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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화와 불교-㊿ 히말라야의 은둔 왕국 티베트 불교 서양에 모습 드러내

보검 이치란 스님 | 기사입력 2021/12/06 [09:17]
《티베트 사자의 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 해설서 출간

서양문화와 불교-㊿ 히말라야의 은둔 왕국 티베트 불교 서양에 모습 드러내

《티베트 사자의 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 해설서 출간

보검 이치란 스님 | 입력 : 2021/12/06 [09:17]

티베트 사자의 서세계적 베스트셀러,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 해설서 출간

 

유럽의 동양학자들은 주로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에 주목해 왔다. 물론 동양학이라면 지중해 동쪽 지방을 포괄하는 용어이지만, 대체로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가 동양학 연구의 대상이 된다. 힌두교 자이나교 불교 도교 유교 등의 종교가 주류를 이룬다. 또한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도 이 범주에 속하지만, 페르시아 연구는 독립된 체계에 의해서 연구되고 있다. 이란-인도 분야가 주된 연구 대상이다. 동양학 가운데 불교는 매우 흥미진진한 연구 테마이다. 인도 스리랑카 동남아시아 중국 불교가 유럽에 일찍이 알려졌지만, 티베트 불교는 좀 생소했었는데, 티베트 사자의 서가 세상에 출현하면서 티베트와 티베트불교가 갑자기 클로즈업되었다. 

▲ 《티베트 사자의 서》를 공역한 라마 카지 다와 삼둡과 미국 인류학자 월터 에바스베트(1910년경).    

 

월터 에바스베트(18781965)라는 미국의 인류학자가 바르도 퇴돌이라는 티베트 닝마파 소의경전을 티베트 사자의 서란 제목으로 영역하여 1927년에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서구 지성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으며, 1935년 분석 심리학자 카를 융에 의해서 해설과 함께 재판되기에 이르렀다.

 

본래 이 책은 8세기에 탄트라 불교를 부탄과 티베트에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파드마삼바바의 저술이다. 바르드 트 달러 첸모(중유에 대해 청문 하는 것에 의한 해탈)་》이란 의미로 사프츄우 시트 곤파 란돌(적정·분노백존을 명상 하는 것에 의한 스스로의 해탈)이라는 매장교법(埋葬敎法)에 포함되어 있는 책이다. 파드마삼바바는 아미타불의 화신(化身)으로 여겨지는 두 번째 부처로 숭배되는 고승이다.

 

티베트에서는 이 책을 <중간계에서 듣고 이해함으로써 그 자리에서 해탈에 이르게 하는 위대한 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책은 <자애로운 모습과 무서운 모습의 붓다와 보살들에 대한 명상을 통해 그 자리에서 해탈에 이르게 하는 근본 가르침>이라는 방대한 문헌의 일부이다.

 

월터 에바스베트에 의해서 Tibetan Book of the Dead라는 타이틀로 영역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일본에서도 티베트 사자의 서로서 잘 알려져 있다. 사프츄우 시트 곤파 란돌은 테베트 불교의 닝마파에서 요가 수행 법 체계이다. 바르드 트에 달러 첸모라고 불리는 부분은 임종에 임하여 라마들이 독경용으로 읽혀지는 실용적인 경전이다. 한국불교로 말한다면 <무상게(無常偈)>와 같은 기능을 한다.

 

여기서 바르도(Bardo)’란 살아 있는 상태도 완전히 죽은 상태도 아닌 중유(中有)의 상태를 말한다.

 

바르도는 불교에서 사유(死有)에서 생유(生有)로 이어지는 중간적 존재인 중유(中有, antarabhāva)인데, 중음(中陰), 중간계(中間界)라고도 번역한다. 바르도는 티베트 불교의 용어이다. 이것은 불교의 명상과 관련되어 있는데, 불교에서 명상은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둘로 이루어져 있다.

▲ 스위스의 정신의학자로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인 구스타프 융(1875년〜1961년).    

  

처음에 앉거나 눕거나 서서 또는 걸으면서 사마타 명상을 하여 고요함, , 적멸에 이르러서 번뇌를 제거하는 상태에 도달한다. 한동안 고요해지면 곧 꿈을 꾸게 되는데, 새로운 정신세계에 태어난다. 이것을 정신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고도 말하고, 명상 중간계에 태어난다고도 하는데, 간단히 중간계에 태어난다고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사마타 명상을 멈추고 위빠사나 명상을 시작한다. 그래서 모든 불순한 것을 순수한 것으로 변신시키는 상상을 하여, 이 상상이 성취되면 금강삼매를 얻었다고 하며, 이를 부처가 되었다고 말한다. 티베트 불교에서 강조하는 명상 수행법이다.

 

금강삼매란 세상의 모든 만물을 금강, 즉 다이아몬드로 변신시킨다고 해서 이름이 금강삼매이다.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도 이 금강삼매를 자세하게 가르치고 있다. 불경에서는 사람의 존재 상태를 4가지로 구분하는데, 그것은 생유(生有) 사유(死有) 본유(本有: 에서 까지 생애) 중유(中有: 이생에 죽어서 다음 까지를 말함)이다. 이들 중 네 번째의 중유(中有)의 상태의 정상적인 기간이 49일이다. 즉 사람이 죽은 뒤에는 일반적인 경우 49일이면 중유(中有)가 끝나고 다음 생()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다음 생이 결정되기 전인 48일째에 정성을 다하여 영혼의 명복을 비는 것이 49일재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중간계를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이승 중간계(탄생과 죽음 사이의 중간계), 꿈 중간계(잠과 깨어 있음 사이의 중간계), 명상 중간계(깨어 있음과 초월 사이의 중간계), 죽음 중간계(죽음 직후의 중간계), 저승 중간계(죽음과 재탄생 사이의 중간계), 탄생 중간계(태어나기 직전과 태어나는 순간 사이의 중간계)가 그것이다.

