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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에 필요한 ‘인문학 예능’과 ‘유머 인문학’
우울을 떨쳐내기 위한 길잡이로 ‘인문학 예능’과 ‘유머 인문학’ 요구돼
기사입력: 2021/02/26 [08:45]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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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떨쳐내기 위한 길잡이로 인문학 예능유머 인문학요구돼  

 

코로나팬데믹 시대에 사람들은 왜 인문학 예능을 보는 걸까. 대중의 관심으로 인문학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 예능)의 잇따른 등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말미암은 불안심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함을 바탕으로 한 혼란이 가중되자 대중은 기록을 톺아가며 미래의 방향성을 묻고 있다.

 

KBS 2TV에서 지난해 선보인 비움과 채움-북유럽’(Book U Love)은 명사에게 책을 기부받아 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기획됐다. 비록 도서관 하나 짓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방송 전반을 인문학 토크로 채운다. 송은이가 MC를 맡고, 김숙, 유세윤, 소설가 김중혁이 출연한다.

 

개인 문제로 설민석은 중도하차했지만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현재 벌거벗은 세계시로 진행)는 화면 속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사를 파헤치는 컨셉. 중심은 역사 강사 설민석이었다. 그의 강의가 프로그램을 지탱하고, 그 위에 은지원, 존박 등 패널들의 입담이 쌓인다. 첫 비행기는 독일로 향했다. 설민석은 이날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를 말했다. 강의는 나치 전당대회에서 만들어진 뉘른베르크법부터 유대인 학살까지 이어졌다. 설민석은 지구는 촌()이라, 각국의 산적한 역사 문제를 세계인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은 팍팍한 삶이 이어질 때 힘을 발휘해

 

인문학은 팍팍한 삶이 이어질 때 더욱 그 힘을 발휘한다. 과거와 기록에서 현실을 짚어내 미래의 길잡이가 되는 학문이어서 그럴 것이다. 인문학 예능이 잇따라 소비되는 배경은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19 침체기가 길어지자 대중은 지금 감성과 웃음을 자극하는 콘텐츠보다 불안 심리를 조일 수 있는 지혜를 갈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곳곳에서 열리던 교양 강연이나 학교·학원 강의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도 배움에 대한 갈증을 자극하는 요소가 됐다.

 

인문학 예능의 인기는 2010년대 초반 시작됐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스타강사 김미경이나 김창옥을 중심으로 자기계발 등 담론 전달에 머무는 일방적 강연을 그대로 송출하는 데 그쳤다. 이후 2017tvN ‘알쓸신잡으로 호황을 맞았는데, 이때부터 역사·문학 등 주제가 다양해졌고, 출연진이 상호작용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포맷이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인문학 예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빠르고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검증되지 않는 정보에 멀미를 느끼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오히려 공신력 있는 방송에서 권위있는 전문가에게 신뢰도 높은 정보를 얻으려는 심리가 강해졌다.

 

인문학이 쉽고 재미있는 예능의 문법으로 전달될 때의 부작용도 살펴봐야 한다. 핵심은 균형 유지에 있다. 전문가에 의존한 나머지 자칫 예능적 요소가 흐려질 수도 있고, 반대로 잘게 쪼개 가져다주는 형식이다 보니 깊이가 부족해질 우려도 있다. 인문학의 근본이 깨우침과 성찰에 있는 만큼 오락적 해석이 아닌 삶의 방향성을 매만지고, 인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사고의 방법을 안내하는데 주안점을 둬야할 것이다.

