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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확실하지 않은 사후 세계 어음을 무한정 발행하는 미신의 프랜차이즈”
고대 점성술부터 현대 종교와 사상까지 ‘미신의 역사’ 정리한 ‘믿습니까? 믿습니다!’
기사입력: 2021/01/10 [12:3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신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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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점성술부터 현대 종교와 사상까지
미신의 역사정리한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성직자와 신자 간의 대화가 아니다. 낮에는 노동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지식 스토리텔러가 동서양의 미신 역사를 다루며 쓴 책의 제목이다.

 

믿습니까? 믿습니다!”(오후 ㆍ동아시아 384쪽ㆍ16,000)는 사주, 타로, 점성술, 별자리, 관상, 손금, 신점, 풍수지리, 수맥, 혈액형 성격론, MBTI등 한정된 범주에서만 생각하는 미신을 과감하게 정치, 역사, 철학, 종교 등 인류사를 관통한 모든 주제를 끌어와 자연스럽게 녹여낸 책이다. 저자는 인류의 탄생 그 순간부터 인류에게 종교와 비슷한 미신이 있었을 것이며 또한 인류의 문명을 일으킨 최대 공신 역시 미신이라 주장한다. 믿든 말든 미신은 역사를 만들어왔으며 미신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아닌지와는 무관하다. 틀리든 말든 믿는 사람들이 있고, 그 믿음이 어떤 식으로든 역사에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특유의 유쾌한 화법으로 정색하지 않게 하면서도, 나름의 근거와 논리적 전개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경쾌한 필력과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한 재능, 과감한 논지 전개와 곳곳에 통찰까지 더해지는 이 책엔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라는 저자의 대담하고 발칙한 주장도 담겨있어 눈길을 끈다.

 

독실한 종교인들은 이러한 주장에 발끈할 수도 있겠지만, 비신자의 입장에서 미신과 종교는 별다를 바가 없지 않다.

 

종교는 미신의 프랜차이즈를 고심한 결과다. 그들은 구원을 사후로 미뤄버린다. 현실적 문제는 다 신의 뜻이고, 지금 희생하면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믿음을 설파한다.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사후 세계 어음을 무한정 발행한다. () 지점장들에게는 특별히 영빨이 없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그들은 본사에서 내려보낸 책에 적힌 내용을 전달한다. 물론 얼마나 잘 포장하느냐에 따라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성실한 점쟁이들을 야만으로 밀어버리고 자신들을 특별한 지위에 올려놓았지만, 사실은 현실을 맞힐 능력이 없을 뿐이다.” (5종교 : 미신도 프랜차이즈중에서)

 

저자는 우리는 왜 미신을 믿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많지만, 인간은 그 이유를 무척이나 궁금해하고 알려고 든다. 그 과정에서 미신을 믿게 되고, 우리의 마음이 편안해 진다는 것인데 종교가 미신의 프랜차이즈로 정점을 이룬다는 것일게다.

 

저자는 종교뿐 아니라 사상 역시 미신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종교가 힘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상이 종교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종교보다 더 종교적인 사상 공산주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인류의 믿음을 담은 민주주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본의 논리로 수렴해버리는 자본주의까지...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미신으로 통칭하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를 이성과 합리의 시대가 아닌, ‘미신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처음에 어떤 괜찮은 대안이 생긴다. 이 자체로도 사상이 된다. 그리고 이 사상을 따르는 이들이 모여 하나의 집단을 이룬다. 여기서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자체적인 논리와 철학이 강화되어 정치체제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길은 지도자를 신성시하며 종교의 길로 가는 것이다. 신성한 존재의 말은 법이 되므로 논리적일 필요가 없다. (혹은 선지자)이 말씀하시고 따르면 그만이다. (6사상 : 사라지지 않는 유령중에서)

 

이 책의 구성은 미신의 탄생 : 순리를 거스르는 순리’ ‘가부장 신화 : 본능의 시대’ ‘서양의 미신 :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동양의 미신 : 하늘과 소통한다고 믿은 사람들’ ‘종교 : 미신도 프랜차이즈’ ‘정치 : 미신을 믿는 지도자들’, ‘사상 : 사라지지 않는 유령’ ‘현대 : 환상의 세계, 호구의 세계’ ‘심리 : 우리는 왜 미신을 믿는가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한 이야기만 골라서 하는 독서 클럽을 운영 중인 저자의 미신으로 풀어놓은 소개도 흥미롭다.

