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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싸움 수니파·시아파 모두에게 공격받는 기독교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7/05 [11:12]
도피하거나 이슬람 개종·순응, 기독교인 급감

종파싸움 수니파·시아파 모두에게 공격받는 기독교

도피하거나 이슬람 개종·순응, 기독교인 급감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7/05 [11:12]

최근 이슬람 무장세력의 득세로 정정불안을 겪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기독교인들이 각종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종파 싸움을 벌이는 시아파와 수니파 양측으로부터 기독교인들이 공격 대상으로 부각되면서 중동의 기독교 공동체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21일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이라크 내 기독교인을 겨냥한 종교 청소(religious cleansing)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최근 ‘이슬람국가(IS)’로 이름을 바꾼다고 밝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6월 들어 이라크 북부와 서부 지역에서 교회와 수도원 등을 무차별 파괴하고 기독교인들을 범죄의 표적으로 삼자 신도들이 대거 삶의 터전을 떠났기 때문이다.

ISIL이 장악한 모술에서 간신히 도망친 한 수녀는 “ISIL은 모술에서 이라크 정치인이나 기독교 관련 기념물을 모두 파괴했다”면서 “모든 신도들이 이 지역을 떠났고 오직 병들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만 남았다”고 내셔널포스트에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6월 16일 ISIL은 모술 니네베 지역의 19세기 도미니크회 교회에 불을 질렀으며, 기독교 언론들은 같은 달 28일 모술의 한 고아원에서 수녀들이 실종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또 6월 10일에는 ISIL 소속 대원들이 기독교인 가정에 보호세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가 받지 못하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와 딸을 강간해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전해지면서 모술 인근 마을 카라고시에서만 6월 마지막 주 1만여 명의 기독교도들이 쿠르드족 자치 지역으로 이동하는 등 대피행렬이 이어졌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밝혔다.

그동안 함께 어울려 살았던 온건 수니파 주민들마저 ISIL에 합세해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거나 이를 방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2013년 기준 이라크 인구는 약 3400만 명으로 기독교도는 5% 미만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이라크 내 기독교도에 대한 박해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던 2003년부터 본격화됐으며 현재 이라크에 남아있는 기독교 인구는 2003년의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아파 정부와 수니파 반군 간의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기독교인들의 상황은 한층 심각하다. 기독교도들은 내전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어 모든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4년에 걸친 내전기간 동안 기독교인들이 강간과 강도, 폭행 등은 물론이고 별다른 이유 없이 학살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됐다. 시리아의 기독교도는 내전이 일어나기 전인 2010년 기준으로 시리아 인구 2300만 명 가운데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전기간 동안 부침을 겪으면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내셔널포스트 등에 따르면 ISIL이 올해 초 시리아 북부 도시 라카를 장악하면서 기독교인들에게 이슬람교로 개종을 하든지, 종교는 유지하더라도 이슬람 율법에 복종하든지, 목숨을 포기하든지 세 가지 중 하나를 따르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상당수 기독교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슬람교의 샤리아법에 따라 일종의 이등 시민인 딤미(Dhimmi)로 살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들은 다른 무슬림들과 달리 목숨을 부지하는 대가로 보호세 등의 각종 세금을 내야 하며 생활양식도 이슬람 율법에 따라야 한다. ISIL은 기독교인들이 무너진 교회를 건축하는 것은 물론 찬송가를 부르거나 교회 종을 울리는 것, 십자가를 착용하는 것 모두 금지했다. 교회와 신도들 집을 몰수해 이슬람교 시설로 사용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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