 

같은 불교이지만, 티베트 불교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런 교리적 특징을 잘 이해해야 티베트 사람들과 불교를 접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런 내용을 처음 들어본 유럽인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고, 정신의학자로서 분석심리학을 전공으로 삼았던 카를 융에게는 좋은 연구 과제였다.

 

유럽인들에게 또 하나의 흥미를 더해 주면서 대중적으로 각광을 받은 책이 바로 나의 라사여행:My Journey to Lhasa이다. 1927년에 알렉산드라 데이비드 닐(18681969)여사가 저술한 티베트 여행서이다.

 

벨기에-프랑스 탐험가면서 강신술사였고, 나중에 불교로 개종했다. 그녀는 무정부주의자이면서 본업은 오페라 가수였고, 작가였다. 당시로서는 외국인들에게 금지국가였던 티베트를 그녀는 1924년 티베트의 수도 라사를 방문했다. 이후 그녀는 나의 라사여행:My Journey to Lhasa외에도 Magic and Mystery in Tibet을 포함하여 동양 종교, 철학 및 여행기 등 30권 이상의 책을 저술했다. 그녀의 책은 비트 세대 작가인 잭 케루악(1922~1969)과 앨런 긴즈버그(19261997) 미국 시인 등에게 영향을 미쳤다.

▲ 티베트 불교를 서구에 알린 알렉산드라 데이비드 닐 여사.  

 

▲ 2005년 판 《나의 라사 여행: My Journey to Lhasa》 표지. 

 

영국 출신 알랜 윌슨 왓츠(19151973)는 영어권 불자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는 대중 설법사(說法師)였는데, 나중에 그는 선불교에 심취해서 서구 사회에 큰 영향력이 있었던 기인이었다. 그는 초기에는 닐 여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알랜 왓츠는 불교 도교에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힌두 철학의 불이(不二)사상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닐 여사는 미국의 영적 지도자이면서 현대요가의 그루인 람 다스(19312019), 심리학자와 스코틀랜드 출신 예술가이며 작가로서 신비주의자이기도한 벤자민 크렘(19222016)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유럽에 불교를 대중들에게 가장 강렬하게 각인시킨 작가는 독일의 헤르만 헷세의 싯다르타였다. 싯다르타는 동양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헤르만 헤세가 1922년 발표한 종교소설이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제1계급에 속하는 성직자 계급의 아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출가, 이후 먼저 해탈에 경지에 오른 불교 창시자 석가모니를 만나 그의 깨달음에 균열이 있음을 인지한다. 이후 수행이 아닌 다양한 인생 경험을 거쳐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서양인의 눈에 생소할 수 있는 불교가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보여 주었다.

 

줄거리를 대강 일별해 보자. 카스트 제도의 1계급인 성직자의 아들인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친구인 고빈다와 함께 출가한다. 고행 중에 얻어 듣게 된 석가모니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부처의 가르침이 자신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누구에게도 진정한 깨달음의 길을 줄 수 없으며, 모든 이들은 각자가 깨달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 싯다르타는 친구 고빈다를 두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후 40살의 중년이 될 때까지 그는 기녀 카말라와 부자 상인 카마스와미와의 만남을 통해 세속의 욕망을 즐긴다. 카말라에게서는 사랑하는 방법과 그 즐거움을 배우고, 카마스와미에게서는 돈에 대해 배우지만 세속에 찌든 자신의 모습에 실망, 부유함과 애인을 버리고 과거 자신을 태우고 강을 건너 준 뱃사공 바주데바와 같이 일한다.

▲ 헤르만 카를 헤세(1877년~1962년)는 독일계 스위스인이며, 시인, 소설가, 화가이다.     

 

▲ 소설 《삿다르타》

 

노인이 된 싯다르타는 옛 애인 카말라가 독사에 물려 죽자, 카말라와 자신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맡아서 키운다. 하지만 부잣집에서 자란 아들은 너무나도 버릇이 없었고, 소박하게 모은 돈까지 훔쳐서 달아나고 만다. 이에 슬픔을 느낀 싯다르타는 추억이 담긴 별장에 가지만, 이미 별장은 카밀라가 석가모니에게 기증한 뒤라 옛 추억 대신 승려들로 채워져 있었다. 바스데바의 말없는 위로를 받으며 집에 돌아온 그는 옛날처럼 뱃사공으로서 성실하게 일을 하지만, 이미 그는 깨달음을 얻은 뒤였다. 석가모니의 죽음 이후 불교를 설법하러 다니던 싯다르타의 옛 친구였던 고빈다를 우연히 만나 그에게 자신이 깨달은 것을 가르쳐주고, 고빈다는 옛 친구 싯다르타에게 경의를 표한다.

보검<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 필자 보검스님(왼쪽)이 젊은 시절 서양인들에게 한국불교에 대해서 영어로 설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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