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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서울 상도동 백운암상도선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1/29 [10:15]

<10>서울 상도동 백운암상도선원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1/29 [10:15]

서울 상도동 백운암상도선원


모던 양식의 ‘진화된 절’···지하법당엔 ‘미소명상’ 꽃펴

 

 

교철학계의 석학 미산 스님(52)이 이끌고 있는 도심속 포교당 상도선원을 지난 10일 몇 차례 벼르던 끝에 찾았다. 스님은 상도선원 주지 외에도 중앙승가대 교수 등을 맡고 있어 매우 바쁠 터이지만, 사찰 프로그램을 어찌나 다채롭고 신명나게 운영하는지 더 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79-60 소재의 상도선원은 7호선 숭실대입구 역에서 지근거리에 있었다. 지하철을 타면 3번 출구로 빠져나와 6차선 관악로를 따라 상도역 방향으로 100m 쯤 걷다보면 ‘닥터부동산’과 ‘경희한의원’이 있는 흰색 4층 건물을 만난다. 이곳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직진하면 대형 종탑을 가진 상도중앙교회가 나오고, 교회 앞으로 나있는 언덕길을 올라가면 ‘나우빌’아파트가 나오는데, 아파트 옆 4층 현대식 건물이 상도선원이다. 숭실대 담과 마주보고 있다. 전통 목조건물이 아니어서 다소 실망했지만, 외벽이 유리창으로 장식된 현대적 건축물이이어서 신선하고 파격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상도선원은 숭실대둘레길 경사면에 위아래 2개 동으로 이뤄져있다. 앞 건물에 법당과 종무소 등이 들어서 있고, 뒷 건물은 요사채다. 1, 2층에 법당이 있으려니 했는 데, 종무소 직원이 지하에 있다고 안내해 준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서려는 순간, 붉은 색을 띤 격조높은 나무 계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무결이 곱고 단단해 고급바닥재로 쓰인다는 아프리카산 부빙가(Bubinga) 나무였다. 지하로 이어지는 흰색 벽면에는 부처상, 새 조각상 등 여러 개의 미술품이 보관된 진열장이 설치돼 미술관이나 박물관처럼 느껴졌다. 지하 계단을 내려서니 어머니 품처럼 아늑했다. 지하법당이 이렇게 소담하고 아름답게 꾸며질 수 있다니···. ‘지하=누추, 허름’이라는 도식이 산산이 무너졌다. 눈은 자꾸 법당 이곳저곳 생경한 시설물에 꽂혔지만, 법문이 시작된 터여서 감상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이날 일요법회를 맞아 미산 스님은 ‘육화합정신으로 한 해를’이라는 제목으로 열심히 법문 중이었다, 그러나 현대적 법당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인지,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았다. 스님은 차분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잡보장경(雜寶藏經)’을 한 구절 한 구절 풀어나가며 중도(中道)의 삶을 권면했다. 스님은 “점집에 가서 물어보는 게 길들여지면 불교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자기 스스로 풀 수 있어야 마음의 힘이 깊어지고 확실해진다”고 말했고, “사람을 판단할 때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대화하고 여행해보고 겪어봐야 본성이 드러난다.”며 “한쪽에 치우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스님은 또 “말 할 때는 임금님처럼 위엄을 갖추고 속이 꽉 찬 말을 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스님은 이날 ‘육화(六和)’를 실천해 보라며 육화에 대해 설명했다.


“절이야, 미술관이야?” 보는 이마다 탄성

窓 많은 현대식 건물···법당 장엄도 ‘특이’

50년 역사 백운암, ‘한국판 플럼빌리지’로···


육화란, 신화공주(身和共住·몸을 조화롭게 하여 거한다), 구화무쟁(口和無爭·입을 조화롭게 하여 다툼이 없게 한다), 의화동사(意和同事·뜻을 조화롭게 하여 일을 도모한다), 계화동수(戒和同修·계를 조화롭게 지켜 같이 닦아나간다), 견화동해(見和同解·조화로운 가치관으로 같은 이해를 도모한다), 이화동균(利和同均·이익을 균등히 나눠 편향됨이 없게 한다)을 말했다. 스님은 이날 경인년은 호랑이해라며 사슴과 호랑이의 양면성을 갖추고 살아야 외유내강의 에너지가 생겨 중심이 잡힌다고 했다. 스님은 그 양면성을 공유한 분이 바로 붓다라고 설하고 법문을 마쳤다.

