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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주어사, 가톨릭 전유물 아니다” 불교계 한목소리
전국비구니회, 11월29일 ‘역사 바로세우기’ 포럼 개최…발제자들 “천진암·주어사는 포용·상생·화합의 장소”
기사입력: 2021/12/02 [10:16]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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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비구니회, 1129역사 바로세우기포럼 개최발제자들 천진암·주어사는 포용·상생·화합의 장소

 

최근 가톨릭에서 천진암 성지를 건립하거나 주어사를 전유하려는 행태는 불교의 흔적을 없애고 자신들만의 기억으로 특정 공간을 배타적으로 점유한다는 점에서 종교 갈등을 불거지게 하는 배타적 종교 성지 팔림세스트(특정한 종교 성지가 다른 종교 성지로 바뀌는 현상)라 할 수 있다.”

 

“‘주어사의 강학회는 결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다. 18세기말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개방적이고 중층적이었던 종교문화의 한 결과이며 활발하게 이뤄졌던 학문과 종교에 대한 토론의 과정이다.”

 

주어사나 천진암은 천주교의 순교지가 아닌데도 성지화되고 있는 매우 드문 사례다. 특히 천진암·주어사가 천주교 발상지의 근거가 된 달레의 신화는 상당 부분 후대에 변조되고 재구성된 것으로 전적으로 신뢰하기 힘들다.”

 

가톨릭 순례길추진 사업을 발단으로 천진암(天眞庵주어사(走魚寺) 등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가톨릭 성지화 사업과 관련해 불교 성지의 역사와 의미를 바로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가 1129일 전국비구니회관 1층 메따공연장에서 개최한 천진암과 주어사의 올바른 역사 계승을 위한 포럼은 사찰을 중심으로 한 종교간 교류를 비롯해 역사적 배경, 향후 불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고 고민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발제자들은 여러 기록을 근거로 천진암·주어사가 사찰인 동시에 다양한 종교간 교류와 문화적 향유의 공간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단순히 가톨릭의 발상지로만 부각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 전국비구니회가 11월29일 전국비구니회관 1층 메따공연장에서 ‘천진암과 주어사의 올바른 역사 계승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조선시대 유교와 불교의 문화적 공존과 상생의 양상-불교사찰의 문화적 공공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한 박종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조선시대 불교는 저변이자 주변화된 채 일정한 억압을 당했다. 그럼에도 유생(儒生)들의 과거시험 준비나 강학을 위한 공간, 양반들의 사회적 교류가 이뤄지는 사회·문화적 활동의 장으로서 활발하게 이용됐다불교의 포용과 공유는 타 종교의 전통과 기억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고 배려한다는 점에서 공존의 모델로서 공유형 공공성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박 교수는 여러 종교의 역사적 경험이 서려 있는 장소는 특정한 종교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포용과 공유를 통해 공존과 상생이 가능하다주어사에 대한 최근의 갈등은 일방적 기억만을 강변하는 장소가 아니라 종교적 보편성은 물론 문화적 공공성을 상기시키는 장소로 재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주어사와 한국종교의 공공성지를 주제로 발제한 한승훈 원광대학교 HK연구교수도 18세기 말 유학자들이 왜 사찰에서 공부하고 천주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충돌이 없었는지 그 배경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전근대 한국에서는 제도나 전통을 단위로 종교를 인식하는 경계가 비교적 덜 배타적이었다. 유학자들이 사찰을 찾고, 출가한 승려가 유가 경전을 읽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최근 전국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가톨릭의 성지 조성은 해당 장소에 대한 독점적 점유를 주장하며 질서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 교수는 또 강학회가 있었던 장소가 성지가 되어야 할 명분은 부족하다. 천진암 성지화 과정은 졸속적이라며 이 과정이 불교인들에게 특별히 폭력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그곳이 사찰 터였다는 사실이 무시됐다는 점, 그 자리에 짓는 데 100년이나 걸리는 가톨릭 성당이 들어선다는 점, 그 성당에 명백히 사찰이름인 천진암의 이름이 붙었다는 점 등이 모욕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진암·주어사는 공공성지라고 거듭 강조한 한 교수는 이 장소는 한국종교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종교전통 사이의 교류가 새로운 종교사적 도약을 이뤄낸 종교 화합의 현장이라며 여러 종교 전통 및 한국 사회 일반에게 공유되는 의미와 가치를 가진 장소로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주장에 더해 천진암·주어사가 강학회의 발상지라는 학술적 자료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창익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강사는 주어사와 천진암-천주교 성지화 사업의 정점주제발표에서 주어사나 천진암 강학의 근거는 오로지 정약용이 쓴 권철신과 정약전 묘지명뿐이라며 심지어 주어사라는 이름은 이 두 문서 이외에 다른 신뢰할 만한 문서 자료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톨릭은 가장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하고 불리한 자료는 배제해 강학의 기원을 재구성하고 있지만 만들어진 성스러움의 공간이라는 차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성지 갈등 속에서 의미해석의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에 불교계에서도 이를 대비하는 문화적·역사적 기억의 복원과 상징적 자리에 대한 해석 작업이 전개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발표가 끝난 뒤 종합토론에서는 민학기 변호사, 나유인 세계종교평화협의회 집행위원장, 조규환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해 현안에 대한 종교적 해석과 역사적 사실, 불교계의 대응 등과 관련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전국비구니회 회장 본각 스님.  


포럼에 앞서 전국비구니회 회장 본각 스님은 개회사에서 가톨릭은 천진암이 한국천주교발상지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도 천주교학에 관심을 가졌던 5인의 묘를 이장하고 그곳에 대성당 건립을 추진하는 등 새롭게 역사를 재구성하고, 관광정책을 이용해 교세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가톨릭이 드러내고 있는 배타적이고 침략적인 현실 앞에서 천진암과 주어사가 과연 가톨릭만의 성지로 조성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되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종교란 진리에 수순하는 참다운 가르침과 세상에 정의를 심어주는 가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천진암과 주어사의 올바른 역사를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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