 만들어보며 메뉴, 소스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이한 맛을 내는 식당이 있으면 열 일 제 쳐두고 어디든 빠짐없이 배우러 뛰어가는 열정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유달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종업원들이 생기 있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손님한테 친절하게 응대하는 모습이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특별한 마법이라도 쓰는 것이냐는 농담 섞인 말에,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야! 스스로 움직이고 싶은 기분을 불러일으켜 주는 것 외엔 없는데, 그렇게 하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베풀어주어야겠지.” 웃으며 답한다.

 

동생아! 종업원들하고, 통돼지 바비큐로 회식을 하는데, 놀러 올래?”

? 제가, 참석해도 돼요?”

, 어때! 같이 영양 보충도 하고 재밌게 지내자.”

 

20여 명의 종업원이 한 달에 한 번 회식을 하기 위해 일찍 식당일을 끝냈다. 누렇게 구운 통돼지 바비큐를 앞에 놓고 삥 둘러앉아 여흥을 즐긴다. 그녀는 당근 방법으로 종업원끼리 서로 칭찬해주기를 통해 그달에 가장 칭찬을 많이 받은 종업원에게 선물을 주는 깜짝 이벤트를 열었다. 막걸리 주류회사에서 막걸리 1병이 팔릴 때마다 병뚜껑을 모아주면 값을 쳐주는데 한 달 이면 백여만 원이 모인다. 그것을 종업원들 회식비로 지혜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 손님이 바글바글 모여드는 것은 음식 맛도 좋아야 하지만, 손님들에게 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구나.

 

1년이 되면 가장 친절한 종업원을 선정하여 금 열 돈짜리 행운의 열쇠를 만들어주어 평생 기억하게 만드는 그들만을 위한 이벤트를 할 계획이란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일 좀 할 만하면 종업원이 그만두는 것이 걱정인데,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칭찬받기를 좋아하는데 인정받고자 갈망하는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포상이라는 당근을 써 종업원의 사기를 충족시켜 마음을 사로잡아 득됨이 되니 식당은 날로 번창하였다. 그녀는 함께 어울리며 기뻐함으로써 종업원들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종업원의 열의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영업의 능력이라고 하였다. 종업원들의 장점을 키우기 위해서 일하는 종업원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게 일을 해도 절대로 면박을 주고, 비난하지 않는다. 종업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여 체력을 북돋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드러운 칭찬이야말로 새벽녘 검은 하늘에 빛나는 별빛들의 연주곡처럼 언제까지 나 마음과 기억에 남게 된다. 충돌 없이 익어가는 삶이 되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2년 후, 이 지역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식당이란 소문이 들려왔다. 더 성장하기 위해 넓은 바다로 나가듯, 그렇게 종업원들을 모두 데리고 식당은 자리를 옮겼다.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청량한 웃음소리가 들리면서 식당 가맹점 사업 같이 안 해 볼래?” “? 영업의 달인은 아무나 하나요!”  박현선(수필가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