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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生佛’ 틱낫한 스님 입적…틱낫한 스님의 『화해』
1월21일 베트남 뚜 히에우사원서 입적…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세워 참여불교·평화운동 펼쳐
기사입력: 2022/01/24 [21:49]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문윤홍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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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일 베트남 뚜 히에우사원서 입적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세워 참여불교·평화운동 펼쳐

 

세계적 불교지도자이자 평화인권운동가인 틱낫한(Thich Nhat Hanh·釋一行, 1926~2022) 스님이 121(현지시간) 원적(圓寂)에 들었다. 틱낫한 스님이 세운 프랑스 명상공동체 플럼빌리지(Plum village)’ 사원은 틱낫한 스님이 이날 자정 입적했다고 고인의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틱낫한 스님은 이날 출가했던 베트남 중부 후에에 있는 뚜 히에우 사원에서 자정쯤 입적했다. 세수 96, 법랍 80.

 

틱낫한 스님은 한국 간화선의 세계화에 앞장서온 숭산(崇山) 스님(1927~2004)과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라마, ‘캄보디아의 간디마하 고사난다 스님과 함께 세계 4대 생불(生佛)로 추앙받아왔다.

 

시인이자 교사, 평화운동가였던 틱낫한 스님은 특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함께 '살아있는 부처', '영적 스승'으로 불려왔다. 국내에서도 , 귀향, 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선지식이다.

 

플럼빌리지건립하고 불교명상 세계에 알려참여불교·평화운동 전개

 

192610월 베트남 중부 후에에서 왕조의 행정관료 가문에서 태어난 틱낫한 스님은 16세이던 1942년 뚜 히에우 사원으로 출가했다. 영어 등 7개 국어를 구사했던 틱낫한 스님은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치면서 불교와 관련된 강의를 했다. 1963년 베트남으로 돌아와 불교계 평화운동을 전개했다.

 

스님은 생전에 미국의 인권운동가인 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만나 갈등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평화와 비폭력을 지향하는 틱낫한 스님에 감명받은 킹 목사가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 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향년 96세를 일기로 열반했다. 2003년 3월1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모습    


틱낫한 스님은 미국과 프랑스 등 서양에 불교와 명상을 보급하는 노력을 펼쳤고, 아시아에서는 평화운동 등 사회참여 불교운동을 창시했다. 불교 원리를 정치·사회 개혁에 적용하는 참여불교 운동을 전개하면서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그래서 틱낫한 스님을 평화운동가이자 참여불교운동가로 불리게 됐다.

 

스님은 베트남전쟁(1960~1975)이 벌어지자 사원에서 수행을 계속할지 아니면 사원을 나와 전화(戰禍)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행동할지 고민한 끝에 병원과 사회복지 학교, 불교대학, 사회단체를 차례로 설립하고 고아와 전쟁 희생자를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파리평화협상에 파견된 불교평화대표단의 단장이기도 했던 틱낫한 스님은 공산주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공의 입장에 서지도 않았다. 반전(反戰)주의자인 스님은 결국 남베트남 정부(사이공 정부)와 북베트남 정부 양쪽의 미움을 받고 베트남에서 추방당하는 몸이 되었다.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1968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이후 베트남 난민공동체의 지도자로서 수천 명에 달하는 베트남 난민을 구하기 위해 20만 달러를 모금해 800여 명의 보트피플을 구조했다. 1975년 파리 근교에 '스위트 포테이토', 1982년 보르도에 '플럼 빌리지'(자두마을)를 각각 세우고 명상공동체 활동을 통해 세계 각국의 비구·비구니 스님들과 평화 및 참여불교 운동을 전개했다. 1990년에는 미국 버몬트주()에 승원(僧院) '단풍림'과 수행원(修行院) ‘그린 마운틴을 설립하고, 이후 프랑스·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을 오가며 계속 강연 및 저술 활동을 했다.

