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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현장에서/캄보디아 ‘언동 빈자의 아버지’ 임만호 선교사2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1/29 [10:19]

해외봉사 현장에서/캄보디아 ‘언동 빈자의 아버지’ 임만호 선교사2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1/29 [10:19]

해외봉사 현장에서/

캄보디아 ‘언동 빈자의 아버지’ 임만호 선교사(서울광염교회) 2


17달러로 산 ‘세상에 가장 큰 행복’


 

늦은 오후, 시내에 나갔습니다. 캄보디아를 처음 방문하는 집사님의 숙소도 예약하고, 필요한 부식도 구입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숙소 예약을 마치고 차를 호텔에 세워 둔 채 근처에 있는 상점으로 향하는 데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우산을 준비 못한 저희 부부는 근처 제과점에 들어가 장대비가 그칠 때만을 기다렸습니다.

오늘 따라 비는 세차게 쏟아졌고 도로는 금세 물에 잠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앉아 있기가 미안해서 커피를 한 잔 시켜서 마셨지만 비는 염치도 모른 채 계속 내렸습니다. 아무래도 부식을 사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문득 집에서 기다리는 우리집 애들과 학교를 돕는 형제들 생각이 났습니다. 캄보디아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함께 동행해 주는 사랑하는 아이들 생각에 진열된 빵으로 눈이 갔습니다.

슈크림 빵, 도너츠, 꽈베기, 햄빵, 과일을 얹은 케익 등 군침을 돌게 하는 빵들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제과점 빵은 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먹는 비싼 음식입니다. 선뜻 구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도 할인판매라는 것이 있어서 저녁 7시30분이 넘으면 이 맛있는 빵들을 모두 50% 할인해서 팝니다.

그런데 오늘 비 때문에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빵을 사게 될 줄이야! 하지만, 저녁 7시30분까지는 아직도 1시간이나 남았습니다. 우리 부부는 ‘의지의 선교사’로 돌변해 무조건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할인시간이 됐습니다. 우리는 날렵한 기세로 진열대에 있는 빵을 주워 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우리 모습을 흠쳐봤다면 솔개가 병아리를 낚아채는 형국이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신이 나서 봉지마다 가득가득 담았습니다. 빵집 직원이 신기한 듯 쳐다봅니다. 우리는 묻지도 않는 데, “가족이 아주 많다”고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양손 가득 빵봉지를 들고 제과점을 나왔습니다. 어느덧 비는 그쳤지만 부식 구입은 뒤로 하고 아이들에게 빵을 가져다 줄 생각으로 집을 향해 달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집 가까이 사는 선교사님 댁에도 골고루 담긴 빵봉지를 나누어 드렸습니다. 집에 도착해 아이들에게 빵을 안겨주니 뛸듯이 기뻐합니다. 내일은 학교에서 수고하는 교사들에게도 빵을 가지고 갈 겁니다. 처음에는 어떤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저의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아프면 저도 아프고, 그들이 기쁘면 저도 따라 기쁩니다.

특히 무더운 날씨에는 빈민촌 ‘희망의 학교’에서 교사로 헌신하는 똑라 형제를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그들을 만나러 갈 때면 빈손으로 가지 않고 수박이라도 한 통 사 가려고 애를 씁니다. 냉장고에 넣어 둔 고기라도 한 덩이 들고 가면 그렇게 마음이 행복합니다. 늘 충분하지 않지만 형제들도 좋아하고 저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우리집 아이들, 학교에서 가르치는 형제들, 교회사역하는 가족들, 그리고 갈 곳이 없어서 선생님들과 학교에서 숙식하는 꼬마들까지 포함하면 제 눈에 밟히는 가족들은 30명이 넘습니다.

형제들의 숫자가 많아서인지 먹이고 입히는 일에 항상 2%가 부족합니다. 작은 빵 하나, 과자 한 봉지만 있어도 마음은 발보다 먼저 달려갑니다. 이런 저 때문에 지갑도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싱글벙글합니다. 오늘도 단돈 17달러로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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