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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병조, 불교 교리(敎理)대로 살면, 그것이 생불(生佛)!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6/25 [03:09]
1980년대 인기 재담꾼, ‘명심보감’ 고전 전문 교수로 활약

개그맨 김병조, 불교 교리(敎理)대로 살면, 그것이 생불(生佛)!

1980년대 인기 재담꾼, ‘명심보감’ 고전 전문 교수로 활약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6/25 [03:09]



‘지구를 떠나거라!’ ‘먼저 인간이 되어라’.
 
1980년대 최고 개그맨으로 주가를 높였던 김병조가 남긴 대표적 유행 어록이다.
 
올해 64세(1950년 4월생).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신세대들은 ‘무한도전’의 국민 개그맨이자 진행자 유재석 버금가는 인기를 얻었던 언변(言辯)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수처작주 隨處作主’=언제 어디서나 내가 주체가 되면 서 있는 곳이 바로 극락이다.

 
 
▲ 불교방송 트로트 가요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약했던 개그맨 김병조. 사진 제공: 불교방송     © 매일종교신문

언변 속에서 청산유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고사성어들은 귀를 쫑긋거리게 만든다.

조부로 부터 체계적인 한학 공부를 이수한 전력답게 국내 연예인 중 자타가 공인하는 한학(漢學)의 고수(高手)다.

1975년 TBC 동양방송 <살짜기 웃어예>로 데뷔한 뒤 1980년대 MBC 버라이어티 개그 쇼 프로그램 ‘일요일 밤의 대행진’ 중 ‘일요일 밤의 뉴스 대행진’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1988년 MBC 방송연기상 코미디부문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뒤 불교방송 FM ‘이야기 쇼’ 진행자로 감칠맛 나는 입담을 들려주던 그는 1998년부터 16년째 광주 조선대학교 평생교육원과 교육대학원에서 ‘김병조의 명심보감’을 통해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익힌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참된 의미를 실현 시키고 있다.

 
전성기 시절 방송과 영화 배우로 활약한 전력을 십분 활용해 한학이 주는 고루함에서 벗어나 명쾌한 해설을 가미 시켜 웃음을 통한 고전 읽기 문화를 확산 시키고 있다.

 
 
▲ '김병조의 명심보감'은 교양 과목 중 수강생들로 부터 장수 인기를 얻고 있다     © 매일종교신문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인문학 부흥’을 이미 10여년 전부터 예향의 도시에서 실천해 오고 있는 것이다.

“종신행선(終身行善) 선우부족(善猶不足): 한 평생 착한 일을 행하더라도 선행은 오히려 부족하고
일일악행(一日惡行) 악자유여(惡子有餘): 단 하루 악한 일을 행하더라도 악행은 스스로 남음이 있을 것이다”
 
좌우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독실한 불교 신자다.

‘명심보감’ 중에서도 불자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잠언을 선별해 일상 생활에 ‘신중(愼重)’함을 아로 새겨 주는 나침판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교육원 수강생들은 전직 교장에서부터 현직 지역 판사, 교사, 퇴직 공무원, 대학원생, 가정주부 등이 다양한 직업군들이 포진하고 있다.

정원 80명을 훌쩍 넘어 청강생까지 평균 150여명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대학원 수업은 현직 교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있는 학생들은 ‘스승의 존재와 가치를 폄하하는 자세’를 갖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변화된 세태.

수업을 듣고 있는 현직 교사들 앞에서 개그맨 출신 김병조 교수가 무시(無時)로 강조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자식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이다’라는 평범하지만 뜨끔한 교훈이다.

‘부불우심 인자효, 부무번뇌 시처현 父不憂心 因子孝, 夫無煩惱 是妻賢’: 아버지가 근심 없는 것은 자식의 효 덕분이요. 남편이 번뇌가 없는 것은 현명한 아내 덕분이다’

‘가화 빈야호 家和 貧也好, 불의부여하 不義富如何, 단존일자효 但存一子孝, 하용자손다 何用子孫多: 집안이 화목하면 가난해도 좋지만, 의롭지 않으면 부자인들 무엇하리오. 단, 효도하는 자식이 하나라도 있다면 많은 자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등도 현업 교사들에게 단골로 필서(筆書)해 주고 있는 문장.

