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이어령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4/30 [10:14]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이어령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4/30 [10:14]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이어령


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날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별 사탕이나 혹은 풍선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높이 날아갈 수는 없습니다.

너무 얇아서 작은 바람에도 찢기고 마는 까닭입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지요, 하나님.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리다가

풍선을 손에 든 채로 잠든 유원지의 아이들 말입니다.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하나님, 그리고 저 별을 만드실 때,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실 때

고통을 느끼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아! 이 작은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서 코피보다 진한

후회와 발톱보다도 더 무감각한 망각 속에서

괴로워하는데 하나님은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축복으로 만드실 수 있었는지요.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지금 이렇게 경건한 마음으로

떨리는 몸짓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까닭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용서하세요, 하나님.

원컨대 아주 작고 작은 모래 알만한 별 하나만이라도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감히 어떻게 하늘의 별을 만들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이 가슴 속 암흑의 하늘에 반딧불만한 작은 별 하나라도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신다면,

가장 향기로운 초원에 구름처럼 희고 탐스러운

새끼 양 한 마리를 길러

모든 사람이 잠든 틈에 내 가난한 제단을 꾸미겠나이다.

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하나님,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 묻은 이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 손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도

풍금소리를 울리게 하는 한 줄의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