미산 스님은 2~3분가량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게 한 뒤, 얼마 전부터 실험중인 ‘자애미소명상’을 인도했다. 미소명상이란 20여 분에 걸쳐 몸 전체를 정화하고, 정화된 몸을 통해 자애에너지를 보내 우리 몸을 더 깊숙이 순화시키는 새로운 명상법이다. 잠시 따라 하는 동안에도 대단한 에네르기가 느껴졌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미산 스님이 창안한 자애미소명상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고, 차츰 완성해 나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스님은 스리랑카, 미얀마 등 상좌부 불교국가에서 행하는 자애관(자애명상)과 인체의 경락과 기운이 도는 길을 좀더 집중해서 관하는 명상을 종합한 뒤 거기에 미소(기쁨)를 가미해 더 다듬고 적절한 음악까지 넣어 완성할 계획이다. 사실 스님이 몸담고 있는 조계종의 수행법은 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간화선이지만,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남방불교의 수행법도 연구하겠다는 것이 스님의 자세다.

미소명상이 끝나기 무섭게 법당 곳곳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우선 정면에 모신 석가모니 좌상은 금색이 아니고 은색에 가까워 이채로웠다. 비행기 몸체를 만드는 첨단소재인 두랄루민을 사용해 석굴암 본존불을 현대적 느낌으로 되살렸다고 한다. 옷주름이며 손가락 하나까지 모던한 맵시가 감돈다. 불상의 광배는 6개의 비천상으로 형상화했다. 불상과 비천상 모두 백담사 만해마을 한용운 동상을 제작한 서창원씨 작품이다. 불상 양 옆의 관음보살, 지상보살 탱화는 둔황에서 10년간 벽화를 연구한 서용씨가 제작했다. 법당 천장에는 한지로 만든 등 수백 개가 가지런히 매달려 있는데, 기존의 연꽃 모양이 아니고 사각기둥 모양이어서 현대적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법당 양쪽 나무 조각 안에는 건강에 좋은 대나무숯을 넣었다고 한다. 이밖에 불전함, 법당 출입문 등 모든 시설물이 모던스타일을 띠고 있어 상큼하게 느껴진다. 미산 스님이 2007년 말 법당을 새로 장엄할 때 ‘화(和)․경(敬)․청(淸)․적(寂)’이 흐르는 불가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꾸며달라고 주문해 현대적 법당으로 탄생한 것이다.

상도선원의 본래 이름은 백운암. 1961년 장봉옥 보살이 동작구 상도5동 산49-36번지 땅 8926㎡(약 3000평)를 시주해 대웅전, 나한전 등 당우 4개동을 지어 창건했고, 이듬해 조계종단에 등록됐다. 서달산 남쪽 자락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백운암은 역사는 짧아도 당대 최고 선승인 월산·운허·탄성·석주 스님 등이 주석했던 유서깊은 절이다.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던 서옹(1912~2003) 스님도 40여 년간 머무르며 ‘참사람(無位眞人)운동’을 통해 대중포교의 지평을 넓혔다. 60·70년대 백운암에는 이희승 박사 등 장안의 명사들이 북적거렸고,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하며, 키 큰 단풍나무, 소나무가 무성한 ‘숲속의 선방’이었다고 한다. 당시 장학회(성조)까지 운영할 정도로 신도가 많았다. 백운암에 대한 추억은 비록 빛바랜 사진첩으로 남아있지만, 용맹정진과 공양주 보살들의 희생정신이 어우러진 ‘자비와 은혜의 용광로’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백운암은 2003년 상도동 일대가 아파트로 개발되면서 헐릴 위기를 맞았고, 물탱크 법당, 원룸 법당 등으로 옮기는 번뇌를 거듭하며 어떻게든 대웅전과 나한전만이라고 지켜보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좌절됐다. 백운암은 2007년 근처에 있는 대토를 받아 옮겨 상도선원으로 중창되기에 이른다. 미산 스님은 2004년 임조 스님에 이어 백운암 주지로 주석했는데, 추억 어린 사찰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아픔을 겪었기에 더욱더 애정을 담아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접목된 ‘21세기형 법당’으로 상도선원을 꾸몄는지 모른다.


