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박현선 ‘생활의 발견’●서덜골 예쁜 땅 변화기

박현선 | 기사입력 2020/11/24 [08:07]
땅도 잘 아는 자가 예쁜 땅을 만난다

박현선 ‘생활의 발견’●서덜골 예쁜 땅 변화기

땅도 잘 아는 자가 예쁜 땅을 만난다

박현선 | 입력 : 2020/11/24 [08:07]

땅도 잘 아는 자가 예쁜 땅을 만난다 

 

보통 사람들은 육안으로 볼 때 반듯하고 경치가 수려한 땅을 선호한다. 하지만 보물찾기 하듯 땅의 속성을 분석하고 개발하여야 예쁜 땅이 될 수 있다.

 

삼십여 년 전 아버지는 종로에 있는 은행에서 근무하셨다. 강원도 춘천으로 발령이 나면서 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몇십 년 쌓인 정을 하루아침에 정리하시고는 초봄 춘천으로 미련 없 이 낙향을 결정하셨다. 요즘으로 말하면 귀농 1세대이다. 돌이 지천으로 깔려있어 서덜골이라 부르기도 하고, 삼국시대 이전 맥국의 도읍지로 왕궁터가 있던 인근으로 맥국터라 부르는 곳 이다.

 

나지막한 야산은 밤나무 숲으로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옆으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사한 집은 수수깡과 짚을 섞어 만든 흙집이었다. 부엌은 부뚜막이 있었고, 가마솥에 불을 지펴 밥을 해야 하는 상급 깡촌이었다. 아버지는 계곡물을 활용하여 연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잡아다 넣었고, 수십 종의 조류를 키우며 오밀조밀한 삶을 한껏 구가하셨다. 사과, 대추, 살구나무와 각종 채소, 꽃나무를 심어 아버지의 꿈을 디자인하듯 새로운 기쁨과 즐거움에 빠져 사셨다.

 

연세가 칠십이 넘으시면서는 농장을 가꾸고 농사를 지으려니 힘에 부쳐 집터를 만들어 팔고 싶다는 열망을 넋두리처럼 말씀하셨다. 넓은 야산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버섯이나 산나물을 심 거나, 기도원 내지는 절터나 야영장뿐이었다. 또한, 80년대 초에 산 땅이라 그때는 낮은 가격이어서 이대로 팔면 세금이 절반이었다. 시청이나 토목사무소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 도로를 만들어 집을 짓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현재 일부는 허가를 받아 집터로 다져 놓았다.

 

집터를 다지는 과정을 경험해보니, 중요하게 고심해야 할 것이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도로였다. 도로가 접해있지 않으면 내가 쉴 수 있는 보금자리를 지을 수가 없었다. 내 땅에 도로가 보기 좋게 붙어있어도 다른 사람의 땅일 경우에는 도로 좀 같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사정해야 한다.

 

하지만 친절한 땅 주인은 만나기 힘들다. 돌아오는 답은 도로를 매입하든지, 사용료를 지불하세요.”이다. 도로로 된 땅이 붙어있지 않으면, 드나들 수 있는 진, 출입로를 확보할 수 없으니 집을 짓기로 한 계획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도로의 땅을 사든지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땅을 사기 전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지도 확인해보고, 현장도 자주 가 보면서 주변 환경까지 둘러봐야 한다. 선택에 따라 대()를 물리느냐! 아니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금싸라기 땅을 만드느냐가 결정된다.

 

모든 사람은 이름표가 붙어있다. 토지에도 보전녹지, 생산녹지, 자연녹지, 보전관리, 생산관리, 계획관리, 농림, 자연환경보 전지역의 투박스럽고 부르기도 어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중에 생산관리, 농림, 자연환경보전지역은 토종이라 개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여 매력이 없는 땅이다. 땅 좀 안다는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계획관리와 자연녹지는 어느 정도 인테리어로 발라놓으면 예쁘다고 서로 가져가겠다고 1순위로 도장을 찍는다. 보전관리도 어느 정도 리모델링하면 예쁜 축에 들어가겠지만. 전신을 고쳐 야 하니 비용이 상상외로 많이 든다.

 

사람을 사귈 때도 상대를 알아야 좋은 사람을 만나듯, 땅도 잘 아는 자가 예쁜 땅을 만나지 않을까?      박현선(수필가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