 

틱낫한 스님은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말을 할 수 없게 되자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기 위해 2018년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고인은 사후(死後)에 시신을 화장해서 전세계에 있는 플럼빌리지 명상 산책로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한국에는 1995, 2003, 2013년 세 차례에 걸쳐 방문해 우리 국민에게 불교 명상 등의 가르침을 전했다.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고승 틱광둑 스님의 제자불교탄압과 독재정치 맞서 소신공양

 

베트남의 스님들 중에는 ''씨가 많다속가(俗家) 버리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문중에 든다는 뜻으로 '()' 성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 베트남 발음으로 읽으면 ‘ 된다. 틱낫한 스님의 한자 표기는 석일행(釋一行)이다. 틱낫한 스님은 틱광둑(釋廣德·1897~1963) 스님의 제자였다. 

 

틱광둑 스님은 베트남의 고승으로, 베트남 불교단체에 의하면 7세 때 출가했고 이후 1932년까지 수행을 거듭하다가 1932년 안남불교회가 성립되면서 베트남 중부와 남부 일대를 돌아다니며 포교와 사찰재건에 힘을 썼다. 이후 캄보디아로 유학 가면서 남방불교에 대해서도 공부했고 베트남이 프랑스 지배체제에서 벗어난 후로는 남베트남에 머물며 사찰재건 및 포교, 신도 교화에 힘쓰면서 남베트남 불교계의 거목이 되었다. 

▲ 남베트남정부의 불교탄압과 독재정치에 저항하면서 소신공양하는 틱낫한 스님의 스승 틱광둑 스님     


그러나 베트남 응우옌왕조의 마지막 황제 바오다이(Bao Dai, 保大 재위 1926~1945)를 내쫓고 베트남공화국(남베트남)의 초대 총통이 된 응오딘지엠(Ngô Ðình Diệm, 吳廷琰)이 불교 탄압정책과 독재정치를 펴기 시작했고, 거기에다 친인척들이 대규모 비리를 저지르면서 남베트남의 형세가 기울어 함락되기 시작했다. 거기에다 불교탄압 정책에 맞서 시위하던 스님들을 무차별 진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틱광둑 스님은 이에 맞서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하기로 결심했다. 스님은 분신의 목적을 단 한 줄로 적었다. "우리들의 입장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이 몸을 불사른다.“

 

1963611일 승려들의 침묵 가두시위가 진행되면서 틱광둑 스님은 제자 스님들의 도움을 받아 사이공(현 호치민) 거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미동조차 없이 소신공양을 감행했다. 이 모습을 AP통신 기자 말콤 브라운이 촬영해 속보로 전해져 베트남은 물론 전세계로 일파만파 전파되었다. 소신공양 당시 세수 67, 법랍 47년이었다.

 

틱광둑 스님을 스승으로 존경한 틱낫한 스님은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스승의 소신공양에 관한 편지를 이렇게 썼다.

 

“1963년 베트남 스님들의 소신공양은 서구 기독교적 도덕 관념이 이해하는 것과는 아무래도 좀 다릅니다. 언론들은 그때 자살이라고 했지만, 그 본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는 저항 행위도 아닙니다. 분신 전에 남긴 유서에서 그 스님들이 말하는 것은 오로지 압제자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고 그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 목적이며, 베트남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세계 이목을 집중하게 한 것이 목적입니다.”

 

불교의 소신공양은 힘없는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려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틱낫한 스님은 서구세계에 그 의미를 전했다. 

