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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법원, 40대 퇴행성 질환자에 안락사 허용...“자유를 위한 싸움”
가톨릭 전통 강한 중남미에선 콜롬비아만이 유일하게 허용
기사입력: 2021/02/26 [14:2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김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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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작 안락사 제도...유럽 전파, 미국.캐나다.호주 일부 주 확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3년 한국, 국민 80% 안락사 찬성...형법엔 금지

 

온몸이 거의 마비된 페루의 40대 환자가 법원으로부터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권리를 인정받았다.

 

25(현지시간) 페루 안디나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페루 법원은 안락사를 통해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44세 여성 아나 에스트라다의 결정을 보건당국이 존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 페루 법원으로부터 안락사 허용 판결을 끌어낸 아나 에스트라다    

 

이에 따라 에스트라다는 자신이 원할 때 죽음을 택할 수 있게 됐으며, 이를 도운 의료진은 법적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현행 법대로라면 안락사를 도운 이는 최고 3년형에 처해지게 된다.

 

안락사나 조력 자살이 불법인 페루에서 이 같은 법원 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루 언론들은 이번 결정이 '역사적'이라고 표현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에스트라다의 싸움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근육 염증으로 근력이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인 다발성근염을 앓고 있다. 외신과 페루 언론 등에 따르면 에스트라다에겐 이미 12살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 20살엔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휠체어에 의지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대학에 가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심리치료사로 일했다. 저축도 하고 집도 사고 연애도 하고 고양이도 기르면서 삶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5년 이후 상태가 악화했다. 폐렴에 걸려 병원 중환자실에서 수개월을 보냈다. 삶의 질도 급격히 하락했다. 키우던 고양이도 입양 보내야 했다.

 

현재는 전신이 거의 마비된 채 튜브를 통해 음식을 섭취하면서 거의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생활한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게 된 그는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하루 24시간 내 몸 안에 갇힌 죄수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현지 매체 페루21과의 인터뷰에서는 "몸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매일 더 힘이 없어진다""내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의 결정 이후 에스트라다는 페루 RPP뉴스에 "매우 기쁘다. 자유를 위한 싸움이었다. 죽고 싶다거나 죽음의 변명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결정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곳은 벨기에, 캐나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중남미에선 콜롬비아만이 유일하게 1997년 안락사를 허용했다.

 

이번 법원이 결정이 페루 안락사 허용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첫 선례라는 점에서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당국은 법원의 결정에 항소할 수 있다.

 

안락사 위해 스위스 날아간 우리 국민... 안락사 허용으로 자살률도 줄어들어

죽는 이나 남는 이나 모두 편안한 죽음을 소망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 80%가 안락사를 찬성하고 있으나 현행 현법에 의해 금지된 상태이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3년이 되었고 법률 근거는 마련되었다고 하나 실제 현장에서는 지금도 연명의료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은 비록 환자를 위해 선의로 도와주어도 처벌을 받는다.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자신이 혼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젠 우리 사회도 안락사를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줄이고 임종 환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을 때라는 전문가 의견과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안락사를 금기시하고 억누르고 있자 병마에 시달리던 말기 환자 두 명이 스위스로 날아가 안락사를 택하기도 했다.

 

20193월 서울신문사에서 스위스에 기자를 파견해 우리나라 최초로 그곳에서 행하여지는 안락사의 전모를 취재했다. 기사는 우리나라 국민 두 명이 이미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였으며, 107명이 안락사를 준비하거나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 스위스에서의 안락사 시행 모습    

 

스위스는 1942년부터 안락사가 용인되었다. 시행 초기에는 말기 암이나 전신 마비의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안락사가 허용되었으나 지금은 우울증을 앓아 삶의 욕구를 잃은 사람까지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가 안락사를 용인한 것은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정서도 있지만 높은 자살률도 한 가지 이유로 꼽는다. 자살을 방지할 수 없다면 인간답게 죽는 방법을 열어두자는 것이다.

 

1994년 통계에 의하면 스위스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1.3명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자살률 11.5명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높았다. 이후 스위스 자살률은 점차 내려가 2016년에는 12.5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해 25.8명으로 오히려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불명예스럽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안락사 제도가 유럽 이웃 나라로 전파되더니 지금은 미국 오리건주 등 8개 주, 캐나다, 호주 일부 주, 남미 콜롬비아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백만기 아름다운 인생학교 교장은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젠 우리 사회도 안락사를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줄이고 임종 환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 머리를 모아 협의할 때다. 그 결과 스위스처럼 자살률이 줄어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지금도 죽는 이나 남는 이나 모두 편안한 죽음을 소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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