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김남조의 '시와 더불어'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6/19 [07:08]
삶과 신앙, 시업詩業의 육화

김남조의 '시와 더불어'

삶과 신앙, 시업詩業의 육화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6/19 [07:08]

시와 더불어
김 남 조     

나의 주님
때때로 제 골수에
얼음 용액을 따르시니
이 추위로
시 쓰나이다 
    

사람은 길을 찾는
미혹의 한 생이오니
이 어설픔으로
시 쓰나이다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하라 이르시나이까
사랑은 하되
필연 상처 입히는
허물과 회한으로
시 쓰나이다 
    

날빛 같은 날에도
먹장 같은 날에도
아가들 태어남이 숙연하옵고
이것만은
늘 잠깨어 반짝이는
모든 아름다움에의 민감성
이 하나로 재주도 없이
한평생 시 쓰나이다 
 

삶과 신앙, 시업詩業의 육화     

김남조 시인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의 모든 작품이 마치 기도처럼 쓰여 졌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시인은 그의 자전적 성격을 지닌 글에서 이미 밝힌 바 있듯이, 시인의 삶과 신앙 그리고 그의 작품 즉, 시가 이미 하나가 되어 있다. 그의 일상적인 언행은 이미 수도자요 작품은 기도가 되어 독자의 가슴에 젖어 든다.     

인용 작품 <시와 더불어>는 시업詩業에 관한 힘든 과정을 마치 주님에게 아뢰는 기도문처럼 기록하고 있다. 작가나 시인이라면 창작의 고뇌에 관하여 누구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넋두리처럼 풀어놓기 일쑤다. 그는 다르다.     

시인은 이런 시업에 관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우선, 첫 연에서는 주님이 화자의 골수에 따르는 고통의 얼음 용액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글쓰기에 있어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다음 연에서는 인생 자체가 길을 찾는 미혹한 노정이지만 그런 어설픔으로 시를 쓰고 있음을 고백한다. 그런가 하면,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 앞에 그 사명을 다하지 못한 후회로 시를 쓰고 있음을 또한 고백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재주도 없이 평생 글을 쓴다고 기록하면서, 그러나 아름다움을 향한 끊임없는 민감함에 감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주님 앞에 한없이 낮아지고자 그의 겸손으로 말미암아 변별력을 지닌다. 그는 결코 거만하지 않다. 우선, 인용문 가운데 ‘추위로’, ‘어설픔으로’, ‘허물과 회한으로’, ‘재주도 없이’와 같은 지극히 낮아지는 기도의 자세가 묘사되어 있다. 기도는 교만한 가운데는 절대로 성립될 수가 없다. 교만한 가운데는 기도뿐만 아니라 시작詩作도 불가능하다.     

시인의 이런 겸손한 시의식이 우리 시대를 정화시키고 올곧게 세우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그의 삶과 신앙 그리고 시업은 위대함을 넘어 시성詩聖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모바일 상단 구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