 

세계인 마음평화 위했던 삶"틱낫한 스님 국내서도 애도 이어져 

 

틱낫한의 열반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22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틱낫한 스님은 살아있는 부처로 칭송받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지도자로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애도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스님께서는 세계인들로부터 영적인 지도자, 살아있는 부처로 존경받아오셨다. 특히, 평화와 부드러운 동정심, 밝은 지혜로 어렵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셨다면서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자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반전평화운동을 펼치신 것을 비롯해 지구촌 평화운동의 지도자로서, 세계 불교 지도자로서 전쟁 위기에 직면해 고통받는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밝게 빛나는 등불이 되어 주셨다고 추모했다. 이어 이 후보는 스님께서 가르쳐주신 평화와 동정심, 지혜와 실천을 마음 깊이 새긴다고 다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이날 발표한 애도메시지에서 세계적 불교 지도자이셨던 고인께서는 평생 세계인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셨다면서 저서 를 통해 마음 속의 분노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화두를 던지며, 우리 국민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으셨던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한하셨을 때 광주를 찾아 시민들의 역사적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고, 또 새만금 갯벌에서 안타까운 생명들을 위한 명상을 진행해주셨던 일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고 회자하며 스님께서 세상에 뿌려주고 가신 인권, 생명, 평화의 가치들을 가슴에 되새기겠다. 두 손 모아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틱낫한 스님의 입적에 한국 불교계의 애도 메시지도 이어졌다. 대한불교조계종은 프랑스 플롬빌리지와 베트남불교중앙승가회, 스님이 입적한 뜨후에우 사원 등 6곳에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전자애도문을 발송했다. 원행 스님은 "한국 불자와 조계종 사부대중을 대표해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선사께서 평생을 걸어온 행장은 전세계인들의 마음의 평화와 공동체의 화해와 치유를 위한 보살도의 삶 그 자체였다"라고 추모했다. 이어 "스님의 위대한 그 실천행은 전 세계인의 삶의 지표가 될 것"이라며 "부디 큰 원력으로 다시 오시어 이 땅에 부처님의 혜명을 이어주고 만중생을 이끌어 달라"고 밝혔다.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도 24일 발표한 추도문에서 "스님의 입적에 큰 슬픔을 전한다""불법의 시대화, 대중화, 생활화로 인류의 미래에 평화를 심어주신 스님의 영전에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올린다"고 밝혔다. 나 교정원장은 "스님께서 가시는 앞길이 원불교 모든 교도의 진심 어린 정성으로 법신불 사은의 가호 속에 평안과 영원한 안식이 함께 하기를 염원 드린다"고도 밝혔다.

 

틱낫한 스님의 화해』…세계인의 정신적 스승 틱낫한 스님 치유의 메시지

 

왜 나는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서 할까.

나도 모르게 까닭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는 이유는 뭘까.

가끔씩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는 건 왜일까.

 

누구나 내면에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면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당신 내면을 찬찬히 바라보세요. 어쩌면 그 아이가 웅크린 채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미세요. 아이의 손을 토닥이며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매일매일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덧 그 아이는 당신의 마음속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거예요.”

 

전세계인의 정신적 스승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화해. 마음속 응어리와 트라우마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가까운 사람의 사소한 한 마디에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머리로는 내가 왜 이러지?’ 싶은데, 가슴으로는 멈출 수가 없다. 결국은 폭발! 곧이어 뒤따라오는 후회로 마음의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그때 왜 그랬을까? 그 화는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틱낫한 스님은 그 화가 우리 내면에 있는 아이의 상처에서 왔다고 말한다. 무의식 속에 꾹꾹 눌러 두었던 그 아이의 고통이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촉발되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는 우리의 화와 고통도 치유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안에 있는 아이를 만나서 다독여 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아이를 달래 주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아이뿐 아니라 우리를 아프게 하는 상대방의 내면에 있는 아이의 상처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 지혜와 너른 품을 길러야 한다. 

▲ 틱낫한 스님의 삶과 죽음, 마음챙김, 걷기명상에 대한 메시지는 “땅에 발로 입마추듯 걸어세요.” 틱낫한 스님은 생전에 서예를 즐겨했는데 2013년 플럼빌리지에서 붓으로 쓴 글을 들어보이고 있다.    


