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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왜가리

박길수 | 기사입력 2021/06/18 [07:54]
“모든 존재자는 저마다 고유의 존재 의미가 있다”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왜가리

“모든 존재자는 저마다 고유의 존재 의미가 있다”

박길수 | 입력 : 2021/06/18 [07:54]

모든 존재자는 저마다 고유의 존재 의미가 있다” 

 

왜가리 한 마리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사는 게 무엇일까. 이렇게 사는 게 맞을까. 왜 살까. 나중에 어떻게 되지. 왜 왜가리로 태어났을까. 궁색 맞게 굶주리며 하루하루 버티는 일이 내 참 존재일까. 오늘 먹이를 얻지 못하면 온 가족이 다 곯겠지.  

 

왜가리는 새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인간이 널따랗게 걸쳐놓은 大橋 저쪽 아래 조그마한 인공섬에서, 온몸을 가느다란 다리 하나로만 지탱한 채 하염없이 사색에 잠겨있다. 微動도 없이, 상체를 타원형으로 웅크린 채, 현존재 존재의 참뜻을 되새기고 있다. 자신만의 진정한 존재가 대체 무엇일까 왜가리는 끝없이 제 존재 파악에 몰두해 있는 듯했다.

 

모든 존재자는 저마다 고유의 존재 의미가 다 있다. 왜가리도 물오리도. 까마귀나 까치도. 비둘기나 참새도. 장미나 금계국도. 지금 피어나는 여린 억새나 기생초도 모두 제 존재의 의미가 있다. 바로 자연의 모든 존재자는 저마다 자신의 독특한 존재성을 제각각 지니고 있으나, 그들은 인간처럼 시끄럽게 억지를 부리지 않을 뿐이다.

 

어떤 존재자의 존재 이유도 인간이라는 독특한 존재자에게 기쁨을 주는 일은 정령코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휴식과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서만도 하물며 아닐 것이다. 그 왜가리도 나를 기쁘게 하려고 외다리로 버티고 서서 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내 동정과 적선을 바라고 자기 고개를 가슴에 파묻은 채 서 있던 것은 정말 아니었다.

 

지구상 모든 존재자에게는 저마다 고유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어떤 존재자에게도 누리고 부리고 소리치는 행위를 아마 결코 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길가의 작은 풀에게서도 그 고유의 존재 의미를 일부러 찾아보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 존재의 새로운 생명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려고 애쓸 것 같다.

 

자연의 그 어떤 미미한 존재자라도 얕잡아 비웃거나 함부로 지나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늘 주의할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존재자를 나는 사랑한다. 창의적이고 참신한 마음으로 그들의 진면목을 읽을 수 있도록 나는 새로운 각도에서 그를 직관한 그 표상의 개념을 선험적 종합 판단으로 사유할 것이다. 낱낱의 존재자에게도 그동안 지녔던 보편적 개념이나 통념적 인식의 사고는 이제 그만 떨쳐버리고 싶다.

 

쇼펜하우어는 이 세상이 지옥같아 너무 힘들고 불안해서 우울증에 빠져버렸다. 심각한 불안증으로 시달리며, 한 순간 방심하면 자기 코를 베일 지 모른다는 위기를 느꼈다고도 한다. 현실의 고난을 벗어날 방법으로, 그는 마음을 비우고 모든 욕심을 다 내려 놓았다고 한다. 다른 모든 존재자의 고유 존재도 인정하여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그는 자신의 불안을 치유한 모양이다.

 

인간은 더불어사는 일을 행복이라고 여기는 듯싶다. 그러면서도 가끔 자기 이웃의 고유 존재를 망각해버리고, 그들이 자신의 행복을 위한 단순 도구인 양 착각해버리는 일이 가끔 생겨나는 듯싶다. 설령 이런 혼탁한 세상 속일지라도 나는 그 속에 휩쓸려 물들지 않는 한 송이 가냘픈 수연처럼 살다가 소리없이 돌아갈 한 자그마한 인간이면 좋겠다. 

 

필자 박길수는 이 시대를 성실하게 살아온 평범한 인물이다. 41년 결혼생활 중 4년여 전 느닷없는 아내의 뇌출혈로 불행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의식없는 아내를 편안한 집에서 보살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땄다. 치료비와 생활비, 그리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장애인 도우미 자격증도 따서 출퇴근한다. 항상 아내 곁을 지키는 아버지를 위해 딸과 사위, 그리고 누구보다 예쁜 손녀가 합류했다. 그는 불행한 생활일 듯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구원도 받는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 박길수의 일기’(https://m.blog.naver.com/gsp0513)에서 그러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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