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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홍콩수장, 90세 추기경까지 '외세와 결탁' 협의 체포

김희성 기자 | 기사입력 2022/05/12 [14:02]
보안국장 출신 행정장관 선출 직후... 친중化 강화, 탄압 고조 신호

새 홍콩수장, 90세 추기경까지 '외세와 결탁' 협의 체포

보안국장 출신 행정장관 선출 직후... 친중化 강화, 탄압 고조 신호

김희성 기자 | 입력 : 2022/05/12 [14:02]
▲ 홍콩 조셉 젠 추기경    

 

보안국장 출신 행정장관 선출 직후... 친중강화, 탄압 고조 신호 

 

홍콩 당국이 대표적인 시진핑(習近平) 충성파로 꼽히는 존 리(李家超) 전 홍콩 정무부총리가 새 홍콩행정장관으로 선출된 지 사흘 만에 반중 활동으로 유명한 조셉 젠(90·사진) 추기경을 전격 체포했다.

 

경찰 출신 첫 신임 홍콩행정장관 선출을 계기로 홍콩 당국이 과거보다 더 강경한 친중 성향을 드러낼 것을 예고한 것이다.

 

11(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천주교 홍콩교구 제6대 교구장을 지냈던 젠 추기경이 이날 홍콩보안법에 의거, 외국 세력과 결탁한 혐의로 홍콩 당국에 전격 체포됐다.

 

홍콩 당국은 젠 추기경이 과거 서방 국가와 단체 등에 홍콩 제재를 요청한 단체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AP 통신은 해당 단체가 지난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법적 비용과 의료비를 지원했던 ‘612 인도주의 구제 기금(Humanitarian Lelief Fund)라고 보도했다. 해당 단체는 이미 해산됐다.

 

이날 홍콩 당국은 젠 추기경 외에도 반중(反中) 활동가인 데니스 호, 마거릿 응 전 홍콩입법회 의원, 후이포킁 홍콩 링난(嶺南)대 교수도 같은 혐의로 함께 체포했다. 홍콩보안법에 따르면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젠 추기경 등 4명의 홍콩 민주파 인사들은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 “종교적 자유 존중을” 홍콩 당국이 12일 전격 체포한 홍콩 민주화 운동의 대부인 조셉 젠(가운데) 추기경이 2012년 7월 11일 홍콩의 중국연락사무소 앞에서 “종교적 자유를 존중하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젠 추기경은 70년 전 중국 본토가 공산화될 당시 상하이를 떠나 홍콩으로 망명한 인물이다. 2006년 추기경으로 임명됐으며 3년 뒤 은퇴했다.

 

그는 2014년 우산혁명, 2019년 반정부 시위, 64일 톈안먼 민주화시위 촛불 집회 등에 적극 참여하며 홍콩 민주 진영에서 목소리를 내왔고, 이로 인해 친중 진영의 공격을 받아왔다.

 

로이터 통신은 "젠 추기경은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중국 본토에서 일부 가톨릭 주교를 박해한 것을 포함해 시진핑 국가주석 아래 중국에서 권위주의가 강화되고 있는 것을 비판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은 오랜 기간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가톨릭 거점 중 하나로 중국 본토와 다른 지역의 가톨릭을 지원해 온 단체와 학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리 행정장관 당선자도 모두 가톨릭 신자다.

 

교황청은 11(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추기경 젠의 체포 소식을 우려 속에 접했고 상황을 극도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과 홍콩 당국을 향해 "홍콩 지지자들을 겨냥하는 것을 중단하고 부당하게 구금되고 기소된 이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민주 활동가, 학자, 종교 지도자를 소위 국가보안법으로 체포함으로써 홍콩 당국은 반대파를 억누르고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약화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워싱턴의 한 행사에서 체포 관련 질문에 "나는 우리가 홍콩에서 시민사회를 압박하고 없애려는 조치들로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성명에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과 홍콩 기본법에 보장된 기본적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담당 마야 왕 선임연구원은 성명에서 "90세의 추기경을 평화로운 활동으로 체포한 것은 홍콩의 충격적인 새로운 밑바닥으로 지난 2년간 홍콩의 인권이 추락했음을 보여준다""중국 정부가 전 보안장관 존 리를 새 홍콩 행정장관으로 축복한 지 며칠 만에 이뤄진 체포는 홍콩에서 탄압이 고조될 것이라는 불길한 신호"라고 비판했다.

 

국네앰네스티는 "이들 신탁관리자에 적용된 소위 '외세와 결탁' 혐의는 홍콩국가보안법의 모호함이 정치적 목적의 혹은 악의적인 체포를 위해 무기화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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