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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 기획3.신앙인의 뇌조직까지 바꾸는 북한종교인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3/15 [16:29]

14호 기획3.신앙인의 뇌조직까지 바꾸는 북한종교인가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3/15 [16:29]
 

로버트 박과 북한종교

신앙인의 뇌조직까지 바꾸는 북한종교인가


로버트 박(한국명 박동훈, 29) 선교사가 성탄절인 지난해 12월25일 북한에 들어갈 때의 경쾌한 모습과 지난 2월6일 석방될 때의 넋나간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섬뜩하다.

그가 44일간의 북한생활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 그사이 어떤 협박과 공갈, 고문이 이루어졌을까? 그를 두고 ‘예수 그리스도 정신을 실천하는 젊은 성직자’라는 찬가가 이어지는가 하면 ‘예수의 심오한 세계는 물론 북한의 실정을 이해하지 못한 아전인수식 개신교인’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과연 북한이 그를 어떻게 그를 다루었기에 정신병원에 갈만큼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었을까? 그리고 그렇게 만든 북한의 종교 신념과 실태는 어떤 것인가? 그는 훗날 ‘진정한 인권운동가’와 ‘순진한 영웅주의’ 중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뇌조직까지 바꾸는 고도기술의 고문

성고문 수법도 거론돼


“미국 시민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왔다, 김정일을 회개시키러 왔다”고 외치며 호기롭게 북한 국경을 넘었던 그가 “북한은 나의 건강에 대해 부모 이상으로 생각해주고 있다. 또 평양 봉수교회 예배에 참가해보니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풀죽은 모습으로 석방됐다.

일체 일을 다물고 있는 그를 두고 북한의 약물, 협박, 공갈 등이 동원되었을 것이라는 설들이 난무한다. 세계적으로 악명높은 보위부의 심리전 부서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정확하게 파악해 고도의 폭력적 고문에 의한 공포와 회유를 반복해 끝장을 볼 때까지 지속하는 수법을 쓴다고 한다. 미국에서 자란 그가 일반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공포를 받았겠지만 그에게는 더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북한은 인간의 뇌조직까지 개조한다고 한다.

심지어 그의 지인은 “추악한 성적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밝힘으로써 그가 불가항력적인 성적 향응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도 생겨났다. 조선일보는 ‘성고문’이란 칼럼을 통해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우리 종교계 인사들이 방북했을 때 호텔방을 찾아 온 미녀들이 있었는데 이는 협박용 CCTV로 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국제적 사례들을 열거해 놓아 더욱 신뢰성있는 기사로 만들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불안 증세’ 때문에 말을 제대로 못하는 그는 북한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래서 지난달 말 사실상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그가 입원을 거부하고 퇴원한 이유도 궁금증을 더해 준다.


북한의 종교는 통전부 교류과 소속

다른 종교 우상 3대 멸족


북한 조선중앙통신사는 로버트 박이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데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로버트 박의 석방을 저들의 종교자유 선전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봉수교회, 장춘성당과 같은 위장 종교건물들도 로버트 박에게 참관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는 주체사상종교만 있을 뿐 기도와 참회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

북한에는 현재 조선노동당 외 타 정당 및 이념조직으로서 사회민주당, 기독교, 불교도, 천주교, 천도교중앙위원회가 있다. 사회민주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호에 어울리는 정당함의 기능을 보여주기 위한 당명일 뿐이다. 사회민주당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조선노동당 통전부 교류과 소속이다. 그리고 통전부 교류과에는 사회민주당과 함께 기독교, 불교도, 천도교, 천주교도 소속돼 있다. 

1980년대 김일성은 종교교류를 통한 친북연대강화 및 통일전선구축을 지시했다. 이때부터 북한에선 민족유물보호 차원에서만 관리하던 묘향산, 금강산, 칠보산 등 명산들의 절간들을 보수했고 청소전문 겸 출퇴근 인원들을 배치했다. 스님으로 자처하는 그들은 김일성종학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던 교수들이다. 처음엔 머리를 깎지 않아 남한 불교인들로부터 장발스님으로 불렸는데 최근엔 머리를 밀고 대신 출퇴근 할 때마다 가발을 쓰는 가발스님으로 진화했다.

또한 북한은 평양시 만경대구역과 선교구역에 봉수교회, 장춘성당 등을 종교교류 명목으로 남한과 교포들의 지원금을 받아 건설했다. 여기 목사나 신부들은 북한 통전부가 엄격하게 심의 임명한 통전부 요원들이다. 주말 예배가 전혀 없는 북한의 성당이나 교회에는 행사예배만 있다. 남한이나 외국에서 온 종교인들을 위한 성대한 공연인 셈이다.

일반인들이 전혀 출입할 수 없는 이곳에서 예배 보는 사람들은 통전부 직원들이거나 그들의 사모들이다.

북한의 종교단체 책임자들은 사상이나 자질에 있어서 철저히 검증된 사람들이어야 하기 때문에 모두 조선노동당 부부장이다. 때문에 통전부는 다른 중앙당 부서들과 달리 가장 많은 간부들을 거느린 간부조직이기도 하다.

탈북인의 증언에 다르면 북한에는 주체사상 종교 외 다른 종교를 우상할 경우 3대를 멸족한다고 한다.

OMSC(국제오픈도어)가 지난 2월 발표한 ‘세계 기독교 박해국가 리스트’에 따르면 북한이 8년 연속 1위에 올라 북한의 종교실상을 여지없이 밝혀주고 있다. 북한에 이어 이란․사우디아라비아․소말리아․몰디브․아프가니스탄․예멘․모리타니․라오스․우즈베키스탄이 상위 10위권을 형성했다.

따라서 이러한 북한 현장을 알면서도 뛰어든 로버트 박의 행동은 ‘무모한 객기’라는 비판이 있는 동시에 ‘독재와 인권에 대항하는 순교자’로 여겨지고 있다. 그가 ‘북한의 인권을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발언한 자체가 얼마나 지독한 세뇌와 고문이 뒤따랐는지 몸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체사상은 '세계 10대종교'

미국 종교사이트, “공산주의와 마오이즘보다 종교적”


미국의 종교 관련 통계사이트인 ‘어드히런츠닷컴(adherents.com)’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종교로 정의하고 그 추종자 수에 따라 세계 10대종교로 분류했다.

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고 종교는 21억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기독교, 2위는 13억명의 추종자를 가진 이슬람교이며, 3위는 종교를 가지지 않았다고 밝히는 이른바 ‘무교’로 11억명에 달한다.

이 중에 이른바 북한의 ‘주체(juche)교’는 1천900만명의 추종자를 지녀 세계 종교랭킹 10위에 기록됐다. 심지어 주체교는 12위인 유대교(1천 400만명), 14위인 자이나교(420만명), 15위인 일본 전통종교 신토(400만명)보다 추종자 규모면에서 앞섰다.

어드히런츠닷컴은 각 종교 단체의 보고서와 각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인구통계자료, 통계샘플링을 통한 조사, 간접자료를 근거로 한 추정, 현장실사 등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주체사상을 종교로 분류한 것에 대해 어드히런츠닷컴은 “‘주체’는 북한 당국이 북한에서 유일하게 허용하고 있는 이데올로기”라면서,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주체는 분명히 종교이며 많은 면에 있어서 구소련 시대의 공산주의나 중국의 마오이즘보다 훨씬 더 종교적”이라고 주장했다.

어드히런츠닷컴은 “일부 학자들은 ‘주체’를 마르크스 공산주의의 북한판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주체’를 발전시킨 사람들도 종교가 아니라 세속적이고, 윤리적인 철학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혀 ‘주체사상’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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