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전체기사포커스범종교가톨릭개신교불교민족종교해외종교이슬람다문화 사회기획특집
전체기사 Trend & View 마음을 비춰보는 포토에세이 종교지도자 칼럼 이상훈 박사의 ‘바둑으로 배우는 성경공부’ 매일종교신문 공지 사항
편집  2019.07.21 [00:54]
이길연의 종교 시 산책
매일종교신문 공지 사항
안내데스크
신문사소개
광고안내
저작권문의
구독신청
불편신고
독자투고
제휴안내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 보호정책
기사제보
이길연의 종교 시 산책
정지용의 나무
예수를 맞이하는 승화된 신앙 의지와 자아 표현
기사입력: 2013/11/02 [22:02]  최종편집: ⓒ 매일종교신문
이길연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나무
-정지용
 
얼굴이 바로 푸른 하늘을 우러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져도 싹은 반듯이 위로!
어느 모양으로 심기여졌더뇨? 이상스런 나무 나의 몸이여!
 
오오 알맞은 위치位置! 좋은 위아래!
아담의 슬픈 유산遺産도 그대로 받았노라.
 
나의 적은 연륜年輪으로 이스라엘의 2천년二千年을 헤였노라.
나의 존재存在는 우주宇宙의 한낱 초조焦燥한 오점汚點이었도다.
 
목마른 사슴이 샘을 찾아 입을 잠그듯이
이제 그리스도의 못 박히신 발의 성혈聖血에 이마를 적시며-
 
오오! 신약新約의 태양太陽을 한아름 안다.
 
주: 일부 내용은 한글맞춤법에 따라 표기했음
한자는 한글로 쓰고 작은 글씨로 표기했음
 
 
예수를 맞이하는 승화된 신앙 의지와 자아 표현
 
▲     © 매일종교신문

정지용, 그가 없었다면 한국의 현대시는 어떠했을까. 그가 해금되기 전까지 그는 몇몇 연구자들 외에는 그의 실존조차 인지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정지용은 한국 ‘현대시의 맥박’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시의 운율로 대변되는 20년대에서 진일보하여 작품에 ‘현대성’을 부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 현대시의 출발을 그로부터 잡고 있는 것이다. 또한 1930년대 잡지 “문장文章”을 통해 해방 후 한국 문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청록파 시인들을 비롯하여 박남수, 이한직 등 많은 시인들을 배출하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 “향수”가 노래로 불려졌을 때도 정지용의 시에 곡이 붙여졌다는 사실을 안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제 정지용이 문학사적 입장에서 새로운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대중적인 인지도를 나타내는 것은 정당하다 하겠다.
 
그의 종교시는 초기 모더니즘의 시와 후기 산수시山水詩 사이에 놓여져 있다. 당시 그의 초기 모더니즘 시는 임화로 대변되는 카프로부터 사상성 부재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었다. 정지용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앙시를 썼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정지용은 아주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해방 후, 그의 둘째 아들 구익求翼이 신부神父가 되기를 원하여 원산에 있는 덕원신학교에 입학시킬 정도로 돈독한 신앙을 유지했다. 따라서 정지용의 신앙시는 그의 가톨릭의식이 형상화된 시의식의 변모양상으로 그의 신앙과 결부된 관점에서 평가되어지는 것이 합당하리라 여겨진다.
 
위의 인용된 시 <나무>는 그의 신앙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상징체계에서 나무는 ‘우주의 중심’으로 표현되는데, 뿌리가 지하에 있으며 가지가 하늘을 향한다는 점에서 상부 지향성을 상징한다. 따라서 지옥을 표상하는 지하세계와 천상을 표상하는 상부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
 
우선 1연과 2연에서는 시적화자를 나무에 비유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대비적인 수사 기법을 사용하여, ‘얼굴’과 ‘발’, ‘푸른 하늘’과 ‘검은 흙’과 같은 상대성을 통해 극명한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푸른 하늘은 화자의 이상이면서 반면 과욕이란 이중적인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나무로 비유된 화자는 푸른 하늘이란 이상을 꿈꾸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움을 제공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검은 흙 역시 부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 마찬가지로 부끄러움을 상쇄시킬 수 있는 요소를 지니고 있어 ‘욕되지 않’은 결과를 자아낸다. 따라서 이는 ‘이상스런 나무’인 ‘나의 몸’으로 변주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푸른 하늘을 우러르는 행위가 검은 흙과의 만남으로 긍정과 부정이 동시에 상쇄되는 효과를 자아낸다.
 
이어 작품 가운데는 ‘아담의 슬픈 유산遺産’으로 대변되는 숙명적 원죄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한계 상황을 표출한 것으로, 화자의 존재는 한낱 ‘우주의 초조한 오점汚點’‘으로 존재하는 심리적 현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따라서 화자는 ’그리스도의 성혈聖血‘에 의존하여 신약의 중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맞이하는 승화된 신앙적 의지와 자아를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본 작품은 신앙의 상징체계인 나무를 통해 화자의 이상과 부끄러움은 물론 원죄의식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신앙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문학평론가․고려대 초빙교수)
 
ⓒ 매일종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주간베스트 TOP10
배너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안내데스크신문사소개광고안내저작권문의구독신청불편신고독자투고제휴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 보호정책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범 종교의 진정성을 두루 살펴 보고 이해함으로써 각 종교와 사회의 화평과 상생, 조화를 이룬다.
회장 이옥용 /발행-편집인 신민형 / 양형모 상임고문 / 편집국장 이광열 / 청소년보호책임자 강은나
우) 140-846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1가 70번지 (83길 21)
대표 전화: 02-703-8267 | 팩스: 02-3211-4419 인터넷 매일종교신문
등록번호:서울 (아)01319(범종교신문 등록 2009년 9월 1일,2013년 6월 15일 제호변경)
기사제보 : minhyung-s@hanmail.net
Copyright ⓒ 2009-2013 매일종교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