틱낫한 스님은 저서 화해-내안의 아이 치유하기(불광출판사, 2011)에서 내 안에 있는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리하여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8가지 지혜와 7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정하게 일러준다. 모두 금방 이해되며 일상에서 당장 해볼 수 있을 만큼 쉽지만 그 효과는 깊다.

 

분주한 생활에 치여 살다가 문득 만난 마음속 응어리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화해는 달빛 같은 은은한 미소를 비춰 줄 것이다. 아픔을 간직한 나에게, 나를 아프게 하는 이에게, 아파하는 사람에게 화해를 선물하자.

 

나 여기 있어.”

 

우리가 마음의 고통을 겪을 때마다 내면의 아이는 나 여기 있어. 나를 좀 돌봐줘라며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이 목소리를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은 그 상태에 빠져든 나머지 다른 것을 알아차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틱낫한 스님은 한번의 고요한 호흡, 한 번의 고요한 발걸음을 권한다. 이를 통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상태에서 잠시 빠져나와, 마치 밖에서 구경하듯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 우리를 부르는 내면의 아이를 발견할 수 있다. 아이를 만나면 달빛처럼 은은한 미소를 보내라. 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건넬 것이다.

 

상처는 유전된다

 

내면의 아이가 겪는 고통은 대개 우리가 어릴 적 받았던 상처가 원인이다. 아버지나 어머니,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내뱉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우리에게 상처를 줬고, 우리가 그것을 그대로 내버려둬서 지금까지 아픈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은 왜 우리에게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분들 내면에도 상처받은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몰라 방치했기 때문에, 상처받은 아이가 겪는 고통이 우리를 향해 표출된 것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우리가 그분들처럼 내면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면 그 상처는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상처의 연결고리를 끊는 일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내 안의 아이와 화해하라, 그러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를 이어 내려온 상처를 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더이상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아픔을 주는 직장 동료와 친구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상처받은 아이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동병상련의 감정이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선 무의식에 가둬 두었던 내 안의 아이를 불러내어, 그동안 모른 체 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 그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상처를 돌보고 아픔을 함께 치유하자고 약속해야 한다. 고요히 걷고, 고요히 숨을 쉬며 그 아이의 말을 들어 주고, 그 아이의 손을 다독여 주고, 그 아이가 뛰어놀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가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그날, 우리 자신도 자유를 되찾게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에게 아픔을 준 사람들이 자유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게 된다.

 

내 안의 아이를 치유하는 일은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까지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우리는 고통에서 배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책 속에서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를 포근히 안아 줄 때 실은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 고조할머니를 비롯한 과거 세대의 모든 상처받은 아이들을 다 안아 주는 것이다. -p. 12

 

환자가 수술을 받기에는 아직 너무 약하다고 판단한 외과의사가 환자에게 수술을 견딜 수 있도록 먼저 충분히 쉬고 영양을 섭취하라고 조언하듯, 우리 역시 고통에 집중하기 전에 먼저 기쁨과 행복의 기반을 잘 다져 놓아야 한다. -p. 63

 

기쁨은 내가 잡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일, 그것을 뒤로하고 앞으로 가는 것에서 솟아난다. --p. 64

 

나는 고통이 없는 곳으로는 친구와 자식들을 보내고 싶지 않다. 그런 곳에서는 이해와 자비를 기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p. 80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 -p. 84

 

고통을 변화시키려면 그것과 싸워서도 안 되고 그것을 없애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저 깨어 있음의 빛으로 고통을 씻어 주면 된다. -p. 91

 

아버지가 5살 때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면 명상 중에 그 사진을 봐도 좋다. 5살 때의 아버지 모습을 바라보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수행하면 아버지 안에 그리고 당신 안에 여전히 살고 있는 그 5살 아이가 보일 것이다. -p. 97

 

우리는 우리의 아들딸 안에 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고스란히 그 아이들에게 물려주었다. 아들과 딸은 우리의 연속체다. 아들과 딸이 바로 우리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우리를 저 먼 미래로 데려갈 것이다. 우리가 이해와 자비를 담아 자식을 사랑할 때 그 아이들은 그 사랑에 힘입어 자신들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그리고 미래세대를 위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다.

