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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주의는 폭력이다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6/26 [14:23]
“나만이 진리라는 독선으로는 화합과 평화 못이뤄”

근본주의는 폭력이다

“나만이 진리라는 독선으로는 화합과 평화 못이뤄”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6/26 [14:23]

◆ 세월호 참사, 문창극 총리후보 논란 등 세간의 비판‧논쟁과 갈등의 소용돌이를 일으킨 것은 종교였습니다. 구원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종교를 내세워 벌인 부패, 부정의 사슬이 참변을 낳았으며 그의 ‘종교탄압’을 빙자한 도피행각은 공공법을 무시해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육‧해‧공군과 반상회까지 동원한 추적에도 오리무중인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은 종교의 섬뜩함까지 느꼈습니다.
 
◆ "일본의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도 기독교 내부의 ‘신학논쟁’을 일으켰으며 급기야 국론분열과 국정혼란까지 초래했습니다. 물론 KBS의 거두절미한 왜곡보도가 사회분란을 주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 그의 근본주의적 신앙이 비기독교인들에게 거부감을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철저한 ‘신앙고백’이 올바른 국정에 대한 강한 신념을 키울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이 자신이 믿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아전인수격 해석이 위정자로선 어울리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자기종교가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다른 것보다 우월하다는 입장은 다종교사회에서 종교갈등·국론분열을 일으키는 요소가 됩니다. 특히 그러한 공직자의 입장은 파장을 키웁니다.
 
◆ 종교가 일으키는 소용돌이의 중심엔 근본주의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불교계 인사는 “우리나라 기독교엔 미국의 근본주의적 개신교가 주류를 이루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의 경전인 바이블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창조주 하나님의 뜻대로만 세상이 움직인다고 보며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공식에 뜯어 맞추듯이 단순화해서 해석하는 근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강남 리자이나대 명예교수(비교종교학)는 “문자 그대로 성경을 읽어 문자를 다르게 해석하면 누구나 자기가 ‘보는 대로’ 새로운 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수많은 재림주, 하나님이 등장하고, 교주가 성경을 멋대로 해석한 후 그것이 문자 그대로라면서 믿으라고 가르치는 종파가 난립한 근본 원인에는 한국 기독교에 이 같은 근본주의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화여대 양현혜(역사신학) 교수는 최근의 신학토론회에서 일본기독교단이 경술국치 당시 “한국인이 일한합병을 통해 특별한 국민으로 부활했으며 이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소개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입맛대로의 해석이 그릇된 역사관, 민족관, 가치관을 합리화시키는 것입니다.
 
◆ 근본주의는 이기주의를 낳습니다. 이웃종교 심지어 기독교 내의 다른 교파를 배척합니다. 구원파같이 사회문제가 되는 소위 ‘이단·사이비‘ 종파들은 더욱 극단으로 나가 자신들의 독특한 성경 해석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근본주의·복음주의로 문제를 야기시키는 대형교회 또한 구원파와 질적으로 같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문 후보의 발언에도 은연중 ‘기독교 주류층의 근본주의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 자신의 종교가 유일하게 옳다는 믿음 자체가 타인과 세상을 비극으로 몰고 갑니다. 십자군전쟁, 마녀사냥, 위그노 전쟁 등 수백차례 종교전쟁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 줍니다. 전통과 문자적 교리준수를 통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지하드, 무장단체에 의한 테러 등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합니다.
 
◆ 8월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종교적 근본주의는 폭력’이란 비판을 했습니다. 교황은 “아무도 죽이지 않고, 공격하지 않더라도 근본주의는 폭력이다”고 밝혔습니다. 은연중 자행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종교폭력을 되새기게 합니다.
 
교황은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근본주의에 기반한 분쟁은 종교의 가르침과 모순된다”며 신을 빙자한 폭력은 우리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한 “역사적 관점에서 기독교도 때때로 그런 근본주의의 폭력을 실행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고백했습니다.
 
◆ 세상과 만물, 사람의 화합과 평화를 가꾸는 것이 종교의 본질입니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이웃종교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만이 진리이고 정의롭다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근본주의로는 화합과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정신적, 물질적 폭력이 될 뿐입니다. 남을 가르치는 것이 종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믿지 않는 사람까지도 포용해 화합과 평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종교의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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