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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김석종의 마음살림-

매일종교신문 | 기사입력 2013/05/16 [22:42]

서평:김석종의 마음살림-

매일종교신문 | 입력 : 2013/05/16 [22:42]

서평:김석종 지음 '마음살림'

위즈덤경향/1만4800원

큰스님들의 밝은 지혜, 알랑가몰라

 

불가에는 그저 바라만 봐도 푸근해 지는 스님들이 있다. 하나같이 자신을 던져 중생을 살리려 했던 도력이 깊은 큰스님들이다. 그래서 큰스님 이야기는 이따금 대중들에게 소개될 때마다 많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심연에서 길어 올린,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닿는 큰스님 이야기가 나왔다. ‘마음살림’(위즈덤경향)이 그것이다.

일간지 종교담당기자를 오래 했던 지은이는 사실상 스님들이 하는 ‘법문’을 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 얘기가 그 얘기라고 치부하거나, 아니면 실생활과 동떨어진 선문답이라고 도외시했을 법 하다. 으레 종교기자 몇 년하면 큰스님들의 수행이력을 테마로 흥미로운 이야기책 하나씩은 풀어내는 법인데, 필자는 취재만 해놓고 큰스님 행적을 서랍 속에 오래도록 낮잠을 재우고 있었다.

인간은 너나 없이 생노병사가 찾아온다. 아뿔사. 몇 달전 필자에게도 병마가 찾아왔겠다. 발 끝으로 피가 안 통하는 병이었다. 상처가 깊이 패여도 피가 안 나오니 침이 마르고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스스로 막행(莫行), 막식(莫食)의 결과라며 애를 태우고 있는데, 어느 날 바람처럼 스쳐가는 큰스님의 이야기가 있었다. “내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는 게 제일 큰 공부여” 송광서 갔을 때 보성스님이 하신 말씀이었다. 그때 콧방귀를 뀌고 나온 기억이 어슴푸레 났다. “지금 있는 자리가 딱 네 자리”는 수산 스님의 말씀은 죽비보다 더 아프게 어깻죽지를 내리쳤다. 눈물이 핑 돌았다. 손에 꼭 쥐어주신 지혜였는데, 휙 내던지고 이꼴이 되었으니, 큰스님 볼 면목이 없었다. 더욱이 수산스님은 지난해 열반에 들지 않았던가.

 

처음엔 실생활과 동떨어져 외면하던 법문

지나고 보니 약손이요, 고약(膏藥)이었네

 

몸에 탈이 났다는 생각도 잠시 잊은 채 서랍 속을 뒤져 취재수첩을 꺼냈다. 급히 흘겨 쓴 글씨였지만, 스님들의 말씀이 거기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2007년 소속사 경향신문에 ‘염화실의 향기’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내용을 근간으로 삼되, 취재수첩에서 한 글자도 빠짐없이 다시 찾아내 곱씹고 또 곱씹으며 살아있는 육성어록으로 복원하기 시작했다. 작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큰스님들의 골동품 같은 ‘살림살이’를 오늘의 실생활에 유용할 수 있도록 살아 있는 선(禪)으로 가져오는 작업에 몰두했다. 돌이켜 보면 큰 스님들은 대중들이 어렵고, 슬프고, 아플 때마다 같이 아파하며 걱정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수행에서 얻은 지혜의 손길로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명의(名醫)의 손길이었다. 큰스님들은 시대에 아랑곳 하지 않고 무욕청빈의 삶을 살았다. 상상할 수 없는 담금질로 자신을 낮추었고, 길 없는 곳에 길을 놓으며 지혜의 촛불이 돼 주었던 것이다.

위장의 80%만 채우면 위장병이 생기지 않는다고 일러주는 동춘스님, 제행무상이 허무가 아니라 ‘지금 사는 인생의 소중함’이라고 재해석해주는 설정 스님, 세상에는 너만 외로운 게 아니라고 다독여 주는 활안 스님, 밤새 물차고 넘치니 그냥 퍼주라고 가르친 월주 스님, 뼈저리게 겪어서 알아야 실하다고 말하는 밀운 스님, 욕망의 잔가지가 무성하다며 죽비를 들어 올리는 무여 스님 등의 생생한 육성이 시원한 한줄기 소낙비가 되고, 세한의 뜨끈한 구들장이 되어 준다. 그리고 다시 볼 수 없는 스님들.

책에는 ‘한국불교의 봉황’이었던 지관 스님, 공적비는커녕 티끌만한 흔적도 남기지말라던 혜정 스님, 매일 5분간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틀어보라던 성수 스님, 세상에 못 고칠 병은 없고 못 고칠 습관이 있을 뿐이라고 안타까워하던 정무 스님 등 생존해 있거나 열반에 드신 큰스님 27인이 등장한다. 그래서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중생들의 마음을 흔들어 깨운다. 묘엄 스님 편을 읽노라면 스님이 주석했던 수원 광교산 봉녕사가 울컥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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