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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행복이야기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6/11 [15:48]

서평-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행복이야기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6/11 [15:48]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행복이야기/천진 쓰고 현현 엮다/불광출판사/1만2800원


무명을 흔들어 깨우는 시퍼런 법문…깨달음, 행복 ‘절로’


 

경남 하동군 화개면 맥전마을. 지리산 정기가 모인 곳이다. 화개장터에서 6㎞ 올라가면 지리산 자락에 나무와 벽돌, 폐자재로 얼기설기 지은 한 평 남짓한 토굴 4채가 모여 있다. 초미니 도량이지만, 이름은 ‘큰 서원’을 뜻하는 ‘홍서원(弘誓院)’이다. 이곳에서 두 비구니 천진(36), 현현(34) 스님 등 예닐곱 스님이 정봉(57) 스님의 지도아래 몸과 마음을 조탁하고 있다. 어른 스님과 제자들간 주고받는 언행이 어찌나 맑고 활기가 넘치는지 옛날 인도 영취산에서 열렸던 부처님 회상이 생각난다. 스님들은 자신의 해탈보다 세상의 행복을 위해 정진중이다.

홍서원 스님들의 알콩달콩한 절간 이야기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책으로 나왔다. 천진, 현현 두 스님이 펴낸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행복이야기’가 그것. 지난해 펴낸 ‘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며 공전의 히트를 치자, 두 비구니 스님이 용기를 얻어 또 다른 소재를 찾아 엮은 것이다.

앞의 책이 정봉 스님의 엄한 훈시였던 “모기, 파리, 개미 한마리라도 죽이지 말 것. 시계 없이 새벽 2시 반에 일어날 것, 새벽 예불에서 모든 수행을 다해 마칠 것. 부처님의 바른 법과 중생들을 향한 대원력의 마음 외에는 세속적인 마음을 내지 말 것” 등을 지키기 위한 천진·현현 스님의 매콤새콤한 구도 이야기를 기록했다면, 후편격인 ‘행복이야기’에는 세인들의 혼을 깨우는 정봉스님의 소나기 같은 법문이 담겨 있다.

정봉 스님은 50세에 비구계를 받은 특별한 스님이다. 어디서 전화가 걸려오면 “여보세요” 대신, “예~부처님”하고 응답한다. 일찍이 까까머리 소년은 ‘이생에서 세상일을 빨리 마쳐야겠다(깨달음을 얻어야겠다)’는 일념에서 중학교만 마치고 이발소, 양복점, 신발공장, 버스운전 등 세상의 많은 직업을 경험했다. 그 뒤 결혼까지 해 가족을 부양한 뒤 서른한 살 때 홀연 수행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부산 해운정사에서 부목 처사로 3년, 태백산의 작디작은 토굴에서 3년, 맥전마을에 와서는 칼바람 몰아치는 자연동굴에서 3년을 홀로 수행하며 처사(출가하지 않은 수행자)의 몸으로 생사의 도리를 증득했다. 조계종 전 종정 혜암 스님에게 인가를 받았고, 조계종 원로 활안 스님을 은사로 쉰이 다 된 나이에 정식으로 출가 수행자가 된 것이다. 늦깎이 수행자지만, 일생의 전 과정이 수행이었던 만큼 스님은 공부면 공부, 수행이면 수행, 체험이면 체험 모든 면에서 뒤지지 않았다.

책은 속가에서 일류 대학까지 나온 천진·현현 두 스님이 방문객들에 들려주는 정봉 스님의 법문을 잘 기록해 뒀다가, 정리한 것이다. 책머리에 “누군가 저에게 매일매일 반복되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이라는 글이 나온다. 당연히 ‘밥이겠지’ 했는데, “전 망설임 없이 ‘스님의 법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맺는 거다. 얼마나 법문이 좋길 래 저렇게 표현했을까 생각했는데, 과연, 무명을 흔들어 깨우는 살아있는 법문이다.

국내 자살자 수가 지난해 1만4579명으로 급증했다. 정봉 스님은 맥전마을을 찾은 한 처사가 자살충동에 대해 묻자, ‘자살은 수많은 부처님을 죽이는 것’이라고 책망하고, ‘정말 이 지긋지긋한 세상을 끝내고,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면, 몸이 아니라  마음 속 삼독심을 죽여야 한다’고 찬찬히 일러주고 있다.

스님은 모기나 지네, 쥐, 벌레 등과 더불어 산다. 한번은 100포기의 배추농사를 지으며 그중 10포기에 배추벌레를 옮겨놓고 실컷 뜯어먹게 했다. 다음 해는 따로 옮겨놓지 않고 그냥 다 먹게 했는데, 한 포기만을 먹고 나머지는 잘 자랐다. 우리가 함께 하는 마음으로 큰마음을 가지면, 반드시 존재계가 응한다는 것이 스님의 생각이다. 스님은 법문에서 부처님의 가르침도 쉽게 풀어주고, ‘몸과 나를 동일시하지 말 것’과 ‘내려놓으면 바로 얻는 것이 도(道)’라며 무지와 무명도 일깨워 준다. 때론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선지식에게는 시퍼런 칼날을 세우고, “계를 잘 지키는 것이 최고의 수행”이라며 계의 중요성도 환기시킨다. 불자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즉문즉답도 많이 나온다. 천진·현현 두 스님이 부처님 대하듯 정봉 스님의 법문을 공손하게 풀어놓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진지하다. 책을 읽다보면 행복감이 온 몸에 차오른다. <정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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