1961년 장봉옥 보살이 땅 기증해 창건

월산·운허·탄성·서옹 등 선승들 거쳐가

개발로 헐린 뒤 상도선원으로 재탄생

미산스님 주지 맡아 불교대중화 선도


미산 스님은 법당 장엄도 파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법회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파워가 넘치게 만들고 있다. 자애미소명상이라는 응용프로그램도 그렇거니와 수행입문 과정인 마음수행학교, 불교 경전을 집중 공부하는 경전학당, 대중 안거, 의식집전교육, 목탁 치는 법, 참선수행 모임, 팔정도(가족) 법회, 어린이법회, 청소년법회, 간다르바 합창단(단장․대명심 보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신도들에게 다가갔다.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일반 시민도 낯설지 않고 오히려 불교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불교의 대중화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이다. 지난해에는 조계종 포교원으로부터 ‘어린이 청소년 중심도량’으로 선정됐다. 상도선원은 ‘빨리빨리’도 없고 ‘많이 많이’도 없다. 오직 팔정도의 하나인 정념(正念)으로 깨어 24시간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틱낫한 스님의 프랑스 남서부지역 수행처 플럼빌리지에 비견되는 ‘한국판 플럼빌리지’가 아닐 수 없다.

상도선원 선원장이기도 한 미산 스님은 전주에서 태어나 1972년 백양사로 출가한 이래 봉암사와 백양사 운문선원 등에서 간화선을 수행했고, 인도·미얀마에서 초기불교 선수행을 병행했다. 동국대 선학과를 나와 인도 푸나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포드대 동양학부에서 ‘남방불교의 찰나설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하버드대학교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스님·대학교수·전문의 등이 참여하는 지식인 수행공동체 ‘제따와나’ 운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상도선원을 나서면서 종교시설이라는 것이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형은 작지만, 내용적으로 무한정 넓고 깊게 할 수 있는 것이 종교가 아닐까. 그곳에 진정한 돌봄과 나눔, 행복의 문화가 싹틀 것 같았다.

 

 

자애미소명상 따라하기


‘자애미소명상(inner-smile-loving- kindness-meditation)’은 상도선원 미산 스님이 어떻게하면 대중들의 삶을 행복하게 할까 간구 끝에 창안한 수행 명상이다. 아직은 실험단계지만, 따라해 보면 얻어지는 효과는 적지 않을성 싶다. 미산 스님은 명상에 임하기에 앞서 편하게 앉아서 양 손을 열이 나도록 비빈 후 손바닥을 눈에다 갖다 대게 했다. 허리고 돌리고 때론 다리도 뻗어 흔들게 했다. 이어 가부좌 자세로 앉아 엉덩이를 조금 높이고, 몸이 편안하게 이완된 상태로 만들게 했다. 손을 자연스럽게 펴서 양쪽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이 위로 향한 채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을 마주하게 했다. 5~6번 척추는 곧추세우게 했고, 혀 끝은 입천장에 대고 편안히 눈을 감은 채 이마의 긴장을 풀으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자세가 취해지자 법당은 이내 침묵이 흘렀다. 스님의 차분하고 낭랑한 음성만 법당 안을 감쌌다.

“우선 눈에 자애와 미소를 먼저 보냅니다. 눈은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신체 기관입니다. 편안하게 지그시 눈을 감고 이마의 긴장을 풉니다. 주름은 삶의 흔적이지요. 이마의 주름을 마음으로 펴줍니다. 그런 다음 두 눈에 마음을 보냅니다. 밝고 훈훈한 기운이 미간으로 흘러 콧속에 느껴지도록 합니다. 입가에 미소 가득한 기운을 느끼며 입꼬리를 위로 치켜 올립니다. 편안하고 아름다움이 느껴질 때 이 상태로 명상을 지속합니다. 얼굴이 이완되는 것을 느껴봅니다.


