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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포커스-"신앙의 그릇 비우고 다른 종교도 담아내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6/14 [17:06]

20호 포커스-"신앙의 그릇 비우고 다른 종교도 담아내자“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6/14 [17:06]


"신앙의 그릇 비우고 다른 종교도 담아내자“

종교간 대화 나섰던 성직자 조명 활발해져

개신교인의 108배 행사, 이슬람도 이해 나서


최근 각 언론에는 종교간 이해와 화합을 모색하는 기사가 많아져 지면을 훈훈하게 했다. 종교화합을 주제로 다양한 각도에서의 콘퍼런스와 학술대회가 개최되었을 뿐 아니라 실천적 행사도 잇따랐다. 천안함사고, 지방선거 등으로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서 그동안 분열과 갈등 양상을 보여준 종교가 모처럼 모범적인 좌표를 제시해 주는 듯 했다.


강원룡, 김수환, 법정의 종교화합 행적 기려


 

우선 각 언론마다 앞다퉈 다룬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회장 이정배 감신대 교수)의 ‘세 명의 거인들이 바라본 이웃종교의 같음과 다름’ 세미나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강원용(1917~2006) 목사, 김수환(1922~2009) 추기경, 법정(1932~2010) 스님 등 이웃종교와 소통한 ‘세 거인’의 대화·협력의 발자취 조명함으로써 종교화합의 좌표를 제시했다. 강원용 목사가 설립한 경동교회의 박종화 담임목사와 변진흥 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부소장, 송광사 불일암에서 법정 스님을 시봉(侍奉)했던 현장 스님(티베트박물관장)이 각각 발표에 나섰다.

법정 스님은 1970년 초반 강원용 목사가 중심이 된 크리스천 아카데미의 종교간 대화 모임과 6개 종교지도자모임에서 불교계를 대표해 활동했다. 그는 이후에도 장익 주교와 이해인 수녀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했고 종교간 대화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법정 스님의 속가 조카인 현장 스님은 “법정 스님은 불교라는 틀에 매이는 걸 거부하셨고 수행자라는 상에 매이지도 않았다”며 “이웃 종교를 대할 때도 다른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고 인간적인 코드가 맞으면 깊은 우정과 가족적인 정을 나눴던 인물”이라고 했다.

강원룡 목사는 1965년 10월 가톨릭과 기독교, 불교, 천도교, 유교, 원불교 지도자들의 ‘창립을 위한 대화’ 모임을 이끌었고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회장,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회장 등을 지내며 ‘타 종교’가 아닌 ‘이웃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을 주창했다. 박종화 담임목사는 “강 목사는 종교 간의 대화를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이웃일 수 있고’ ‘이웃이어야 하는’ 종교 간의 만남을 시작한 사람”이라고 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한국가톨릭을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이웃 종교와의 대화 파트너로 행보를 시작한 것은 1968년 서울대교구장에 올랐을 때부터였다. 이후 김 추기경은 ‘종교간 대화협력의 증진’을 주요 임무 중 하나로 꼽은 ‘아시아주교회의 연합회’를 구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김 추기경은 “나도 한국인, 유교의 피 흐른다. 유교의 인(仁), 불교의 대자대비(大慈大悲), 그리스도교의 사랑 정신이 큰 빛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는 주장을 폈다. 변진흥 부소장은 ‘김 추기경의 기본자세는 이웃종교와의 소통을 위해 대화에 힘쓰는 것이었다”며 “그는 이웃종교와의 ’다름‘을 규명하기보다는 ‘같음’의 공통분모를 찾아가기 위한 노력을 앞세웠다”고 말했다.

 

대산 김대거의 종교연합사상 조명


한국동서철학회(회장 김성관 원광대 교수)는 6월4일 오후 전북 원광대에서 열린 ‘동서종교사상의 화합과 회통’ 학술대회를 통해 동양과 서양 종교의 화합과 회통(會通)을 모색했다.

특히 이번 학술대회는 원불교 3대 종법사로 ‘종교간 대화와 화해’에 가장 앞장서 온 근현대사 인물의 하나인 대산 김대거(사진)의 종교연합사상을 다루는 한편 불교와 유교, 도교, 그리스도교 등의 동서종교의 회통사상을 조명했다.

기조강연자로 나서는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그리스도교는 불교로부터 ‘비움과 충만의 반대 일치’의 진리를 배우고, 유교로부터 천지인을 회통시키는 성숙한 인본주의 생태주의를 배워야 하며, 한국불교와 유교는 그리스도교로부터 ‘새로움의 창조성’을 배워 종교의 목적은 세계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있지 않고 세계를 변화시켜 만인과 만물이 소외되지 않은 건강한 생명 세계의 실현에 있음을 자각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생태계를 파괴하고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는 이강수 연세대 명예교수의 장자철학과 ‘진리의 근원에 통찰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김용표 동국대 교수의 원효 철학, ‘인간의 본성이 타 존재의 본성과 같은가 다른가’라는 홍정근 성균관대 교수의 발표 내용 등이 흥미를 끌었다.

동서철학회장인 김성관 원광대 교수는 “이제 모든 종교의 근본원리와 하고자 하는 일이 하나임을 깨닫고 종교들이 연합해 인류에 봉사해야 하는 게 이 시대 종교들에 주어진 화두”라고 밝혔다.


이슬람과 7대 종단과의 대화 세미나 개최


6월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목사, 스님, 신부, 수녀, 원불교 교무 그리고 이슬람 성직자 등이 함께한 모임이 열렸다. 7대 종단이 주축이 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KMF)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슬람, 다가서다’ 세미나였다.

이주노동자 등 국내 무슬림 인구가 10만명에 이르게 되면서 ‘이슬람 포비아(공포)’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슬람을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무슬림에 다가서기’ ‘무슬림과 소통하기’ 등 2부로 나눠 진행된 세미나엔 이주화 부(副)이맘 등 한국의 이슬람 성직자와 이희수 한양대 교수, 안정국 명지대 학술연구교수 등 이슬람 연구자, 각 종교의 성직자와 학자들이 발표·토론자로 참여했다.

채수일 한신대 총장은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계속될 KCRP 종교 간 대화세미나가 한국에서의 종교 간 상호이해와 협력에 기여할 뿐 아니라 세계의 갈등을 치유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종교인이면서도 이슬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공교육에서 이슬람을 비롯한 국내외 종교를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신교인들의 108배, 삼소회의 봉사활동…


한편 지난달 말에는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당에서 개신교 목회자들을 비롯한 그리스도인 20여명이 사찰 법당 불전에 108배를 올렸다. 인터넷 사이버 교회동아리인 예수동아리교회 류상태 목사와 김태환 운영위원장, 인터넷동아리 만나교회 김홍술 목사를 비롯한 20여명의 개신교인들로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갖기 위한 행사였다.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이 강한 보수교회가 주류한 한국 개신교 풍토에서 류 목사의 행동은 ‘돌출’을 넘어 이단시되고 있지만, 정작 류 목사는 “이웃집 어른의 생신 때는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자연스런 일”이라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모시고, 평생 한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신학을 연구해온 목사가 이렇게 이웃 종교인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 기독교의 본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6월10일에는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의 여성수도자들의 모임인 삼소회(三笑會)가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에티오피아 소녀ㆍ여성 돕기를 위한 ‘삼소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실천적 종교화합운동이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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