학창시절에 한번쯤 암송했던 ‘부위부강 夫爲婦綱: 남편은 아내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 부위자강 父爲子綱: 아버지는 자식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명귀를 반추 시켜 주고 있다.

“집안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 하느라 수업을 많이 빠져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명심보감 강의 듣고 부모님의 처지와 상황을 깊게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습니다”

“70세부터 근 10여년째 연속해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배울수록 더욱 새록새록하게 다가오는 문장들로 인해 하루 하루 삶이 즐겁습니다”

주경야독(晝耕夜讀) 처지에 있는 여학생, 80세가 넘은 어르신 수강생들이 건네주는 진솔함이 녹아 있는 편지 글이다.

매주 한번 서울-광주를 오가는 피곤함을 떨어내주면서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교습자(敎習者)의 보람을 각인 시켜 주는 증표다.


▲ 허스키한 창법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중견 트로트 가수 김수희와 방송 직후 기념 컷. 사진 제공: 불교 방송     © 매일종교신문

1985년 세태 풍자 영화 <김병조의 난 이렇게 산다우>를 비롯해 전성기 시절 음료, 패스트푸드, 가전 제품 등 무려 70여개가 넘는 제품 CF 모델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현재 한국 사회는 건국 이래 빨리 빨리로 상징하는 개발 우선주의 경제 정책의 심각한 후유증을 빙하가 한꺼번에 녹아 내리듯 이곳저곳에서 겪
고 있는 중이다.

구미 언론계에서도 ‘빠른 것은 좋지만 느린 것은 더 좋다 Fast is Good, Slow is Better’라는 슬로건을 표방하면서 속보(速報)를 지양(止揚)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심층 탐사 보도를 추구하는 매체들이 독자들의 열독률을 이끌어 내고 있는 추세이다.
 
독서 전문가들은 ‘고전(古典)은 고리타분한 책이 아니라 인류의 지적 문화적 보고(寶庫)이며, 창조의 원천이자 현안 문제를 풀어 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존재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김병조가 ‘착한 말 이르기를 즐겨하도록 樂遺善言’ 만들어준 ‘명심보감 明心寶鑑’은 고려 충렬왕 명신(名臣) 추적(秋適)이 중국 고전에서 발췌한 문장 163개를 권학(勸學), 계선(繼善), 천명(天命), 치가(治家) 등 24개 항목으로 편찬한 인격 수양을 목적으로 한 한문 교양서다.

“어려서 조부와 선친으로부터 전수 받은 고전 학문을 불가에서 언급한 보시(布施)라는 의미에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연차가 16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향후 20년 30년차까지 진행해서 학문의 즐거움, 가정의 소중함 그리고 서둘지 않고 하늘의 운명에 순응하는 가치관을 확대 시키고 싶습니다”
 
▲ 연중 행사인 불교 박람회 진행 중 초대 손님 화상 스님과 인터뷰 장면. 사진 제공: 불교 방송     © 매일종교신문

국내 연예인 출신 중 ‘고전(古典) 분야 1호 초빙 교수직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김병조는 1990년부터 전주에서 진행되는 연례 행사인 ‘전주대사습 놀이 전국대회’의 고정 진행자로도 활동하면서 한국의 전통 문화가 계승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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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품격남 2014/08/26 [10:43] 수정 | 삭제
  • 품격있는 코미디언, 언제나 뼈있는 고급 개그를 보여주시던 분인데 여전히 의미있는 삶을 살고 계시네요.. 건강하시고 인문학부흥에 큰 도움이 되시기를..
  • 송골매 2014/06/25 [10:25] 수정 | 삭제

  • 원조 개그의 효시를 이뤘던 분인데 오랫만에 동정을 접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사진은 보니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어 한편은 착잡합니다.
    내실 있는 한문 공부로 제 2의 인생을 정력적으로 펼쳐 나가시는 모습에 격려를 드립니다.
    어느 신문에서도 접할 수 없는 모처럼 반가운 이슈 뉴스였습니다. 취재한 분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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