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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종교 文壇- 웃음의 미학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09/09/27 [13:44]

세계종교 文壇- 웃음의 미학

이광열 기자 | 입력 : 2009/09/27 [13:44]
 

세계종교 文壇                        

웃음의 미학

                                      

나는 대체로 잘 웃지 못하는 성격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서툴기 때문에 웃을 일이 없는 지도 모르고 잘 웃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곁에 오지 않는지도 모른다.

요즈음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심신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잡지사 원고마감에 쫓겨 자료집 한 권을 사와 누워서 뒤적이고 있었다. 김수영 시인의 유고집으로 산문을 읽고 있었는데 그가 주는 날카로운 이미지와는 달리 시골 아저씨 같은 소박한 일상사를 토속적인 언어와 유머로 구수하게 풀어내고 있어 나는 내 입이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벙긋거리고 있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다 '벽'이라는 작품을 읽다가는 종내 웃음보가 터져 혼자 정신나간사람처럼 웃느라고 서너 줄 되는 문장을 읽는데 몇 분이 걸렸는지 모른다.

그가 번역한 아동물 소화(笑話)에 나오는 이야기다.

"러시아의 어떤 술망나니가 보드카를 마시고 난 입으로 담배를 피우려고 성냥불을 붙여대고 그것을 입으로 불어 끌려고 한 순간에 입가에 묻은 독한 화주에 점화되어 그것이 위장 속에 고인 술까지 폭발을 일으키게 해서 죽었다"

얼마간 지난 뒤 다시 그 문장만 골라 읽었더니 뭐 그리 웃을 일도 아니었다.

실은 그 글을 읽기 이전부터 자잘한 웃음이 입속에서 미끈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나는 오랜만에 눈물이 나도록 웃었고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책장 한 장 넘길 기운도 없이 쳐져있던 심신이 화들짝 깨어나 내 몸을 일으켜 세워 책상 앞에 앉혀놓았고 그날 밤 수월하게 일을 끝낼 수 있게 했다.

우리 사회에 언제부턴가 웃음교실이 생기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웃음 치료사, 웃음태교, 웃음 다이어트, 심지어 대학에서는 '유머 웃음 치료학 석사학위 과정'이 생겨났으며 직장에서도 웃음강의가 인기를 끌고 병원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크게 웃으면 심리적인 안정과 내장운동, 정신운동이 되어 소화를 도우며 혼자 웃을 때보다 여럿이 함께 웃으면 33배의 효과가 있고 자주 웃으면 8년을 더 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우리가 크게 한번 웃을 때마다 머리의 전두엽에서 엔도르핀이 나오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머릿속의 여러 가지 마약물질 중 가장 좋은 물질이 엔도르핀으로 모르핀 주사액보다 몇 배나 강하다고 하니 웃음 치료사가 각광을 받고 대학에서 전공과목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미국의 카네기 연구소는 성공의 80%는 인간관계에 의해서 좌우되고 이러한 인간관계는 얼마나 많이 웃느냐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으며, 탈무드에서도 '웃는 것은 재산목록 1호다'라고 한다. 웃음이 건강뿐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즈음 나라 안팎으로 경제위기에 봉착해 있어 사회전체가 우울증에 빠져있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스마일운동'을 펼쳐 웃음과 유머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면 좀 더 활기차고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선희 

시인. 하동출생. 도서출판 '천수천안'대표.

수필집 「바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버지의 연인」,「길 위에서 길을 찾다」

시 집 「살아있는 자를 위한 천도제」,「 외팔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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