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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영의 '베드로전 2'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7/04 [08:45]
절망을 넘어 부활을 향한 그리스도의 시선

권택영의 '베드로전 2'

절망을 넘어 부활을 향한 그리스도의 시선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7/04 [08:45]

베드로전 2
권 택 영                         


닭이 울기 전에
나는 좀더 멀리 가야 하리라    

그 분의 눈빛에서
더 멀리 도망쳐야 하리라    

장닭처럼 벼슬 곧추 세우고
대제사장 집 뜰 안으로
당당하게 들어가지 못한 새가슴    

고개를 떨구고
가능하다면 겟세마네 동산 지나
올리브 숲 저 너머까지 에라도
나는 갔어야 하리라    

그러나
모닥불 어스름 불빛 속에서도
눈썰미 좋은 계집종이여
그대는 알리라    

이미 그대 눈썰미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그 분의 그 눈빛이     

나를 꿰뚫고 지나
골고다 언덕 너머
제국 로마의 심장부까지 가버린 사실을    

오고 오는 세월 닭이 울 때마다
내 통곡의 눈물 방울 속에    

그 분이 언제나 부활하고 있음을
(-<베드로전 2> 전문)

     
절망을 넘어 부활을 향한 그리스도의 시선

▲ 이 길 연(시인, 문학평론가)     © 매일종교신문
 성서는 이스라엘의 역사서인 동시에 유대민족을 이끌어 오신 하나님의 섭리를 나타내고 있다. 예수는 다른 선지자와는 달리 하나님의 독생자로 섭리의 중심인 그리스도다. 그리스도는 성서의 중심에 놓여있다. 성서는 그리스도인 예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면에서 신약성서는 모든 초점이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성서 가운데 예수를 향한 수제자 베드로의 불신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예수는 감람산 서쪽 기슭에 있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 기도를 마친다. 그리고 이미 자신이 가야할 길을 깨닫고 제자 베드로에게 묻는다. 베드로는 어디든 주님이 가시는 길이라면 따르겠노라고 맹세하지만, 이미 예수는 베드로의 심중을 꿰뚫고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예수를 불신할 것을 예언한다. 그 예언은 현실화되었다. 인용시는 성서에 등장하는 한편의 스토리텔링과 같은 베드로의 불신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중심 시어는 ‘닭’과 ‘시선’이다. 닭은 새벽을 일깨우는 장치로서 구시대를 뒤로 하고 새로운 한 날을 예견하며 새로운 시대, 새로운 혁명을 상징한다.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불신하리라는 예수의 예언은 좌절과 절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베드로는 스승을 향한 불신하고 그런 후에 자신의 행위에 대해 가슴 절절한 통회를 한다. 그리고 나서 새로운 결단을 하게 된다. 이어 로마를 향해 순교의 길을 나선다.

닭의 이미지는 구시대와 악의 타파를 나타낸다. 예수의 복음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생명의 말씀이다. 그러나 위에 언급된 ‘대제사장’은 기득권과 구시대의 상징으로 예수의 새로운 시대의 저항세력이다. ‘장닭처럼 벼슬 곧추 세우’지 못한 베드로는 기득권과 구시대에 대항하지 못한 자신의 연약함에 관한 반성이자 통회이다. 그런 점에서 닭의 이미지는 구시대의 불의(不義)를 타파하는 선각자의 이미지를 내세운다.

‘시선’ 또한 이 작품의 핵심시어로 작용한다. 베드로의 불신과 연약함을 일깨우는 것은 ‘눈썰미 좋은 계집종’의 시선이다. 계집종은 예수가 로마병정에게 붙들려 대제사장의 뜰 안에 연행되자 뒤따라와 모닥불가 앉자 있지만 그를 알아본다. 계집종에게 발각된 것이다. 계집종의 시선은 결국 베드로의 배신과 무능을 분별하고 폭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하여 베드로는 자리를 옮겨 앉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계집종의 시선과 또 다른 관점은 그리스도 예수의 시선이다. 예수의 시선은 이미 자신이 저지를 불신은 물론 ‘로마의 심장부’를 관통해 새로운 시대를 예견하는 부활에 가 닿는다. 결국 베드로를 다시 일으켜 로마로 들어가 로마를 회개시키고 부활의 역사를 이룰 것을 예측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절망은 넘어 희망과 부활의 역사로 나아가는 그리스도의 시선에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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