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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去彼取此(거피취차)

박길수 | 기사입력 2022/05/02 [14:44]
허망한 욕심 다 버리고 아무런 분별 없이 살아가는 새로운 행복

박길수의 일상에서 찾는 삶의 구원과 행복●去彼取此(거피취차)

허망한 욕심 다 버리고 아무런 분별 없이 살아가는 새로운 행복

박길수 | 입력 : 2022/05/02 [14:44]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畋獵令人心發狂, 難得之貨令人行妨,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五色은 사람 눈을 멀게 하고, 五音은 사람 귀를 막는다. 五味는 사람 입을 버리게 하고, 말타기는 사람 마음을 발광하게 하며, 귀한 재화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래서 성인은 배가 부르도록 해주지 눈을 위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는 법이다. 도덕경 제12장의 내용이다.

 

융통성 없이 나이만 들어버린 나같은 노인이 귀담아들으면 좋은 말일 듯싶다. 젊은 시절부터 이제껏 바쁘게 흥청망청 살았으니, 외부의 감각적 자극에 취할 수 있는 온갖 달콤하고 쾌락적인 향락이나 욕망은 바야흐로 자제해야 할 때이다. 마음의 침묵을 유지한 채 죽음에 이르는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늘 소박하며 겸손하게 살고싶다. 즐겁고 아름다웠던 향락과 쾌락적 욕구를 추구하는 대신 인간 존재의 의미를 건강하게 사유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去彼取此)

 

20년을 운행했던 승용차를 폐차하고, 지금껏 3년 동안 타고있는 내 자전거에 몸살이 났다. 조금만 힘을 주면 페달이 맥없이 헛돈다. 이제는 평지나 내리막길에서만 탈 수 있고, 약간이라도 비탈진 오르막길은 자전거를 끌고 걸어야 한다. 세월은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자전거에게도 병이 들게 하는 모양이다. 지난날 어디에서나 빠르고 편리했던 내 자전거의 추억은 변해 버렸다. 느리고 한적한 새벽 출근을 위해 우리는 여유롭게 집을 나서야 한다. 거친 음식이 몸에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수동적이라 느리고 투박하며 조금 더 힘든 출퇴근이 오히려 건강에 유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새벽 공기가 사람 마음을 더 깊이 적실 수 있는 정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인간에게는 자신의 사고 관점에 따라 무엇이라도 행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한 듯싶다. 그럼으로써 나는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故去彼取此)

 

잠만 자고있는 아내를 휠체어에 앉히고 상지 운동(팔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오후 내내 시킨다. 아내는 아프기 전부터 자전거 타기를 무척 좋아했다. 이제는 팔로 느리게 자전거를 돌린다. 매일 퇴근 후 우리 둘은 서로 마주하며 꼭 4시간 이상 느리게 재활하듯, 천천히 산책하듯, 같이 사방으로 누빈다. 아내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욕심은 버린지 이미 오래 되었다. 그러나 아내 건강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이미 확신했다. 참으로 천만다행이다. 우리는 서로 마주 대하고, 아주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눈을 감은 채, 의식 없이도 부지런히 나대며, 걱정 없이 살아간다. 보듬고 만지며 마주 보면서. 작은 소리로 노래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니 너무 큰 축복이다. 허망한 욕심 다 버리고 아무런 분별 없이, 눈 감고 느리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새로운 행복을 우리는 바로 취한 것이다. (故去彼取此) 

 

박길수

1952년 광주 출생, kt퇴직, 요양보호사, 6년전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져 현재 재택 간병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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