온 몸으로 미소에너지 보내며 ‘감사’와 ‘사랑’ 느껴


자애로운 미소의 기운을 목의 앞부분으로 보냅니다. 목에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갑상선이 있고 성대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로 미소에너지를 보내봅니다. 숨을 마셨다가 내쉬면서 ‘옴’이라고 길게 소리내어 봅니다(3회 반복). 목이 부드럽게 트이며 생명의 말(옴)이 흘러나오는 것을 경험해봅니다. 흉선을 진동시키며 에너지를 주면 성대가 활성화됩니다. 충만한 생명의 진동을 가슴으로 느껴봅니다.

그 다음에 자애로운 미소의 기운을 심장으로 보냅니다. 눈 감고 심장 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생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이 박동을 들어봅니다. 따뜻한 사랑과 행복의 에너지가 온 몸의 장기 부분으로 퍼져 나감을 느껴 봅니다. 심장의 박동 소리를 느끼며 숨을 깊게 마시며 ‘감사’, 내쉬면서 ‘사랑’을 느껴 봅니다. 

미소에너지를 폐로 보냅니다. (미산 스님은 가끔 긴 여운을 내는 그릇 모양의 쇠종을 쳤다) 웃음으로 가득 차면서 폐 세포가 살아납니다. 우울함이 씻겨 나가는 것을 느끼며 하얀색 눈을 느껴봅니다.

다음엔 간에 기운을 보냅니다. 화내고 근심하고 우울할 때 손상되는 부위가 간입니다. 자애 에너지를 보내며 분노가 사라지게 합니다. 이때는 초록빛 바다를 생각합니다.

다음에 위장, 비장, 대장, 소장에 보냅니다. 황금빛 들녘을 상상합니다. 뱃속을 편안하게 하고 온전히 느끼며 어루만지고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다음에 신장으로 기운을 보내며, 맑고 푸른 하늘을 상상합니다. 그 빛으로 가득 채웁니다.

이어 단전으로 기운을 보내고 다시 눈으로 돌아갑니다. 긴장이 남은 곳은 없는지 점검합니다. 긴장이 느껴지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집중적으로 자애 에너지를 보냅니다.

선도(仙道)의 용어로 우리 몸에 기혈순환 통로로 임맥과 독맥이 있다고 보는데, 이 과정을 통해 임맥을 정화하고 눈->두뇌-> 경추, 척추, 요추(독맥)를 정화합니다. 간뇌의 시상하부는 모든 호르몬 계통의 바탕을 마련하는 곳으로, 여기가 정화되어야 정신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집니다.

좌뇌와 우뇌로 에너지를 보내며 양쪽 뇌가 서로 잘 조화되게 시선을 보내고 앞뒤로 돌려줍니다. 그리고 뒷골, 숨골 통해 몸, 등, 허리로 기운을 내려 보냅니다. 이때도 정화가 중요합니다. 이어 흉추와 장기들로 자애 에너지를 내려 보냅니다. 요추와 생식기관을 지나 관세음보살의 자애 에너지가 전신으로 흘러내리게 하여 발끝까지 보냅니다.

이렇게 정화된 상태의 심신에 경전을 바탕으로 한 자애관법을 시작합니다. 전적으로 수용하는 마음이 모든 수행의 근본이 됩니다.

‘내가 욕심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지이다

내가 화냄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지이다

내가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지이다‘

이렇게 이어갑니다.

그리고 끝에는 다음과 같은 회향게를 합니다. 함께 독송하겠습니다.

바와뚜 삽바 망갈람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게 하소서)

락칸뚜 삽바 데와따 (모든 선신들이 우리를 보호해 주소서)

삽바 붓다/담마/상가 누바웨나 (모든 부처님/법/승가의 공덕으로)

사다 수끼 바완뚜 떼 (늘 평안하게 하소서)

사두 사두 사두 (그러합니다 그러합니다 그러합니다)”

미산 스님이 이끄는 명상은 끝났지만, 사위는 여전히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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