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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祝儀金

박길수 | 기사입력 2020/12/25 [14:19]
우리 부부가 병마와 더불어 노년을 다시 살 수 있게 도와준 분께 보내는 감사인사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祝儀金

우리 부부가 병마와 더불어 노년을 다시 살 수 있게 도와준 분께 보내는 감사인사

박길수 | 입력 : 2020/12/25 [14:19]

우리 부부가 병마와 더불어 노년을 다시 살 수 있게 도와준 분께 보내는 감사인사  

 

몇 달 전 오랜만에 <자립센터>를 들렸을 때, 홍민혜 선생님 자리에는 다른 분이 앉아 있었습니다. 너무나 깜짝 놀랐고,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제 담당 코디 선생님께 홍민혜 선생님이 어디 가셨는지 바로 살짝 물었는데, "그만두셨다."는 짧은 답변만 되돌아왔습니다.

 

<자립센터> 아무도 제게 긴 설명을 해주지 않았고, 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괜히 겁이 났고 더 이상 다른 것은 꼬치꼬치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소식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정신없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홍민혜 선생님이 결혼했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셨다는 사실을 선생님이 이제야 막 올린 스마트 폰의 사진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 다행입니다.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정말 본의 아니게 제가 선생님께 축의금도 못 드렸고, 까닭 없이 겁을 먹고 위축됐네요. 앞으로 어디서든 만나게 되면, 작지만 제 큰마음이 담긴 결혼 축하 축의금은 홍민혜 선생님에게 꼭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딸 식구와 이 아파트에 함께 사는 거 아마 기억하시겠지요? 저는 이곳에서 제 사랑하는 장애인 아내와 꼭 껴안고 오래오래 살다가 숨쉬기도 힘들 만큼 둘 다 늙어버리면, 손을 맞잡고 가야 할 곳으로 함께 돌아가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설령 굳이 같은 날이 아니더라도 거의 비슷한 시기가 오면 저는 그녀를 먼저 보내줄 것이고, 바로 저도 뒤따라갈 계획은 그녀가 처음 사경을 헤매던 날 이미 생각했었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장애인 자립 센터>에서 처음으로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저는 그동안 겪었던 암흑 속의 좌절 같던 치료비와 생활비 걱정을 거의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언제 그렇게 힘들었던가 의아스러울 정도로 이제는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아내는 건강하게 안정하였고, 우리는 장애 속에서 장애와 더불어 편히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둘 살아만 갈 수 있기 만을 기도했던 소망이, 하루하루 지나더니 어느덧 5년이 흘렀고, 이제는 이 삶이 당연한 일상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때로는 생활의 활력이 조금씩 솟는 기운이 느끼기도 합니다.

 

처음 선생님을 만났던 2016년 봄은 뇌출혈로 의식 없이 누워버린 아내와 꼭 붙어 병원에서만 생활한 지 거의 1년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암울한 미래의 불안과 좌절로 제가 절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때였습니다. 우리 둘은 탈출구 없는 지옥에 갇혀버렸고, 일말의 부스러기 희망도 자취를 감춘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평생 처음 겪는 죽음의 공포와 무기력한 좌절의 쓰나미 속에서 맥없이 허우적대며 대책 없이 지냈습니다. '혹시 무슨 일거리라도 찾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생존의 길을 막연히 더듬고 있을 때, 제 일거리를 들고 직접 저를 찾아 병원으로 오신 "하늘이 보낸 천사"가 바로 선생님이었고, 제 새 삶의 "기적"이었습니다.

 

저는 딸과 상의하였고, 선생님이 소개해준 일에 몰두하였습니다.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돌아와 아내를 간병하며 이럭저럭 시간이 지났고, 우리 삶도 점차 이상하게 안정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병나 의식없는 아내와 같이 살아갈 전혀 다른 희망의 방향도 이상스럽게 모양이 잡혀갔습니다. 사실 먹고 치료하며 매일매일 살아갈 경제적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고, 나름대로 어렴풋이 우리 둘 살아갈 길도 겨우 열리게 된 것입니다. 노년 장애인이 된 우리가 다른 장애인 재활에 도움을 주면서, 경제적 자립도 해결할 수 있는 생각해본 적 없었던 세계로 저희 둘은 비로소 건너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늦게나마 축의금이라도 보낼 계좌번호를 물었을 때 홍민혜 선생님은 극구 사양하시네요.

"에구~ 아니예요. 선생님!ㅠㅠ

어떻게 축의금을 받아요. 에구에구~~

마음만으로 정말정말 충분해요. ^^

센터에서 선생님과 귀한 인연으로 이어진 게 제가 받은 큰선물이에요~"

 

홍민혜 선생님!

부디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저는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을 이전처럼 집앞에서 만나면, 저는 선생님을 우리집으로 억지로라도 초대하여, 작지만 진정어린 축의금은 반드시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부부가 마음껏 사랑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저는 보고 싶습니다.

 

홍민혜 선생님!

저희 부부가 병마와 더불어 노년을 다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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