 

사람들은 웃음을 통해 살아갈 힘 충전해         

 

코로나시대에 대중은 웃음을 읽어버렸다. 그만큼 불안과 공포속에 삶의 여유를 잃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영국 출신의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유머란 무엇인가-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문학사상사)은 동서고금의 수많은 이론과 사례를 통해 웃음을 탐험한다. ‘유머 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 책은 유머의 본질과 기능을 파고든다  

 

유머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웃는가? 너털웃음, 키득거림, 소리 없는 웃음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가? 유머는 체제 전복적인가? 유머로 상대의 이견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우리는 위트를 정의할 수 있을까. 웃음은 신비한 힘이다. 우리는 웃음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인간의 비통한 운명을 다룬 비극은 대대로 전해지면서 서양 서사문학의 기틀을 제공했지만, ‘희극은 집필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사람들은 웃음을 통해 살아갈 힘을 충전하고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계기를 수시로 얻으면서도 웃음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이글턴은 먼저 프로이트 이론을 빌려 웃음의 심리경제를 설명한다. 정신분석의 창시지 프로이트에 따르면, 웃음은 사회적 억압 상태를 유지하려고 쏟아붓는 심리적 에너지의 방출이다. 억압에 있으면 늘 웃음도 함께 있다. 웃음은 억압의 실패이고, 억눌린 욕망의 해방이다. 인간은 웃음 속에서 현실의 질곡과 억압을 무너뜨린다. “사방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불행과 거리를 둔 채웃을 수 있다면, 우리는 현실을 바꿀 힘도 얻을 수 있다. 이글턴은 유머의 전통적 기능 가운데 하나는 사회 개혁이라고 설파했다.

 

히브리인들은 신()의 웃음을 거의 기록하지 않았는데, ‘솔로몬서에 나오는 야훼의 첫번째 웃음은 재앙에 대한 조롱과 경멸의 뜻을 담고 있다. 솔로몬과 마찬가지로, 인류는 유머를 비웃는 대상에 대한 우월감의 표출로 이해해 왔다

 

유머의 작동원리는 우월보다 부조화에 더 가까워  

 

그러나 유머의 작동원리는 우월보다 부조화(不調和)에 더 가깝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은 농담의 목적이 인간 존재의 비하가 아니라, 인간이 원래부터 우스꽝스러웠다는 사실의 환기에 있다고 했다. 웃음은 약자의 괴롭힘보다 자신이나 강자의 모순을 환기할 때 잘 작동한다  

 

우리가 조롱하는 것이, 고유하고 소중한 우리의 이성일 때 웃음은 터진다. 무엇보다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 일탈하는 운명 자체를 드러냄으로써, 인간 실존의 터무니없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부조화를 떠올리게 만들면 탁월하다. 인간 조건에는 웃음이 솟아나는 균열, 수수께끼, 모순”(알렌카 주판치치: 유고슬라비아의 슬로베니아계 시인)이 반드시 포함돼 있다. 반어, 말장난, 부조리, 난센스, 과장 등 웃음을 유발하는 언어적 책략들은 이러한 균열이 야기하는 기대의 일탈에서 힘을 얻는다.

 

아무리 강한 억압도 결코 웃음(유머)을 쫓아내지 못한다. 역대 지배자들은 통제력의 상실을 빌미로 웃음을 억눌렀으나 웃음이 멈춘 적은 없다. 웃음은 맥락에 따라 작동하기에 통제가 어렵고, 죽음이나 불행에 대한 공포를 완화하기에 지배를 약화시킨다. 이때문에 웃음은 늘 윤리와 정치의 도구로 쓰인다. 웃음은 인간 행동의 타당성에 대한 예리한 감각을 길러 준다. 인간은 웃음을 통해 자신을 돌보고 사회의 규범을 성찰할 수 있다.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이 훨씬 많은 시기이다. 코로나팬데믹 탓에 코로나 블루가 바이러스처럼 번져 코로나 레드로 전환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일본의 경우, 사회적 고립이 심해지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증가하자 고독·고립 문제를 담당할 장관직을 신설할 정도이다. 재난이 가져온 우울을 떨쳐내기 위한 길잡이로 사람들에게 인문학 예능유머 인문학이 요구되는 것 같다.   

수암(守岩) 문 윤 홍<大記者/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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