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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일흔이 넘으면

박길수 | 기사입력 2022/03/16 [10:32]
“그저 담담하게 살면서, 어떤 사랑이라도 베풀려고만 해야겠다”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일흔이 넘으면

“그저 담담하게 살면서, 어떤 사랑이라도 베풀려고만 해야겠다”

박길수 | 입력 : 2022/03/16 [10:32]

무망(無妄)이라는 말은 "실리(實理)의 자연(自然)으로서 조금의 위망(僞妄)도 없는 것"을 말한다. 단어의 뜻풀이가 되레 너무 어려운 듯싶다. "無妄하다"라고 하면 간단히 말해 허망함이 없다는 말이니, 별 생각이 없다는 의미고, 싱겁거나 가볍다는 뜻일 것이다. 매사 安逸하여, 설사 중요한 듯해 조금 긴장되는 일일 지라도 마치 일상을 대하듯 행하며 중얼댈 수 있는 삶의 시기를 무망한 일흔 나이로 표현하면 좋을 듯싶다.

 

속이야 타들어갈 망정 일흔이 넘으면 겉으로라도 이제는 無妄하게 살 일이다. "자네는 어찌 그리 無妄한가?" 일흔을 넘긴 친구들끼리라면 생각 없다고 나무라듯 탓할 수 있고, 한가롭게 미소 지으며 느긋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는 말일 거라고 단어 의미를 정리해본다. 별 생각이 없어, 어찌보면 어린애 같기도 하고 또 어찌보면 천치 바보 같은 뉘앙스를 풍기고.

 

사실 걱정하고 안달한 대로 돌아가는 세상은 아니었다. 세상만사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속에 그것을 가만히 붙들어 두려고만 했었다. 오랜 시간 경직된 채 낯익은 환상만을 그려놓고 오히려 허둥지둥 쫓기면서 살았었다. 맹목적 미래 허상을 멋대로 설정해놓고 수 많은 날들을 사랑 받으려고만 발버둥쳤고, 이제껏 치열한 경쟁 속에 내몰렸다. 안달하고 다투며 매사 옳고 그름만을 따졌던 지난 날이었고, 無妄한 척 너그럽지 못했다.

 

지지난달 말 문화부 초대 장관을 지낸 89세 이어령 교수님이 별세했다. 교수님은 자신의 삶이 어처구니 없었다는 듯 이렇게 회고했다.

 

"다르게 산 내 삶은 사랑을 못받아 몹시 외로웠고, 동행자 없는 주변은 온통 경쟁자 뿐이었다."라고.

 

일흔이 넘으면 사랑 받으려고 하지말고 오직 사랑을 베풀기만 하면서, 무망하게 살 일이다. 주변과 함께 나누면서, 다 열어놓고 살면 무망하여 외로울 틈이 없을 것이다. 일흔이 넘으면 비교나 경쟁 따위는 아예 잊어버리고 살 일이다. 더불어 정신없이 살면 바빠서 외롭지 않다. 일흔 넘으면 사랑도 무망하여 쓸쓸하거나 적적한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저 담담하게 살면서, 어떤 사랑이라도 베풀려고만 해야겠다. 숫제 앞서려는 생각도 하지 말고, 뒤따라서라도 갈 수 있으니 하늘의 복이다. 경이로운 축복이다. 일흔이 넘으면 무망하게 살아갈 때가 된 것이다. 허망한 생각 없이 너그럽게 꿈꿀 극락 세상이 드디어 온 것이다.

 

박길수

1952년 광주 출생, kt퇴직, 요양보호사, 6년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재택 간병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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