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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수의 '門'

이광열 기자 | 기사입력 2014/07/11 [17:16]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임인수의 '門'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이광열 기자 | 입력 : 2014/07/11 [17:16]


임 인 수
 
내가 이 문 앞에 서서
영원을 향하는 뜻은
십자가十字家의 표적을 단
성당聖堂이 바라보이는
때문만은 아니다
 
울려오는 종소리
피가 돌아
 
온몸이 평화에
있음이로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시의 형태는 다양하다. 담겨진 주제나 내용에 따라서 역시 시의 형태는 다양하게 구별될 수 있다. 그러나 시의 형태상 가장 본질적인 것은 축약성이다. 소설이나 수필과 같은 산문과는 달리 내용을 함축하여 독자로 하여금 그 작품에 담긴 의미나 미의식을 마치 미로찾기와 같이 찾게 하는 것이다.
 
위의 인용시는 지극히 간결하다. 시적구조라고 할 것도 없이 간략하다. 그러나 한편, 문이란 제목부터가 시적 상상력을 요한다. 문이란 또 다른 공간이나 세계로 나아가는 통과 장치이다. 이 공간과 저 공간, 이 세계와 저 세계와의 단절이자 연결이며 현실과 미래와의 구분이자 통로이다. 문이 벽과 다른 것은 단절과 연결이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시적화자는 현재 문 앞에 서 있다. 그 문은 물론 ‘십자가十字架의 표적을 단 성당聖堂’이 암시하듯이 신앙 즉, 영생을 내포하는 기독교의 종교적 관문이다. 이와 같은 종교적 관문은 결국 ‘영원’이나 ‘영생’을 전제로 하여 이뤄질 수 있다. 이어 ‘ 때문만은 아니다’ 라는 부정은 부정을 부정이 아닌 더 큰 긍정을 위한 부정이다. 즉,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을 위한 긍정인 것이다.
 
종은 둥근 모양을 따라 천장을 나타내며, 따라서 하늘의 세계 즉, 천상의 세계를 상징한다. 한편, 종소리는 불가에서 죽은 영혼을 승천하는 안내 역할로 인식한다. 작품 가운데 “울려오는 종소리/ 피가 돌아”에서의 ‘피’는 생명을 상징하는 말로, 실체적인 생명의 부활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시적화자가 서 있는 문은 종교적 절차의 의례적 관문이 아닌 현실적인 새생명의 탄생과 심정적 부활을 꿈꿀 수 있는 통과 절차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소망과 부활의 문을 통과해 형성된 세계는 그야말로 ‘온몸이 평화’를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에 다다름을 의미한다.
 
임인수林仁洙(1919-1967)는 경기도 김포 출생, 한신대학(조선신학교) 졸업. 아동문학가, 《아이생활》에 아동문학 활동. 《기독교문화》편집인. 시집 『땅에 쓴 글씨』, 『주의 곁에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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