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극락, 그리고 광유성인의 꽃밭.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0/01/29 [09:28]

극락, 그리고 광유성인의 꽃밭.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0/01/29 [09:28]

극락, 그리고 광유성인의 꽃밭

 

 

‘한번 가면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의미로 천국과 극락은 같은 공간일지 모른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천국과 극락은 다르다. 천국은 하느님을 믿고 선한 일을 행한 사람들이 하느님 곁으로 가 그곳에서 영원히 행복을 누리며 산다는 곳이다.

불교에서는 육도 윤회라는 것이 있어 각자 지은 업에 따라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계 등을 돌게 되는데 비록 천국 같은 천상계에 태어나더라도 선업이 다하면 다시 윤회를 시작한다. 그러나 극락정토는 그 윤회의 고리에서 영원히 벗어나 들어가는 세계다.

그 대표적인 극락정토가 아미타여래가 계신 서방정토 극락세계다.

무량수경을 비롯한 정토 삼부경에서는 그 극락세계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무량수경은 극락정토에 있는 나무들은 모두 보배수라 했다. 금으로 된 나무, 은으로 된 나무, 유리․산호․마노․자거로 된 나무 등 칠보로 된 나무들이 극락세계를 장엄하고 있다.

보배열매가 열리는 이 나무들은 맑은 바람이 찾아와 살랑거리면 다섯 가지 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보배나무와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그 가운데 엄청나게 큰 도량수(道場樹) 역시 보배수로 바람에 따라 살랑거리는 소리는 곧 묘법의 음악이다.

이 묘법의 음악을 듣거나 향기를 맡거나 광명을 보거나 하는 중생들은 모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 다시는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자리에 머물며 성불할 때까지 번뇌와 시름이 없어진다고 한다.

이밖에도 의복과 음식 꽃과 향 등이 부족함이 없고 춥지도 덥지도 않으며 모든 것은 원하는 바대로 이루어진다. 아미타경은 이 같은 극락정토는 여기서 서쪽으로 10만억 불국토를 지난 곳에 있다고 위치를 설정해 준다.

극락정토를 만든 아미타불은 헤아리기도 어려운 먼 과거에 살았던 법장(法藏)이라는 비구였으며 그가 세운 48대원으로 이루어진 곳이 바로 극락정토다.

그 48대원 가운데 ‘누구든 마음속으로 아미타불을 믿고 따르며 극락에 태어나고자 발원하는 하는 사람이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만 외우면 반드시 정토에 태어나게 하고 싶다.’는 원(願)이 포함돼 있다. 또 이런 원을 세운이가 임종할 때는 법장 스스로 아미타불로서 그를 마중 나가리라는 원도 함께.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대한 르포는 없으나 그런 소원을 세워 그곳에 가게 되었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계집종 욱면’의 이야기다.

신라 경덕왕 때 강주의 신도 수십 명이 극락왕생의 뜻을 세워 미타사를 짓고 만일 기도를 시작했다. 이들 가운데 한 집안의 계집종이 있었는데 이름이 욱면이라 했다. 그녀는 차마 법당에 들지는 못하고 마당에 선채 염불을 했지만 주인은 그녀가 ‘직분을 모르는 것’에 화가 나 매일 곡식 두 섬씩을 주고 하루 저녁에 이를 다 찧도록 명했다. 하지만 욱면은 서둘러 일을 마치고 절로 와 또다시 밤낮 없이 염불을 했다.

어느 날 공중에서 ‘욱면 낭자는 불당에 들어 염불하라.’는 소리가 들려 대중들은 욱면을 법당에 들어오게 했다. 얼마 안 되어 서쪽에서 하늘의 음악이 들려오고 욱면이 법당 대들보를 뚫고 솟아올라 부처님으로 화해 연화대에 앉아 천천히 떠나갔다고 전한다.

욱면은 전생에 스님이었으나 계를 지키지 못해 부석사의 소로 태어났고 마침 불경을 실어 나른 공덕으로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여 계집종이 되었던 것이다.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한번 태어나면 그것으로 윤회는 멈춘다. 욱면은 그의 철저하고 처절한 염불로 그 서방정토로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불교에서는 아미타여래의 서방정토 극락세계만 아니라, 비로자나 부처님 약사여래불 미륵불 등등 수많은 부처님 계시는 곳을 모두 정토로 본다. 물론 석가모니 부처님의 정토도 있을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고산 스님의 저서 ‘지옥에서 극락까지’를 참고 한다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정토는 인도 옛 마갈타국의 수도였던 왕사성 인근에 있는 영축(취)산이다. 그야 지금도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제의 산이지만 정토로서의 영축산은 이상(理想) 속의 산, 전설 속의 산일 것이다.

고산 스님은 법화경의 내용을 들어 석가모니 부처님은 열반에 드신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중생을 보살피고 계시고 있다고 본다. 그 계시는 곳이 영축(취)산으로 법화경에서는 이곳을 ‘영산정토’라 부른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신앙하는 불교도들에게 ‘영산정토’가 주는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일까?


한국 무당의 시조를 우리는 바리공주나 원앙부인에서 찾는다. 원앙부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설화는 ‘경주 기림사 사찰연기’에 기록된 것으로 신라 선덕여왕 때부터 전해 온 ‘안락국전’이다. 내용은 이렇다.

범 마라국의 광유성인이 5백 명의 제자와 함께 꽃밭 수리를 시작하면서 서천국 사라수 대왕에게 바라문을 보내 함께 동참해 줄 것을 권한다.

대왕은 왕비인 원앙부인과 함께 범 마라국을 향했으나 부인이 임신 중이어서 남편의 짐이 되지 않으려 도중에 죽림국 장자의 집에 남는다.

꽃밭을 찾은 사라수대왕은 꽃밭에 물을 주면서 한시도 잊지 않고 원앙부인이 외우라던 ‘왕생게’를 염한다.

한편 죽림국에 남은 원앙부인과 태어난 아들 안락국은 함께 장자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으며 시련을 극복하고 있었으며 결국 안락국은 아버지를 찾아 몰래 떠나고 원앙부인은 장자에게 죽임을 당한다.

광유성인을 만난 안락국은 어머니의 죽음을 전해 듣고 성인으로부터 다섯 가지 꽃을 받아 죽림국으로 돌아와 장자에 의해 토막 난 채 대밭에 버려져 있는 어머니의 시신을 주워 모아 가지런히 하고 가져온 꽃으로 어머니를 살려낸다. 죽어 다시 살아난 원앙부인은 그래서 저승과 이승을 이을 수 있는 이 땅의 첫 무당이 된다. 

설화에서 광유성인은 석가모니불, 사라수 대왕은 아미타불, 원앙부인은 관세음보살, 안락국은 대세지보살, 오백제자는 오백나한으로 밝혀져 있다.

그러니 광유성인의 꽃밭은 바로 영산정토일 것이며 그 영산정토는 이승에서의 기도와 정성으로 생명의 기운을 얻고, 이승은 다시 정토의 꽃밭으로부터 생명과 은혜를 받는다. 그러니 이승의 기도와 정성이 약해지면 생명의 텃밭인 저승 꽃밭이 메마를 수밖에 없다. 저승과 이승은 그렇게 맞물려 있음인데……. 이승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는 곳, 우리가 돌아가는 곳, 그 꽃밭을 메마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이승에서의 기도와 정성은 필요한 것이 된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