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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중목 기자 | 기사입력 2021/02/18 [23:05]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암환자 마지막 흔적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암환자 마지막 흔적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이중목 기자 | 입력 : 2021/02/18 [23:05]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암환자 마지막 흔적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범석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18년간 만난 암 환자와 그 곁의 사람들, 의사로서의 솔직한 심경을 담은 에세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흐름출판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책의 1, 2부는 저자가 만나온 환자들의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이 예정된 죽음과 남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3, 4부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과 생각들이 담겨있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태도가 독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채운다. 누군가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하며, 어떤 이는 암을 이겨내고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곁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사후 뇌 기증 의사를 존중하는 아들, 의식 없는 어머니를 끝까지 떠나보내지 못하는 남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하는 딸, 연인이 암 환자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선택한 남자 등 환자 곁의 사람들 모두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저자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그려가는 마지막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곱씹어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저자가 틈틈이 남겨온 기록이 이 책이라는 것이다.

 

암 환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병원이고, 이곳에는 그 마지막까지 환자, 가족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있다. 한 사람의 생사와 남은 날을 지켜보고 치료해야 하는 의사의 고민은 깊다. “선생님에게는 제가 600명 중 한 명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선생님 한 분뿐이거든요라고 말하는 환자 앞에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생각하고, 완치 되었으나 암 환자라는 이유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젊은 암 환자들을 보며 사회의 역할을 되묻고, 항암치료를 거부하다 항암치료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들을 안타까워한다.

 

팔순 노모에 대해 연명의료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사남매로 인해 온몸이 붓고 의식을 잃은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지는 순간에도 심폐소생술을 멈출 수 없는 현장에서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를 되묻는다.

 

환자도 병원도 싫어하는 완화 의료에 대해서도 그것이 환자의 남은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신념을 고백하기도 하며, 어쩔 수 없이 시속 10으로 환자를 만나야만 하는, 한국의 공장식 박리다매 진료에 대해 씁쓸함을 털어놓기도 한다.

 

종양내과 의사로서 저자는 환자의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존엄한 죽음을 위해 깊이 고민한다. 우리 대부분은 독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며, 사람이기에 병으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마주한 환자와 보호자의 자리에 언젠가 우리가 앉게 될 수 있으며 그 과정을 우리도 함께 해야 할 수도 있다. 저자가 의사로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순히 의사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유다.

 

지금까지 만나온 환자들의 선택이, 그들이 꾸려가는 시간이, 말과 행동 하나 하나가 내게는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고 정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내가 만난 환자 들은 삶과 죽음으로 살아 있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마치 생의 숙제를 푸는 것 같았다. 그들이야말로 나의 선생님이었다. () 돌아가신 분들의 모습을 통해서 지금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 그들의 죽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에게는 기억되는 죽음이라는 것, 나아가 누군가의 죽음이 어떤 이에게는 삶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6-8)

 

저자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통해 암 환자의 남은 삶이 의미 있게 연장되도록 암 환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상부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미국임상암학회, 미국암학회, 유럽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한국종양내과학회 등 여러 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진료실에서 못다 한 항암치료 이야기』 『천국의 하모니카』 『항암치료란 무엇인가』 『암 나는 나 너는 너』 『암 환자의 슬기로운 병원 생활이 있다.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블로그(http://blog.naver.com/bhumsuk)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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