-p. 99

  

지혜는 잘못된 생각을 바꿔 주는 구원투수다. -p. 112

 

만약 흙 한 점이 한 잔의 물에 떨어진다면 우리는 그 물을 마시지 못하고 버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흙이 거대한 강물에 떨어진다면 우리는 그 강물을 아무 상관없이 쓸 수 있다. 강은 크다. 강은 흙을 받아들일 수 있고 우리는 그 물을 마실 수 있다. -p. 117

 

마음이 크다면 우리는 고통 없이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다. 인내는 고통을 억누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p. 119

 

우리는 심한 상처를 받으면 방으로 들어가서 홀로 울며 남의 도움을 거부하곤 한다. 자존심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상대를 벌하고 싶은 마음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p. 125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세상 최고의 의사이자 최고의 심리치료사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그 사람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p. 128

 

우리가 화해하고 싶은 사람이 아주 멀리 있다 해도, 그 사람이 편지를 개봉하거나 전화 받기를 거부해도, 그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해도 화해는 가능하다. (중략) 화해는 평화가 회복될 수 있도록 우리 내면에서 먼저 문제를 푸는 일이기 때문이다. -p. 135

 

우리는 행동하기 위하여 분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합법적이고 타당한 분노라 해도 분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기꺼이 행동에 투신하는 사람은 부족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사랑할 수 있는 사람, 편들지 않는 사람, 그래서 현실을 온전히 통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다. -p. 138~139

 

질투심을 내는 사람, 우리의 존엄에 먹칠을 하는 상황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일을 저지를 정도라면 그들은 질투심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을 자비로 대해야 한다.”

 

-p. 153우리 마음이 강물이라면 개개의 심리 현상은 하나의 물방울이다. 우리는 강둑에 앉아 개개의 심리 현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싸우거나 움켜쥘 필요도 없고 밀어낼 필요도 없다. 그 심리 현상이 유쾌한 것이든 불쾌한 것이든 그저 침착하게 그 존재를 인정하고 미소를 보낸다. -p. 177

 

어두운 생각, , 두려움이 그 사람 안에 일어나면 우리는 그 사람 안의 좋은 씨앗에 물을 줘야 한다. 그러면 그 좋은 씨앗에서 튼 싹이 나쁜 심리 현상을 대체하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선별적 물주기라 부른다. -p. 179

 

틱낫한 스님의 365일 잠언 모음집 너는 이미 기적이다

 

