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을 기다리며
9월을 기다리며 또 한 해의 약속을 담아 아름다움의 비밀을 남기고 떠난 여름 꽃들 남겨진 사연 뒤엉킨 뒷자리 접시꽃 진 8월을 코스모스가 메우는 곳 한결 순해진 바람 가로수 그림자 깊어지는 한나절 좀처럼 내주지 않던 당신의 품 서늘바람이 몰고 오는 구월 불붙는 엉겅퀴 꽃 쑥부쟁이 구절초는 가을 산을 물들이고 산수유는 뉘 사랑의 응어린가 서리 돋는 하늘 저편 터져버린 석류의 붉은 입술 이른 저녁상 물린 부지런한 며느리만 보는 구월 초승 이쁜 달이 노랗게 곪은 밤하늘 초저녁 달빛을 받아 긴 띠를 허리에 감고 구월을 기다립니다 여름이 뜨거웠기에 사랑도 뜨거웠습니다 여름이 지루했기에 기다림도 지루했습니다 찬이슬 찬바람 나직이 머무는 자리 따뜻하고 풍요가 있어 너그럽지만 그래도 슬픈 가을 이제 연통도 없이 걸어오는 당신을 맞으렵니다 그대의 가을 답장을 마음에 새기며 나는 가을볕에 빨갛게 익어갈 것입니다 구월을 기다리며……. <저작권자 ⓒ CR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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