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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속사람은 잘 여물고 있을까?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1/01/26 [16:53]

나의 속사람은 잘 여물고 있을까?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1/01/26 [16:53]
 

나의 열매, 속사람은 잘 여물고 있을까


위장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오래전이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는 배가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고, 속이 더부룩하여 늘 유쾌하지가 않았다. 벼르던 끝에 작년 12월 중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도 약간의 위염증세가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동안 마땅히 약을 복용해야 했지만, 엉뚱하게도 호흡운동과 명상을 통해 치유해 보려고 했다.

호흡운동이랄 것까지는 없다. 숨을 한껏 들이마신 후, 참을 데까지 참았다가 천천히 내뱉으면 되는 것이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장(腸)에 차 있던 가스가 제거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바람을 염원하며 명상에 들어가면 이내 고요함의 경지에 이른다. 내가 몸 안에 있는지, 몸 밖에 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이것을 무아지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를 관조(觀照)하게 되었는데, 내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시커먼 부분도 있고, 기형적인 부분도 보이는 것이 아닌가. 겉의 나는 멀쩡한데, 내 안의 저 괴이한 몰골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소위 말하는 나의 속사람이란 것일까. 등골이 오싹했다. 이렇게까지 흉측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 후 눈을 안으로 돌려 줄곧 ‘몸(속사람)’을 들여다보며 올바르게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좀체 완전한 모습이 되지 않는다. 

사람을 흔히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한다. 이는 ‘영묘(靈妙)한,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말일 터다. 종교에서는 사람에게는 속사람, 곧 영(靈)이 있다고 가르친다. 사람은 누구나 속사람과 겉 사람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속사람을 ‘영적 사람(영)’이라고 한다면, 겉 사람은 ‘자연적 사람(육신)’이 될 것이다. 속사람은 생각함으로써, 겉 사람은 행동함으로써 각각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람의 알맹이는 속사람인 영임을 알 수 있다. 만약 사후세계가 있어서 사람이 죽은 뒤 그 곳에 가게 된다면, 속성상 속사람이 갈 것이다. 육신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후세계가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어 있다면, 그곳에 가는 기준은 영의 상태로 결정될 것이다. 즉, 사람의 열매인 영이 여물었나, 아니면 쭉정이가 되었나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쯤에 이르니 고민이 커졌다. 현재의 내 영은 색깔이나 모습이 좋지 않은데, 이대로 내 생명이 끝난다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열매를 남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열매는 곧 자신의 결실물이다. 그런데 열매가 제2의 자기를 창조해 낼 수 없는 쭉정이라면, 그 생명체는 존재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열매를 여물게 하지 못한 생명체는 영속할 수 없다. 열매는 여물어야 생명력을 지닌다. 

모양과 크기가 같은 파란 은행(銀杏)과 노란 은행을 채취해 관찰해 보았다. 시간이 지나자 파란 은행은 건포도처럼 변했으나, 노란 은행은 알맹이가 단단했다. 땅에 심으면 싹을 띄울 수 있고, 껍질을 까면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되어 있었다.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 천리원칙이다. 영을 위해 살려면 필시 선과 사랑을 행해야 한다. 육신이 좋아하는 삶은 감각적이고 퇴폐적이다. 이 둘은 서로 조화할 수 없기에 인간의 삶이란 그리 간단치 않다. 육신이 좋아하는 삶을 산다면 알맹이인 영은 피폐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갈수록 본분을 망각한 채 외물(外物)에 매달리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덜된 사람일수록 허명(虛名)에 집착한다. ‘속빈 강정’이다. 겉 사람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많고 크고 높고 좋은 것을 얻기 위한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다. 겉 사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아름답게 가꾸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내용물은 형편없는데 포장에만 치중하는 형국이다.

사람은 죽어서 무엇을 남기나. 또한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지금 나의 마음씀씀이와 행동거지를 살펴보면 나의 열매인 나의 영혼이 여물고 있나, 쪼그라들고 있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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