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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지예雷地豫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5/19 [07:05]
운명 교향곡의 첫 음률처럼

뇌지예雷地豫

운명 교향곡의 첫 음률처럼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5/19 [07:05]


▲     ©매일종교신문
미리 예(豫)가 여기서는 즐거울 예이다. 위는 우레이고 아래는 땅이다. 땅에서 우레가 올라와 ‘우르릉 꽝꽝’ 하고 소리를 내는 형상이다. 그래서 예괘는 음악소리가 즐겁게 울려 퍼지는 괘이다.  

자연의 소리로는 새소리, 시냇물소리, 풀벌레소리, 개구리소리 등등이 있지만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에 사람들의 마음이 가장 크게 동요되었으리라. 음양이 부딪쳐서 서로 화합하여 내는 즐거운 비명이라는 것까지는 몰랐을 그 때도 하늘의 소리는 한편 경이롭고 두렵기도 했었다. 그래서 선왕이 다투어 음악을 만들고 아름다운 덕을 찬양하고 나아가 옥황상제에게 성대히 제사를 올리며 조상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雷出地奮 豫 先王 以 作樂崇德 殷薦之上帝 以配祖考].    

넷째 효인 양 하나가 시절을 제대로 만나고 지위도 얻어 힘을 쥐고 있어 다섯 음효들이 환호하며 기쁘게 따른다. 예괘는 순리에 맞게 움직인다. 하늘과 땅은 움직이는 데 소리 없이, 흔적 없이 움직이니 순하게 움직이는 형상이 된다[豫 順以動]. 천자가 제후를 세우고 군사를 동원할 때 조용히 움직이며 나라를 안정시킨다는 것이다[天地如之 而況建侯行師乎]. 즐거운 예괘라고 하여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면서 시끌벅적하게 즐기는 것이 아니다. 모든 행사가 자연스럽게 기쁜 마음이 저절로 솟아나며 일이 순조롭게 행하여져서 예의 시대적인 의미가 큰 것이다[豫之時義 大矣哉].   
❋奮떨칠 분, 豫즐거울 예, 崇숭상할 숭, 殷성할 은, 薦올릴 천, 配배향할 배,祖할아비 조, 考죽은아비 고, 況하물며 황, 侯제후 후    

처음 얻은 음효 “소리내어 즐거워하네[鳴豫]”   

유약하고 철없는 이 효는 위의 넷째 효의 후원을 크게 믿은 나머지 횡포를 부린 격이다. 예괘에서 강한 힘을 가진 넷째 효를 배경으로 하여 거기에서 나오는 소리와 즐거움을 남에게 들려 주어 함께 즐거워할 생각은 안하고 혼자서만 독차지하려 한다. 혼자서만 즐거움에 감동받아 울고 있다. 넷째 효와 호응한다는 뒷배경의 든든함으로 자만심에 차서 즐거움을 노래하는 데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의기양양하여 교만해지면 뜻이 궁색해지고 만다[志窮 凶]. 모든 음들이 넷째 효만 바라보는 형국에 혼자만 직접 응한다고 해서 오만해진 것이다. 그 효가 만들어 내는 음악도 이 효 때문에 불협화음으로 시끄러운 소음이 되고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받아 흉하게 된다[鳴豫 志窮 凶也].  
❋鳴울 명, 志뜻 지, 窮궁색할 궁

둘째 음효 “돌 같은 절개로 휩쓸리지 않아서”    
 
이 효는 제자리에 바로 서서 분수를 알아 의연한 태도를 취하여 자기의 배필이 아닌 넷째 효를 넘보지 않는다. 예괘의 다른 음들은 모두 넷째 효인 그 남자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이 효는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절개와 지조를 지키는 독야청청한 군자의 모습이다. 그래서 해가 지기를 기다리지 않고 분연히 일어나 자기 일을 한다[介于石 不終日 貞 吉].     

「계사전」에 “군자가 그 옳고 그름의 은미한 조짐을 보고 옳은 일이면 분연히 일어나는 데 해가 떨어질 새라 곧바로 행동에 옮긴다. 절개가 돌같으니 어찌 해를 넘기리오, 알고 결단하는 것이다[君子 見幾而作 不俟終日 介于石 寧用終日 斷可識矣]. 이 때문에 군자는 은미한 것을 보고 그것이 드러날 때를 미리 알며, 부드러운 것을 보면서 그것이 강해질 것을 안다 이래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높이 우러러 본다[君子 知微知彰知柔知剛 萬夫之望]”고 했다. 뭇 남성들의 로망이다.   
❋介절개 개        

셋째 음효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으니”    

제 짝이 아닌 이웃남자(넷째 효)인데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고 있으니 후회만 남는다. 아무리 가까운 이웃에 있다 해도 그 멋진 남자를 감히 탐닉하다니 어림없는 짓이다. 빨리 미련 버리고 자리를 떠나야 한다. 뉘우치면서 꾸물거리니 더욱 뉘우침만 남는다[盱豫 悔 遲 有悔].
❋盱쳐다볼 우, 遲더딜 지, 悔뉘우칠 회    

넷째 양효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합창소리”     

이 효는 음악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예괘의 중심인물이다[由豫]. 군주의 신임을 받은 재상의 자리이기도 하다. 유일한 양으로 모든 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아름다운 음악을 사랑의 어울림으로 연주한다. 자연히 민심이 하나로 모아지는데 마치 헝클어진 머리를 비녀로 한곳에 묶듯이 똘똘 뭉친다[朋 盍簪]. 이 효는 화합의 정치를 하여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어울리는 화음으로 합창이 울려 퍼진다[由豫 大有得 勿疑 朋盍簪]. 마치 천하의 일을 맡아 세상을 즐거움으로 이끌어가는 몫을 하는 것이다.   

❋붕 합잠(朋 盍簪)은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연주하는 광경을 연상하게 한다.  
❋由말미암을 유, 疑의심할 의, 朋벗 붕, 盍합할 합, 簪비녀 잠    

중심 음효 “임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병들었네”
 
이 효는 유약한 임금인데 넷째 효가 백성들의 신뢰를 한 몸에 모으고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인군으로서 매우 위태로운 형세이다. 잘난 대신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고질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죽지 않는다는 것은 중심을 잃지 않아 군주의 권위가 아주 망하지는 않는다[貞疾 乘剛也 恒不死 中未亡也]. 위엄과 권세가 자기 몸에서 떠났어도 훌륭한 사람에게 일을 맡겨 그 공을 조용히 누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疾병 질, 乘탈 승, 恒항상 항

위 음효 “너무 어두워지고 말아”    

캄캄한 어둠이 밀려왔다. 모두가 즐거움에 빠져 살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모르고 제 정신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 허물은 없을 것이나 고쳐서 어디로 더 갈 수 있겠는가. 쾌락의 끝이라 당연히 이런 결과가 오는 것이다[冥豫 成 有渝 无咎].
❋冥어두울 명, 渝변할 유         

▼▲▼   

처음 효는 유일한 양효인 넷째 효와 직접 호응하게 되어 그 강한 배경만 믿고 마구 즐거워하다가 흉하고, 둘째 효는 홀로 제 자리를 지키며 의연하게 행동하여 길했고, 셋째 효는 바라보고 되지도 않을 짝사랑하다가 후회만 하고, 넷째 효는 모든 음들이 화합하여 어울리는 음악이 흐르고 즐거움을 다함께 누린다. 중심 효는 넷째 효의 그늘에 치여 병이 나고, 위 효는 어둠 속에 빠져들어 이제라도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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