틱낫한 스님의 책 화해와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너는 이미 기적이다(불광출판사, 2017) 가 있다. 이 책은 스님이 그동안 남긴 책과 글에서 가려 뽑은 말씀을 모은 것이다표제를 빌려온 글은 쉰다섯 번째에 나온다. "사람들은  위를 걷거나 공중에 뜨는 것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진짜 기적은  위를 걷거나 공중에 뜨는 것이 아니라  위를 걷는 것이다날마다 우리는 온갖 기적들 속에 파묻혀 살면서 그것들을 알아보지 못한다파란 하늘 구름초록색 나뭇잎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아이의 검은 눈동자그리고 그것들을 보는 우리의   모두가 진짜 기적이다.“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우리에게 스님은 말한다. “한 그루 나무가 한 그루 나무로서 존재하는 그곳에 희망이 있고 기쁨이 있다. 네가 너로서 존재하는 것이 곧 행동이다.” 우리는 자기 아닌 다른 누구가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존재 자체가 이미 기적이다. 단지 우리가 과거나 미래, 생각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느라 그 자명한 진실을 자각하거나 경험하지 못하는 것일 따름이다. 그러니 산처럼 앉아라. 어떤 바람도 산을 넘어뜨리지 못하니 산처럼 앉아 현재 순간을 온전히 알아차려야 한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을 살면 생각의 거품이 사그라지고 자신의 가치가, 주위의 좋은 것들이 오롯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보자.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행복이  길이다깨달음으로 가는 길은 없다깨달음이  길이다." "침묵은 말을 하지 않거나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그것은  속에 어지러운 말이 없는 것이다." "당신의  슬픔을 향해 웃어   있어야 합니다왜냐하면 우리는 슬픔보다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강물 위에 떨어진 조약돌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그러고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강바닥에 가서 닿는다." "우리가 붓다에게   송이를 드리면그분은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크게 고마워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너의  본향(Your True Home)이다편집을 맡은 멜빈 맥러드는 '여는 ' 이렇게 썼다. " 책에 실린 간결하고 함축적인 가르침은 (중략) 통찰과 지침이다실재의 본성에 대한 분명하고 직접적인 통찰을 주는 가르침들은현상과 마음과 신경증과 고통과 깨달음의 참된 본성을 드러낸다 가르침들은 상호내재비어 있음목적 없음깨달음열반을 포함하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한마디로 불교의 지혜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틱낫한 스님은 한국에   왔다. 1995, 2003, 2013마지막으로 왔을  기자들과 만나 나눈 말들은 이해와 연민 그리고 치유부부 갈등청년실업심지어 남북한 갈등도 근본적인 처방은 같았다. "행복은 돈과 명성권력이 아니라 이해와 연민형제애에서 온다." 자살에 대해 묻자 스님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자살하는 이유는 자신의 강렬한 감정을 다루지 못해서다우리는 감정보다 훨씬   존재다 감정 때문에 우리 자신을 죽여야 하는가."

 

너는 이미 기적이다를 읽는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생생하게 사는 것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스님의 글이 우리를 그리로 곧장 데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구절들을 매일 한 줄씩 읽고 숙고하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더없는 선물이자 휴식이다. 이 책을 읽는 건 단지 하루의 몇 분이겠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인생의 구심점, 소중한 것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인생이 제 길을 찾아가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세심하게 읽기를 권한다. 하루에 한두 페이지를 읽고, 그 깊은 뜻을 음미하고 숙고하길. 내 경우, 아침에 한 구절을 읽으면 그 내용이 의식으로 스며들어 하루 종일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지혜들이 내 경험을 미묘하게 물들이고, 적절한 순간에 스스로 떠올라 통찰을 안겨 준다. 부디 이 위대한 가르침들이 여러분 역시 사로잡을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허락했으면.” - ‘편집자의 말에서

 

틱낫한 스님

 

틱낫한 스님의 속명은 응엔 쑤언 바오이다. 1926 후에 시에서 태어났다열여섯 살에  히에우 사찰로 출가 쿠이 찬탓 스님을 은사로 받들었다베트남 중부의 바오 쿠옥 수도원에서 불법을 배운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대승불교를 대표하는 스님으로 참여불교의 성격이 강한 접현종을 창시했다

 

평화운동가로 전 세계인의 정신적 스승이다. 불교는 하나이지만 그 시대, 그 지역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 틱낫한 스님은 어려운 불교용어를 일상 언어로 전달하고자 늘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고통과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라도 달려가 최선을 다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죽어 가는 생명들을 구하기 위해 전세계를 돌며 전쟁을 반대하는 연설과 평화운동을 이끌었다. 이 공로로 1967년 마틴 루터 킹 목사로부터 노벨평화상 후보에 추천받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의 박해를 피해 1980년대초 프랑스로 망명한 스님은 보르도 지방에 수행공동체인 플럼빌리지(자두나무 마을)를 세우고 달빛처럼 은은한 미소로 고통받는 이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 시작했다. 이후 플럼빌리지는 전세계 사람들이 찾는 대표적인 치유의 공간이 되었다.국내에 소개된 스님의 책으로는 , , 기도, 우리가 머무는 세상, 평화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어머니,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등이 있다.

수암(守岩) 문 윤 홍 大記者/칼럼니스트, moon47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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