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이란 ‘히잡 의문사’에 반정부 시위 격렬...서방 국가서도 규탄

김희성 기자 | 기사입력 2022/09/27 [13:54]
8개 도시 시위 번져...IHR "사망자 76명·체포자 1200명 이상“

이란 ‘히잡 의문사’에 반정부 시위 격렬...서방 국가서도 규탄

8개 도시 시위 번져...IHR "사망자 76명·체포자 1200명 이상“

김희성 기자 | 입력 : 2022/09/27 [13:54]

 

▲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시위대가 지난 19일 경찰 오토바이를 불태우고 있다. AFP 연합뉴스    

 

8개 도시 시위 번져...IHR "사망자 76·체포자 1200명 이상 

독재자에게 죽음을”...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진은 불태워..정권퇴진 운동 비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뒤 의문사한 이른바 히잡 의문사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의 시위가 80개 도시로 번지며 격렬해진 가운데 규탄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란에서는 정권 퇴진 운동이 벌어지고 파리와 런던에서도 시위대가 이란 대사관으로 진입을 시도하며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26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 등 이란 전역의 80개 도시 등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며 여성”, “생명”, “자유”, “독재자에게 죽음을등의 구호 속에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 불에 태우고 남성들은 환호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이 불태워지고, 경찰 본부와 경찰 차량이 불길에 휩싸였다. 이란 여성 연예인들도 히잡을 벗어 던졌고, 사르다르 아즈문(바이어 04 레버쿠젠) 등 이란의 축구 스타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위대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올렸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25(현지 시각) 이란 당국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고,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연대를 표시하는 시위가 에펠탑이 마주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열렸다. 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정부 구호가 터져 나왔으며 시위대는 이란 대사관을 향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영국 런던 중심가 트래펄가 광장에도 이날 500여 명이 모여 이란 당국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1979년 이란 혁명 이전의 국기를 흔들면서 이슬람 공화국에 죽음을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란 대사관 앞으로 행진한 뒤 대사관을 경비하던 경찰과 충돌했다.

▲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히잡 의문사’ 관련 시위에 참석해 히잡을 불태우고 있다. AFP 연합뉴스    

 

▲ 20일(현지시간) 독일서 열린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진상조사 촉구 시위. AP 연합뉴스    

 

영국 BBC캐나다와 호주, 칠레, 이라크 등 세계 곳곳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당국의 무력 진압으로 26(현지시간) 최소 76명이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노르웨이 기반 비정부단체 이란인권(IHR)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가운데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대이란 맹공에 나서면서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IHR에 따르면 이란 14개주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북부 카스피해 연안 마잔다란주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25)가 나왔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3명이 숨졌다. 이와 달리 이란 당국은 시위 진압 보안군을 포함해 41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집계했다.

 

IHR이 집계한 공식 체포자수는 마잔다라주 450, 길란주 700명 등을 포함해 최소 1200명에 이른다.

 

이란 당국은 시위대를 향해 "관용 없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이란 당국의 시위 무력 진압에 대해 대사 초치, 제재 부과 등 강력 규탄에 나서면서 이슬람 세력과 서방 국가 사이에 긴장감도 점차 고조되는 양상이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EU와 회원국들에 비폭력 시위자들에 대한 광범위하고 불균형한 무력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외무부는 수도 베를린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해 시위대 폭력 진압 중단을 직접 요청했다. 독일 외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란 당국이 평화적인 시위를 허용하고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더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프랑스 외무부 역시 "시위대 폭력 진압은 이미 최근 며칠 동안 수십명 시위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규탄하며 "프랑스는 유럽 파트너들과 함께 이란 내 인권과 여성 권리에 대한 대규모 새로운 침해에 대해 대응하기 위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이란 지도부 및 경찰 등을 포함해 '아미니 죽음'에 대한 책임자들에게 제재의 칼을 꺼내 들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은 취재진에 "이란의 인권 무시 행위를 여러 차례 보았고 현재 우리는 아미니 죽음과 시위 진압을 목격했다""이란의 이른바 도덕경찰을 포함한 수십명 개인과 단체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란 반정부 시위는 지난 13'히잡 미착용'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지 사흘만인 16일 옥중에서 숨진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 죽음을 계기로 촉발됐다. 17일 전국 곳곳에서는 아미니 죽음에 분노하고 정부의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열흘째 지속되고 있다.

 

이란의반정부 시위는 2009년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녹색운동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슬람 57개국 가운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두 나라만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의무화하고 있다. 이란에선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도록 돼 있다. 자국을 찾은 외국인과 해외를 방문한 이란인에게도 강제해 악명이 높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은 히잡을 뒤로 써서 머리를 좀더 노출하는 식으로 복장규제에 반발하고 이를 SNS에 올리고 있다. 달라진 교육수준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이런 저항을 불러온 것이다.

 

반면 이슬람 인구가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는 히잡을 쓰지 않은 20·30대 무슬림 여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란은 체제전복과 직결될 수 있어서 당국의 위기감이 크다. 40년 전 팔레비 왕조 때만 해도 여성들은 짧은 치마와 수영복을 자유롭게 입었다. 그러나 서구적 가치를 문화침공으로 여기면서 바뀌었다. 이란 정부는 감시를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생체 신분증의 칩 안에 홍채, 지문, 얼굴 정보를 담아 법을 어기는 사람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란에서 여성에게 금지된 위험한 행동은 춤추기, 노래하기, 악기 연주, 남자와 악수하기 등이다. 이슬람 신정국가 이란이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