 

 

혈액형은 소심함의 대명사 A, 별자리는 자유로운 쌍둥이, 사주는 연쇄살인도 할 수 있다는 괴강살, MBTI는 정의로운 사회운동가 ENFJ, 손금을 보면 단명, 관상을 보면 장수, 기원전부터 재수 없다는 왼손잡이, 전체주의에 대한 이유 있는 불신, 민주주의에 대한 이유 없는 낙관,

재미없는 것은 죄악이라는 신념...“

 

책 내용 중에서

 

나는 농경을 실수나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농경을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 생각한다. 실수라는 표현에는 우연히 어쩌다 한 번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사기라는 건 사기 치는 사람이 그것이 거짓말인 줄 알 때 성립한다. 하지만 농경은 둘 다 아니다. 농경은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1,000년 이상 걸렸다. 그사이 농경을 시도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활도 보장받기 힘들었다. 농경을 한 이들은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적어도 지도자들은 그랬을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약속하며, 자신도 정말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 믿었다. 그들은 스스로도 그 사기를 믿었기에 자신이 사기를 치는지도 몰랐다. 그들에게는 근거가 없었다. 그들이 아는 것은 콩 심으면 콩이 난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믿었다. 농경이 더 풍요로운 삶을 선사해줄 것을.(p.39~40)

 

여성의 이상화가 극에 달한 시기는 여성 혐오가 극에 달한 시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시대가 마조히스트였기에 여성의 손에 채찍을 쥐여주고 자신을 때려달라고 강요한 것뿐이다. 기사도가 있는 시대는 여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아니라 보호받는 시대인 것이다.(p.62~63)

 

사실 믿을 만한 것을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니다. 그건 당연한 거다. 지구가 둥글다고 믿는 것은 당연한 거다. 지구는 둥그니까. 지구가 둥글지 않고 평평하다고 믿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다.(p.170)

 

만약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될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이렇게 말한다. 많은 이들이 종교의 특징을 금지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지 마라. 돼지고기를 먹지 마라. 소고기를 먹지 마라, 간음하지 마라, 항문 성교는 안 된다(대체 신이 왜 이런 것까지 신이 정했다고 믿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종교의 특징은 금지가 아니다. 반대다. 신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신의 이름으로 하면 못할 것이 없다. 그것이 순교든 테러든 대량 학살이든 종교의 힘으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벌어진다. 물론 믿음이 선하게 작용하는 때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사람이 순수한 악에 닿는 순간은 종교를 포함해서 자기 믿음에 가득 찬 순간뿐이다.(p.201~202)

 

미래를 잘 아는 그대는 다른 사람의 운명을 예언할 수 있다는데, 그대 자신은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 것 같은가?”

이제는 클리셰가 된 것인지 점술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태연하게 대답한다.

하늘의 별자리를 보아하니, 저는 폐하보다 사흘 먼저 죽을 것입니다.”

당연히 루이 11세는 이 점쟁이를 죽이지 못했고, 이후 점쟁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 늘 관심을 갖고 보살폈다고 한다. (p.248)

 

현대인에게 피터팬신드롬은 디폴트 값이다. 다들 어른이 되지 않으려 한다. 꿈은 언젠가 이루어지고,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도와주는 세계에 살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려고 피부를 당긴다. 탈모 남성들이 괴로운 이유가 두피를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다. 어릴 때는 디즈니월드에 가고 나이가 들면 디즈니가 만든 마을에 가서 산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렇게 말했다. “디즈니랜드는 사실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존재한다환상의 세계인 디즈니랜드가 있으니 그 밖의 세상은 현실이라 착각하지만, 실상은 사회 전체가 환상에 빠져 있다. (p.319)

 

사람들이 상상을 진지하게 믿으면 그것은 실현 가능한 것이 된다. 지동설이 주창될 초기에는 천동설이 훨씬 합리적이었다. 지동설에는 아름답고 단순하다는 것 외에는 별 장점이 없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아름답고 단순한 지동설을 믿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진실을 밝혀냈다. 그런 면에서 초기 지동설 학자들은 신념의 도약을 한 회의론자였다. 회의론과 신념의 도약이 꼭 충돌하는 건 아니다.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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